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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했던 캠핑, 2만cc 생맥주와 로브스터가 살리다

[포토] 중딩 시절의 '여름날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등록|2016.06.07 09:58 수정|2016.06.07 09:58

▲ 서먹했던 동창회 모임, 2만cc 생맥주와 로브스터가 살리다 ⓒ 이정민


▲ 채소를 씻고 고기를 굽고..평등한 친구로 소꿉장난을 합니다... ⓒ 이정민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 / 나의 사랑도 가고 / 너의 모습도 파도 속에 사라지네 /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되어 / 이젠 추억이 되어 나의 여름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이정석 '여름날의 추억' 중에서)

다시 여름입니다. 후텁지근한 더위가 아스팔트마저 녹입니다. 뜨겁게 용솟음치는 아지랑이가 혼령처럼 보이곤 하지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자취를 감춥니다. 저마다의 호사스러운 그늘 낙원에서 여름을 이겨냅니다.

혼을 빼놓는 더위로 인해 여름은 매번 눈엣가시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여름은 낭만의 계절이지요. 열정의 계절이지요. 모꼬지의 계절입니다. 모든 모임은 여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과 바다로 헤쳐 모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는 계절입니다. 참으로 여름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역설의 계절입니다.

이맘때면 여지없이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여름과 관련된 노래들이 밤마다 하늘을 수놓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순수했던 학창시절 노래들이 떠오릅니다 'DJ.DOC'-여름이야기, '쿨'-해변의 여인, '클론'-쿵타리샤바라, '포지션'-서머타임, '듀스'-여름안에서, '유엔'-파도, '이정현'(남성)-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등등.

아름다운 노래는 순수했던 추억을 소환합니다. 바로 중학교 시절의 예쁜 추억들이지요. 손 편지를 쓰고 우정을 쌓았던 순간들. 인천 송도유원지 소풍, 신라의 유물이 담겨 있는 경주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겼던 수많은 에피소드.

특히 장기자랑에서 당시의 아이돌 그룹 '소방차'의 노래 '어젯밤이야기', '그녀에게 전해주오'와 다섯손가락 '풍선' 등의 노래에 맞춰 군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친구들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무대로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다시 여름날의 추억 속으로, 당신의 중학시절을 소환합니다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 이정민


추억을 소환하며 풋사랑을 떠올리는 중딩 모임이 창단된 지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체육대회와 산악회 등의 행사를 통해 모임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캠핑 동창회'를 기획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단출한 저녁 모임도 잡기 힘든 일상에 캠핑 모임이라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인천대공원 '너나들이' 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장식의 '글램핑'은 아니었답니다. 허름하고 오래 된 큰 텐트 두 동에 테이블 세 개가 전부였지요. 하지만 외부 시설의 소박함과 달리 많은 음식들이 동문회를 반겨 주었습니다. 짐을 나르고 텐트를 치고 숯불 장비 세팅을 마치자 선후배들이 하나 둘 모였습니다. 곧이어 등장한 음식들의 향연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 허름한 텐트 안에서의 캠핑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추억의 소환 장소였습니다. ⓒ 이정민


먼저 캠핑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로브스터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청난 크기의 바다가재를 보았습니다. 대략 30여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양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통 큰 선배의 후한 음식 기부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생맥주 기계 등장. '뚜둥~' 1만cc 생맥주 2통이 무더운 캠핑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호프집에서 먹는 맥주 맛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청량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아마도 추억을 함께 했던 선후배들이 모여서 더욱 깊은 맛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보는 어색함은 어느새 생맥주 한 잔에 스스로 녹아 내렸습니다. 생맥주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밖에도 손수 밥을 지어온 선배, 전날 저녁에 열무김치를 담가 갖고 온 선배, 무거운 수박을 기꺼이 들고 와준 후배, 매운 연기를 참아가며 고기를 구워주던 선배, 형수님의 구박을 이겨내고 텐트와 침낭을 싸들고 온 회장 선배까지 모두의 사랑이 만들어낸 화합의 한마당이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 늦은 시각에도 늦둥이를 안고 달려온 선배의 사랑이 물씬 녹여나는 밤이었습니다. ⓒ 이정민


참으로 오랜만에 얼굴 보며 정을 나눴습니다. 삶의 애환도 쏟아내면서 서러움도 토해냈습니다. 잔잔히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풋사랑의 추억도 나눴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현실은 직장, 가정, 자식들과의 애정 어린 싸움뿐이겠지만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잘 이겨내리라 생각해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지요. 지금은 살기가 더 빠듯하고 바빠져 각종 모임도 한 풀 꺾인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힘들수록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선후배 모임이 있다는 것에 고맙게 생각해봅니다.

가끔 외롭다고 생각나면 시인 용혜원의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을 읽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그리고 그리운 친구, 혹은 선후배와 생맥주 한 잔 나누며 추억을 소환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은 두 배가 되고, 아픔은 반으로 줄어드는 법이니까요.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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