물 새는 여수거북선, 4년 더 기다려달라?
못 띄운다, 띄운다 말 바꾼 여수시... 빠른 해상전시야말로 '소통행정'
▲ 지난 5월초 제50회 '여수 거북선 축제'당시 전라좌수영거북선이 전시된 이순신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 심명남
26억을 들여 원형 복원된 전라좌수영거북선을 육상에 전시해 '전시행정' 논란을 자초한 여수거북선이 물에 뜨려면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월 여수거북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큰 파장을 낳았다. (관련 기사: 26억 짜리 거북선 빗물 줄줄 관리원 "비 오면 물 받는 게 일", 여수거북선, 바다에 못 띄우는 진짜 이유는?)
전라좌수영거북선 "해상전시가 원래 취지"
▲ 원형 복원되어 육상에 전시되어 있는 전라좌수영거북선이 4년후 해상전시될 예정지의 모습 ⓒ 여수시 제공
여수시는 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31일 기자에게 해명했다.
비가 새는 등 부실건조 우려에 대해 여수시 관광과 A관광진흥팀장은 "천정은 원형에 가깝게 제작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물이 새는 부분은 이 기회에 여러 군데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면서 "배 밑 선저 부분은 FRP로 덧씌워져 있어 바닷물 방수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래 거북선을 해상에 전시할 목적으로 건조했지만 (중앙동 이순신 광장 앞에) 어선들이 많아 띄울 공간이 없었다"면서 "여수해양항만청과 조율해 오동도 옆 신북항이 완공되는 4년 후쯤 당초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상에 전시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신북항 항만공사는 2020년 4월에 마무리된다.
A팀장의 말은 29일 거북선을 바다에 띄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라고 일축한 담당자의 입장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A팀장은 "담당 직원이 3월에 발령을 받아 업무파악이 안됐다"면서 "시민위원회가 당시 결정한 사항이 홍보가 안 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소통의 부재라고 본다"라고 해명했다.
4년 있어야 해상전시?...지금도 가능하다
당초 계획과 달리 거북선이 육상에 전시된 이유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내놓은 곳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거북선을 해상전시하는 건 불가능할까?
여수시는 2009년 11월부터 26억 원을 들여 거북선 제작에 돌입했다. 이때 전라좌수영 거북선 1척과 모형거북선 1척 그리고 부잔교(뜬다리 부두) 1식이 건조됐다.
이곳 거북선의 특징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거북선 원형을 복원했다는 점이다. 여수시는 타 시도의 경우 1592년과 1795년의 전라좌수영거북선과 통제영 거북선을 혼용해 기준 시점이 불분명하므로, 여수시의 거북선은 다른 거북선과 차별화된다고 주장한다.
이후 복원된 거북선은 이순신광장에 전시됐고, 모형거북선은 여수엑스포역에 전시 중이다. 특히 해상전시를 위해 제작된 부잔교는 이순신광장 전면 해상과 약 200m 떨어진 중앙동 주민센터 앞 해상에 둥둥 떠 있다.
▲ 방치된 전라좌수영부잔교의 두얼굴. 여수시가 2년전 거북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설치한 부잔교에 거북선유람선이 정박된 가운데 난간이 부러져 있는 모습(상단사진 작년 11월)과 부러진 난간이 철거된 가운데 유람선이 정박중인 모습(하단사진 올 5월) ⓒ 심명남
▲ 여수시 중앙동 주민센타 앞바다에 관리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전라좌수영부잔교의 난간대는 휘어지고 부러지고 망가져 보기조차 흉하다. ⓒ 심명남
여수시는 당초 거북선이 건조되면 이순신광장 전면 중앙동 부둣가에 전시하려 했지만 어민들 반대에 부딪혔다. 정박할 곳을 빼앗긴다는 이유였다. 이후 여수시는 거북선은 운항용이 아닌 전시용으로 제작되어 관광객의 관람에 지장이 없으므로, 현재와 같이 계속 이순신광장에 전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중앙동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순신광장 전면 해상에다 전시해 달라고 건의했다. 14년 8월 서정한 도의원과 주민대표 서천석 중앙동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 여수시, 항만청, 광양항만공사는 2차례 회의를 가졌다.
당시 논의된 '시민위원회 자문요청 안건'이란 문건에 따르면 안강망 선주를 설득해 정박 중인 선박들을 국동항으로 이전시키고, 시에서 국동항에 용달선, 방제선 전용 접안장소를 제공하면 항만청이 선주를 설득한다는 내용이 논의되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오동도 맞은편 신북항만이 건설되는 2020년 해상에 전시키로 결론 내렸다.
또 제기된 전시행정... 전라좌수영 부잔교도 엉망
▲ 원형을 복원한 전라좌수영거북선을 해상에 전시하려고 만들어 놓은 부잔교를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 심명남
이후 거북선을 해상에 띄워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육상에 전시된 거북선을 바다에 띄우는 일은 하등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순신광장 전면 바다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당시 여수시가 만들어 놓은 좌수영거북선 부잔교는 이순신 광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가까운 거리다. 부잔교 입구에는 분명하게 '전라좌수영 부잔교'란 안내문도 세워져 있다. 이곳에 임시로 전시한다면 어민과의 문제도 해결된다.
이곳은 어선통행에 방해도 안 되고 많은 관광객이 여수 밤바다를 거니는 해양공원 길목이다. 물위에 떠있는 거북선은 여수의 명물로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부잔교에는 지금 거북선 대신 유람선과 어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난간대는 휘어지고 부러져 보기조차 흉하다. 관리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제 여수시는 어민들 핑계를 멈춰야 한다. 당장이라고 배를 띄울 수 있는 부잔교가 있는데도 4년을 더 기다리라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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