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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 덕분에 한센인들이 용기 잃지 않았어요"

4-6일 성심원 콘서트 열려, 한센인·중증장애인 시설

등록|2016.06.07 16:08 수정|2016.06.07 16:08

▲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서 4일붙 6일까지 열린 제5회 <성심인애축제> ⓒ 김종신


"~나병 판정을 받던 날 내 인생의 곡(哭)소리는 울리고・・・/ 부모 형제를 고향에 두고 깨어진 운명의 조각을/ 안고 광야를 찾아 나설 때 아~ 하늘이시여! / 통곡도 했습니다.// ~내일은 언제나 희망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아 ~ 이제는 나는 많은 이들 가운데에서 / 가장 풍요로운 축복을 입었노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원장 오상선 신부)에서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제5회 성심인애축제 시문학 콘서트에서 영화 <곡성>처럼 곡소리 토해내듯 낭송한 '내 인생의 소야곡' 중 일부다.

'비 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처럼' 질곡의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한 김성덕 생활인 대표는 신앙의 힘과 주위의 도움으로 '내일은 희망'을 깨달아 이제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성심원은 천주교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1959년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센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해 만든 생활복지시설이다.

우리 모두는 한센인 앞에서 모두 죄인이며 공범

▲ 성심원은 천주교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1959년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센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한 생활복지시설이다. 사진은 축제 이튿날인 5일, 요양원 집중실에서 열린 주일미사. ⓒ 김종신



▲ 성심원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비의 문’을 동판화로 만들어 전시 중이다. ‘자비의 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를 동판화로 재현해 천주교 신자를 비롯해 성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 김종신


한센인과 비한센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하나 되는 세상을 바라는 잔치 한마당을 2012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오 원장은 "사실 우리는 모두 한센인 앞에서 공범이다.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한센인을 잘 모르면서 무시하거나 멸시하며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며 "우리 지역민들에게 한센인도 우리 이웃으로 함께 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성심원을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미라회' 설립 40주년을 맞아 은인들을 생각하는 천주교 피정(避靜·retreat,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 등이 곁들여졌다.

'후원자의 마음이 나열되어 아름다움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미라회(美羅會)는 외국 후원에 대부분 의지하던 성심원을 돕기 위해 천주교 재속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후원단체다.

'들려주고, 알려주고, 기회를 주자!'

▲ 2014년 한센병력으로 입은 상처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며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를 출간한 성심원 시인들의 시를 직접 듣는 시간이었다. ⓒ 김종신


초창기 미라회 회원들은 성심원 한센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마다 들려주었다. 들어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한센인들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데 앞섰다.

또한 남을 돕는 일은 부자들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 보통 사람들도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실천하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라회원들을 고마운 은인들이라 말하는 김 생활인 대표는 "약육강식이 자행되던 시절에 몇몇 뜻을 가진 분들이 미라회를 창설하고 물심양면으로 성심원을 도와 온 것이 어느덧 40년의 긴 연륜이 쌓였다"며 "이분들 덕분에 나와 한센인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두운 곳에서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

▲ 해바라기의 개막 축하공연 때에는 참석한 모두가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라며 두 손을 맞잡고 힘껏 노래를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 김종신



▲ 12년째 한센 노인들을 찾아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진주보건대 건강보감 동아리 학생들이 학교 축제 때 주점 등을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효도잔치를 준비해 의미를 더했다. ⓒ 김종신


축제 첫째 날인 4일에는 이병우(루카) 신부의 영성강의로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때에는 대성당에서 통기타 듀엣 가수 해바라기의 개막식 축하공연이 있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에 맞춰 참석한 모두가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라며 두 손을 맞잡고 힘껏 노래를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5일에는 구순을 맞은 이화영 어르신을 비롯해 팔순과 구순을 맞은 어르신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효도잔치가 열렸다.

12년째 한센 노인들을 찾아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진주보건대 건강보감 동아리 학생들이 학교 축제 때 주점 등을 열어 마련한 수익금으로 선물과 노래 공연을 펼쳐 의미를 더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바쁘지 않느냐는 말에 최혜인 동아리회장은 최혜인 회장은 "어르신들이 웃음과 박수로 답해 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름드리 벚꽃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은 뒤에는 시문학콘서트가 바로 열렸다. 2014년 한센병력으로 입은 상처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며 <장단 없어도 우린 광대처럼 춤을 추었다>를 출간한 성심원 시인들의 시를 직접 듣는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진주지구 천주교 합창단인 정찬문가톨릭합창단을 시작으로 합창공연들이 이어졌다.

행사장 의자 치우고 하나된 춤판

▲ 아름드리 벚꽃나무 아래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는 축제 참가자들 ⓒ 김종신



▲ 다들 바빠서 한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기 어려워 매번 단원이 바뀐다는 천주교·개신교·성공회·불교·원불교 종교인으로 구성된 지리산종교연대 합창단의 화합 노래가 울렸다. ⓒ 김종신


다들 바빠서 한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기 어려워 매번 단원이 바뀐다는 천주교·개신교·성공회·불교·원불교 종교인으로 구성된 지리산종교연대 합창단의 화합 노래가 울렸다. 이날 마지막으로 산철 둔철마을 사람들의 일종의 퍼포먼스 춤사위가 있었다. 대성당에 자리한 모두가 의자를 치우고 더불어 춤을 추면서 하나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6일에는 약자들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행사가 비로 취소되고 시설 라운딩으로 대체되었다. 시설을 둘러보던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한 미라회원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침대에 누워 있는 한센인의 손을 놓지 못하며 건강을 기원하면서 연신 "다음에 또 올게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특허출원한 타일 조각 8월2일까지 전시

▲ 한센인의 손을 놓지 못하며 건강을 기원하면서 연신 “다음에 또 올게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축제 참가자들 ⓒ 김종신



▲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특허출원한 김옥수 신부의 성화타일 조각 8월2일까지 전시 ⓒ 김종신



축제 기간뿐 아니라 8월 2일까지 타일벽화로 특허출원한 김옥수 신부의 성화 타일이 요양원 2층에 원유동 한남대 교수의 동판화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모든 건축 재료로 쓰이는 타일에는 김 신부의 예술성을 입혀 아름다움과 영성이 함께 깃들어 있다.

김 신부의 에칭 기계로 타일에 형상을 넣고 위에 물감을 입혀 구워내는 방식은 2008년 특허출원한 타일 조각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전시회다.

전시회가 열리는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비의 문'을 동판화로 만들어 전시 중이다. '자비의 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를 동판화로 재현해 천주교 신자를 비롯해 성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웃들을 귀찮게 하는 사람 덕분에 사랑의 열매가 싹터

▲ 축제 마지막날인 6일 요양원 성당에서 오상선·이병우 신부에게 안수를 받는 참가자들 ⓒ 김종신




▲ 지적장애인들이 펼친 난타공연. ⓒ 김종신



자신을 '이웃들의 귀찮은 사람'으로 소개한 미라회 연책자 권태봉(요안나∙75∙서울) 씨는 "지인이 후원회원 가입을 권하면서 준 소개 책자와 회원 가입서가 든 묵직한 봉투는 내내 부담이었다"며 "연말이 되자 용기를 내어 처음 14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는 한때 150명이 넘기도 했다"고 미라회 가입 초기를 떠올렸다.

권씨는 "초창기에는 1000원부터 시작한 후원금도 받기 쉽지 않았다"며 "후원금을 받으러 가는 자신을 이웃들은 '귀찮게 하는 사람'이지만 그 덕분에 사랑의 열매가 싹을 틔워 발걸음은 가벼웠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백번 부활해도 내가 한 번 부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예수님이 백번 부활해도 내가 한 번 부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독일속담처럼 성심인애축제는 한센인과 장애인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기회였다.
덧붙이는 글 경상남도 인터넷뉴스 <경남이야기
진주지역 인터넷언론 <단디뉴스>
해찬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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