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보도는 '블랙코미디'
[인터뷰] 언론 자성 촉구하는 김기범 경향신문 환경전문기자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에요. 검찰 수사로 이 문제가 지금이라도 조명 받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던 사회 전체와 언론이 이제 와 검찰이 흘린 정보에 집중하는 게 우습게 느껴지죠. 이게 제대로 된 사회이며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2011년 무렵 본격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최근까지 침묵했다. 기껏해야 짤막한 단신 기사로 내보낸 정도였다. 그러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자 앞 다투어 요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이 사건에 대한 단독 기사를 쓴 뒤 연속 보도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기여한 <경향신문>의 김기범(40·정책사회부) 기자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착잡하다는 표정이었다.
김 기자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도로 2013년 말 <경향신문>이 자체적으로 수여하는 '전태일보도상'을 받았고, 2014년에 연재했던 기획 '눈앞에 닥친 원전폐로'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주목할 만한 활동 덕에 최근 <미디어오늘>의 '주목해야 할 젊은 기자들' 특집기사에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부근의 한 카페에서 김 기자를 만났다.
연속 보도했지만, 더 강하게 쟁점화 못한 것 자책
"경향신문 하나만으로 가능했겠나 싶지만, 제가 만약에 더 (적극적으로) 기사를 썼다면 조금 더 빨리 피해자들의 고통이 주목을 받고 정부가 태도를 변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요..."
김 기자는 같은 신문사의 송윤경(34·경제부) 기자와 함께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주요기사로 보도했고 <프레시안> 등 일부 언론 외엔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도 후속 보도를 이어갔지만, 더 강하게 쟁점화하지 못한 데 대해 자책했다. 특히 환경부를 출입하면서도 처음엔 이 사건이 환경 이슈인지조차 몰랐던 점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당시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던 송 기자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됐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2012년 9월 환경부가 지정한 인체 유독물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2013년 이후 환경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정부가 규제완화를 '경제 살리기'라며 밀어붙일 때 언론은 환경을 고려하는 눈으로 그 정책들을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내세운 정책 선택이 자연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생존 조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습기 사건이 조명을 받았을 때 정부 각 부처는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특히 환경부는 피해자들이 겪은 '폐섬유화질환'이 환경성 질환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우리 주변과 일상생활 환경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는 더 포괄적으로 (환경성 질환임이) 인정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있다는 겁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전에도 유해물질관리법이 존재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2013년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지만 내용이 촘촘하지 못해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김 기자는 지적했다. 앞으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20대 국회의 청문회 등 노력 여하에 따라 가습기 사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습기 피해자들은 앞으로의 싸움에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소송과 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지금처럼 언론에서 활활 끓는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몇 달 안에 끝날 수도 있어요."
김 기자는 그러나 자신은 이 문제가 마무리 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에서 4년째 환경부를 담당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 명실상부한 환경전문기자가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그는 커피를 주문할 때도 종이컵 대신 머그잔에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10년차 기자인 그가 처음부터 환경전문기자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다. 취재를 하면서 관련 공부가 쌓이다 보니 생태계 전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환경은 남의 일 아닌 당신의 문제'라고 호소
"우리가 화학물질 속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더라고요. 저는 가능하면 '이건 당신네들 문제야'라는 부분을 기사에 녹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부터 일상 제품의 유해물질 위협까지 광범위하다. 그런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축제 등 행사 때나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환경의 위협'은 모든 사람을 향하고 있다.
영수증으로 사용되는 종이에서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널에이'가 묻어 나오고, 유전자조작식품(GMO)인 콩과 옥수수가 표기 없이 판매된다. 그래서 김 기자는 기사를 통해 위기에 처한 생태계의 문제가 독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워주려 애쓴다. 2010년부터 경향신문 웹사이트에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도 좀 더 쉽고 말랑말랑하게 글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또 한국환경기자클럽에서 최근 총무를 맡아 활동하면서 기자들이 언론사의 벽을 넘어 협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 클럽은 전·현직 환경부 출입기자들이 가입하는 국내 유일의 환경기자 단체로 1990년대에 결성됐고, 현재 10여 명이 세미나와 공동취재 등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언론
"언론이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친 것은 아닌가, 사회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언론이 그것을 역행시키는 작용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디언>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인디펜던트>등 선진국 언론 중에는 매일 한 면 이상을 고정적으로 환경보도에 할애하거나 정기적인 특집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 등을 다루는 곳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일정한 지면을 고정 편집하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김 기자는 지적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파리총회가 세계적 이슈가 되다 보니 국내 언론들도 모두 1면에 보도했어요. 기후 변화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다들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문제에 대해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너무 힘들어진다'는 논리들이 팽배했거든요."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환경전문기자들이 한창 일선에서 뛰던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육성하는 등 지금보다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경제 성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환경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김 기자는 아쉬워했다.
언론사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강조하게 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상황을 개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쌓으려 방송통신대에서 환경보건 공부
"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전문 서적을 찾아 읽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본 '고발 기사를 쓰는 기자'의 모습은 어린 시절 그를 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자란 진로에 대한 큰 의심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하는 김 기자는 "일반 기업에 갔다면 자율성이 부족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분야를 맡기 전에 국제부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동식물 관련 사안을 취재하다가 자연스럽게 국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대학에서 국어국문을 전공한 김 기자는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기 위해 현재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환경보건과 학사과정을 공부 중이다. 환경기자 선배인 박수택 에스비에스(SBS) 논설위원이 방통대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용기를 냈다고 한다. "바쁜 일과 때문에 시험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대부분 강좌가 온라인이라 수강이 쉽고 학비도 학기당 30만 원으로 저렴해 만족스럽다"고 털털하게 웃었다.
국내 언론에서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특별 채용된 경우와, 일반기자로 시작한 뒤 해당 분야를 오래 담당하며 전문기자가 된 경우로 나뉜다. 김 기자는 전문기자를 꿈꾸는 예비언론인에게 "처음부터 너무 좁혀서 생각하기보다 우선 기자가 되어 다양한 분야를 다뤄본 뒤 관심이 가는 분야에 욕심을 내면 된다"며 "부족한 부분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무렵 본격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최근까지 침묵했다. 기껏해야 짤막한 단신 기사로 내보낸 정도였다. 그러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자 앞 다투어 요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이 사건에 대한 단독 기사를 쓴 뒤 연속 보도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기여한 <경향신문>의 김기범(40·정책사회부) 기자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착잡하다는 표정이었다.
김 기자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도로 2013년 말 <경향신문>이 자체적으로 수여하는 '전태일보도상'을 받았고, 2014년에 연재했던 기획 '눈앞에 닥친 원전폐로'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주목할 만한 활동 덕에 최근 <미디어오늘>의 '주목해야 할 젊은 기자들' 특집기사에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부근의 한 카페에서 김 기자를 만났다.
연속 보도했지만, 더 강하게 쟁점화 못한 것 자책
▲ ▲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앞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기범 기자 ⓒ 윤연정
"경향신문 하나만으로 가능했겠나 싶지만, 제가 만약에 더 (적극적으로) 기사를 썼다면 조금 더 빨리 피해자들의 고통이 주목을 받고 정부가 태도를 변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요..."
김 기자는 같은 신문사의 송윤경(34·경제부) 기자와 함께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주요기사로 보도했고 <프레시안> 등 일부 언론 외엔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도 후속 보도를 이어갔지만, 더 강하게 쟁점화하지 못한 데 대해 자책했다. 특히 환경부를 출입하면서도 처음엔 이 사건이 환경 이슈인지조차 몰랐던 점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당시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던 송 기자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됐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2012년 9월 환경부가 지정한 인체 유독물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2013년 이후 환경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정부가 규제완화를 '경제 살리기'라며 밀어붙일 때 언론은 환경을 고려하는 눈으로 그 정책들을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내세운 정책 선택이 자연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생존 조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가습기 사건이 조명을 받았을 때 정부 각 부처는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특히 환경부는 피해자들이 겪은 '폐섬유화질환'이 환경성 질환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우리 주변과 일상생활 환경에서 입을 수 있는 피해는 더 포괄적으로 (환경성 질환임이) 인정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있다는 겁니다."
▲ ▲ 지난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일으킨 옥시를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flickr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전에도 유해물질관리법이 존재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2013년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지만 내용이 촘촘하지 못해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김 기자는 지적했다. 앞으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20대 국회의 청문회 등 노력 여하에 따라 가습기 사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습기 피해자들은 앞으로의 싸움에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소송과 싸움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지금처럼 언론에서 활활 끓는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몇 달 안에 끝날 수도 있어요."
김 기자는 그러나 자신은 이 문제가 마무리 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에서 4년째 환경부를 담당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 명실상부한 환경전문기자가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그는 커피를 주문할 때도 종이컵 대신 머그잔에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10년차 기자인 그가 처음부터 환경전문기자를 희망했던 것은 아니다. 취재를 하면서 관련 공부가 쌓이다 보니 생태계 전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환경은 남의 일 아닌 당신의 문제'라고 호소
"우리가 화학물질 속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더라고요. 저는 가능하면 '이건 당신네들 문제야'라는 부분을 기사에 녹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부터 일상 제품의 유해물질 위협까지 광범위하다. 그런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축제 등 행사 때나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환경의 위협'은 모든 사람을 향하고 있다.
영수증으로 사용되는 종이에서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널에이'가 묻어 나오고, 유전자조작식품(GMO)인 콩과 옥수수가 표기 없이 판매된다. 그래서 김 기자는 기사를 통해 위기에 처한 생태계의 문제가 독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워주려 애쓴다. 2010년부터 경향신문 웹사이트에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도 좀 더 쉽고 말랑말랑하게 글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그는 또 한국환경기자클럽에서 최근 총무를 맡아 활동하면서 기자들이 언론사의 벽을 넘어 협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 클럽은 전·현직 환경부 출입기자들이 가입하는 국내 유일의 환경기자 단체로 1990년대에 결성됐고, 현재 10여 명이 세미나와 공동취재 등에 참여하고 있다.
▲ 지난 3월 경기도 안산 시화호 인근의 한 섬에서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원들과 공동 취재 중인 김기범 기자(맨 왼쪽). ⓒ 김기범
기후변화 대응 등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언론
"언론이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친 것은 아닌가, 사회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언론이 그것을 역행시키는 작용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디언>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 <인디펜던트>등 선진국 언론 중에는 매일 한 면 이상을 고정적으로 환경보도에 할애하거나 정기적인 특집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 등을 다루는 곳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일정한 지면을 고정 편집하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김 기자는 지적했다.
▲ 선진국 주요 언론들은 고정적인 환경면을 두고 기후변화 문제 등을 집중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대부분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 각 언론사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기후변화 파리총회가 세계적 이슈가 되다 보니 국내 언론들도 모두 1면에 보도했어요. 기후 변화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다들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문제에 대해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너무 힘들어진다'는 논리들이 팽배했거든요."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환경전문기자들이 한창 일선에서 뛰던 10여 년 전만 해도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육성하는 등 지금보다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경제 성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환경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김 기자는 아쉬워했다.
언론사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강조하게 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도록 상황을 개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쌓으려 방송통신대에서 환경보건 공부
"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전문 서적을 찾아 읽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본 '고발 기사를 쓰는 기자'의 모습은 어린 시절 그를 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자란 진로에 대한 큰 의심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하는 김 기자는 "일반 기업에 갔다면 자율성이 부족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분야를 맡기 전에 국제부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동식물 관련 사안을 취재하다가 자연스럽게 국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대학에서 국어국문을 전공한 김 기자는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기 위해 현재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환경보건과 학사과정을 공부 중이다. 환경기자 선배인 박수택 에스비에스(SBS) 논설위원이 방통대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용기를 냈다고 한다. "바쁜 일과 때문에 시험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대부분 강좌가 온라인이라 수강이 쉽고 학비도 학기당 30만 원으로 저렴해 만족스럽다"고 털털하게 웃었다.
국내 언론에서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특별 채용된 경우와, 일반기자로 시작한 뒤 해당 분야를 오래 담당하며 전문기자가 된 경우로 나뉜다. 김 기자는 전문기자를 꿈꾸는 예비언론인에게 "처음부터 너무 좁혀서 생각하기보다 우선 기자가 되어 다양한 분야를 다뤄본 뒤 관심이 가는 분야에 욕심을 내면 된다"며 "부족한 부분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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