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고속버스 내 음식물 섭취, 어찌 생각하세요
그 정도는 이해해야 vs. 때때로 운전자도 힘들어 해
▲ 터미널 고속버스 ⓒ 최규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내에서 음식물을 먹는 건 오래된 관행이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속버스는 보통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시간과 식사시간이 겹친다면 당연히 버스 내에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과 '밀폐된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상식 밖 행위'라는 입장으로 나뉜다.
옳고 그름을 나눠야 하는 것이라면 과연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일까? 각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러하다.
[찬] '이런 것이 논란거리? 현대사회 정말 각박하다'
▲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고속버스에서 먹는 햄버거와 관련된 찬반 질문에 딸린 댓글들. ⓒ 캡처
버스 내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아마 시간이 촉박해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탄 사람들일 것이다. 버스에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써있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은 것이 아닐까?
장거리를 이동하는 고속버스는 보통 휴게소에 들르기 마련이다. 휴게소에서 정차하는 시간은 약 10~15분 정도. 이 시간 안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끼니까지 해결하는 것은 시간이 촉박하여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 같은 것을 사서 버스 안에서 먹는 것이다.
직장인 양아무개(32)씨는 "원래는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었지만 정말 너무 바빠서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을 때 지하철에서 빵이나 김밥, 과자 같은 것을 몰래몰래 고개 숙이면서 먹어 본 경험 때문에 그런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예로 출장 같은 것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기차나 버스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버스터미널이나 휴게소에서 먹을 것을 파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남을 배려한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은 배려이지 음식을 먹는다 해서 민폐거나 예의없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 이아무개(21)씨는 "민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본인이 먹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본인이 먹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쾌하다는 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논리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배려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배려를 너무 당연시하고 오히려 더 나아가 음식을 먹는사람을 민폐취급하는 이런 풍조, 어이가 없다"라며 "요새는 무엇이든 민폐다 하는 것이 사회풍조인 듯하다, 내가 불편하니 당신이 매너 없는 것이다, 라는... 이렇게 자기들의 또 하나의 룰을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요즘 더욱 예민해진듯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반] '절대 이해불가, 굉장히 불쾌하다'
▲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고속버스에서 먹는 햄버거와 관련된 찬반 질문에 딸린 댓글들. ⓒ 캡처
이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냄새 풍기며 먹는 행위 자체가 이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솔직히 김밥 냄새, 토스트 냄새 등이 전체적으로 섞이니까 불쾌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때문에 요즘은 몇몇 버스기사님들이 음식 반입을 제재하기도 한다.
특히 멀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두나 햄버거, 김밥 같이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음식은 버스 특유의 냄새와 합쳐져 멀미를 유발시키거나 멀미를 몇 배로 심화시키기까지 한다. 게다가 고속버스는 각 자리마다 창문을 열 수도 없어서 마음대로 환기를 하지도 못한다.
실제로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아버지가 버스 운전기사이신데 기사님들도 승객들이 음식물 들고 타는 것을 싫어하신다"라며 "기사님들 입장에서는 반입을 제재하면 항의가 심해지기 때문에 그냥 참고 허용해주는 것이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공동공간에서 소음 내지 않는 것이 기본매너인 것처럼 음식 먹는 것도 민폐 끼치지 않도록 알아서 조절해야 하는 것이 맞다. 휴게소도 애초에 무엇을 먹으라고 들르는 것이 아니라 4~5시간 동안 생리현상을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다.
바빠서 버스 안에서 먹는 것이라는 것 또한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승객들은 시간이 남아서 미리 먹고 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차, 기내와는 다르게 버스는 좌석 간 거리도 훨씬 짧고 공간 자체가 좁아서 냄새가 쉽게 빨리 퍼지게 된다.
창문도 열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 생각보다 어떤 승객이 들고 탄 음식물 때문에 다른 승객이 토해서 기사님들이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껏해야 장거리라고 해도 최대 6시간인데 식사 한 끼 정도야 그냥 참고 서로서로 조심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나 음식종류에 따라 다르다'
냄새가 심하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과자가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바쁠 때는 휴게소나 근처에서 김밥을 사와 버스내에서 이동 중에 먹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그냥 바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또한 약 5~6시간을 이동해야하는 장거리라면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1시간 거리를 가는 중에 굳이 버스 내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시민 손아무개(47)씨는 "냄새가 심한 음식만 아니라면 괜찮지만 여름에 김밥 먹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또 김치볶음밥 같은 김치 들어간 음식은 정말 참기 힘들다, 그건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난다"라며 특정 음식물에 대한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사실 어떤 의견이 옳다 그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행동에는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등을 최대한 없애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배려를 한다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배고픈 사람들은 음식물 냄새로 멀미하는 사람들을 위해 냄새가 덜 나거나 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고, 버스 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 끼니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물 섭취를 이해해준다면 서로 불쾌감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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