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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위험한' 직업

산재에 노출된 환경미화원, 적절한 보호구 지급과 시민들의 협조 필요

등록|2016.06.09 16:10 수정|2016.06.09 16:10

▲ 내가 버린 음료수 병은 어디로 가는가. ⓒ pixabay


내가 버린 음료수 병은 어디로 가는가.

잠시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사람'이 그것을 수거해갈 것이고, '사람'이 그것을 분류할 것이며, '사람'이 그것을 태우거나 묻거나 재활용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우리는 '환경미화원'이라 부른다.

환경미화원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환경미화원은 자원순환의 공익적 기능을 위해 다소 냄새나고 더러우며, 심지어는 위험하기까지 한 일을 책임지고 있다. 그들은 수행하고 있는 '공익적 기능'에 합당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가.

2014년 기준 서울시 생활 폐기물 처리 인력은 5483명으로 2011년에 비해 1200명 가량 감소하였다.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전문가들과 현장 작업원들은 환경미화원 수의 감소 폭이 더 크다고 의견을 모은다. 환경미화원의 업무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환경미화원의 업무는 위험하다. 생활 폐기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하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봉지 안에는 세균과 곰팡이를 포함한 미생물이 가득하다. 유리 조각이나 날카롭게 잘라진 조개껍데기, 게껍데기 등이 들어있기도 하다. 때때로 쓰레기봉투들이 너무 무거워서 허리나 어깨 등의 부상을 유발하기 일쑤다. 게다가 환경미화원들은 항시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에 노출되어 있고, 혹서·혹한과 태풍과 폭설을 극복해가며 일해야 한다.

업무는 위험하고, 신규 인력은 보충이 되지 않아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처한 현재 상황이다.

다섯 번째로 위험한 직업, 환경미화원

▲ 2010년 산업재해율을 살펴 보면, 전체 산업 0.69%, 위생 및 유사 서비스업 1.27%인데 반해 환경미화원은 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산업의 4배를 웃도는 숫자다. ⓒ 일과건강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는 연간 약 1000여 건 발생한다. 2010년 산업재해율은 2.95%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율인 0.69%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의 통계를 보면 환경미화원의 산재사망률이 경찰이나 소방관보다 높다. 특히 미국의 경우 환경미화원 2005년 사망률은 10만 명당 43.8명으로 미국 내 직업 중에서 다섯 번째로 위험한 직업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서울시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53명 중 99명(22.35%)이 지난 1년간 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하였다. 사고경험자 중에서 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간 경험이 있는 환경미화원은 전체 사고경험자의 77.1%였다. 몸에 증상이 있다고 느낀 응답자는 78.37%에 달했다. 기침 증상이 45.5%, 눈이 따갑거나 가려움 43.0%, 코가 따갑거나 가려움 35.8%, 실신 22.5%,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름 10.2% 이었다. 무려 67.1%가 하루에 한 번 이상 먼지 때문에 숨이 막혀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 지난 1년간 1번 이상의 사고를 당했다고 답한 환경미화원은 99명으로 전체의 22.35%였다. ⓒ 일과건강


거리에서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각 지역에서 수거해온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매립장으로 보내기 전에 임시로 모아두는 곳을 '적환장'이라고 한다. 직접 방문한 적환장의 공기는 육안으로도 알아챌 정도로 먼지가 가득했다.

측정 결과, 그 먼지의 상당 부분은 미세먼지로 구성되어 있었고, 농도 또한 일반 대기환경과 실내환경의 미세먼지에 대한 기준 농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디젤 연소 물질 중 원소 탄소의 농도와 미생물(총 박테리아, 그람음성 박테리아, 곰팡이)의 농도 역시 높은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 환경미화원의 절반 가까이 기침, 눈이 따갑거나 가려움 등 다양한 몸의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과건강


환경미화원들 스스로도 이러한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적절한 작업량을 유지할 것과 작업복, 마스크, 작업화와 같은 보호구를 넉넉히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절한 보호구는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못과,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유리를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협조를 바라고 있다. 작업량만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되어도 길 건너편으로 급하게 이동하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시민들이 분리수거에 조금 더 힘써주고 쓰레기 무단투기를 줄인다면 업무는 훨씬 안전하고 수월해질 수 있다.

그 외에 개선안을 몇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다. 쓰레기 방문수거 방식을 개선할 수도 있다. 골목별로 쓰레기 모음 공간을 만들면 방문수거에 대한 수고가 줄어들 것이다. 중량물 취급이 환경미화원의 노동강도 강화 및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쓰레기 수거통 무게를 제한하여 중량물 취급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수거 차량 후진 중 환경 미화원 및 일반 시민과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해 후방 카메라를 설치 할 수 있을 것이고, 쓰레기 수거 중 찔리거나 베이는 사고를 대비하여 파상풍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

적절한 보호구 지급하고 책임 주체 명확히 해야

다시 한 번, 방금 내가 버린 음료수 병은 어디로 가는가.

내가 매일 행하는 일의 이후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가 죽고, 다치고, 병들기 부지기수다. 하지만 실태조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었다. 개선안들은 충분히 현실가능해 보이지만, 쉽게 이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치를 추진할 정부 주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환경부, 고용노동부는 각각의 영역에서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으며, 해결을 위한 노력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지자체에서는 문제를 다루려고 하나 매우 미약하다. 오직 환경미화원들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인데, 사업주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보호노력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전체 미화원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행정자치부는 이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고, 노동부와 환경부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 및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보호대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환경미화원의 설문과 인터뷰 결과에서 보듯이 환경미화원이 바라는 것은 시민들의 작은 협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지만, 환경미화원 노동조합과 환경운동단체 등 지역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이 손을 잡고, 환경미화원에게 정당한 대우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사회 캠페인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지난 5월 18일 (수) 오후 2시 서울여성플라자 아트컬리지4에서 '서울특별시 환경미화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여 열린 이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김규연(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님이 정리해주었습니다. 이 글은 일과건강 웹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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