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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하남들, 식량 공장인데 신공항 후보지라니"

일부 농민들 '반대 움직임' ... 밀양시 "대체농지 조성 가능"

등록|2016.06.09 09:33 수정|2016.06.09 09:33
"먹을거리 생산 공장이나 다름없는 땅이다."
"무슨 작물을 심어도 잘 되는 옥토인데 …."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경남 밀양 하남들(평야)을 두고 농민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경쟁하는 가운데, 농민들은 하남들의 옥토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밀양 하남들의 신공항 후보 반대 목소리를 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 이곳 농민들은 신공항 후보지 반대 펼침막을 걸기도 했다.

▲ 김해 봉화산에서 바라본 밀양 하남평야 전경(사진에서 강 건너). ⓒ 윤성효


하남들은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와 백산리에 걸쳐 있고, 전체 530만평 규모다. 현재 870여세대에 17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하남들은 직경으로 약 8km 길이다. 이곳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부지로 포함될 땅은 218만평 정도다.

창원 대산면과 밀양 하남읍 사이에 있는 낙동강 수산대교를 지나면, 오른쪽 편에 있는 넓은 평야가 하남들이다. 이곳은 겨울철에는 거의 대부분 비닐하우스로 변한다. 농민들은 이곳에서 주로 감자, 벼, 당근, 양파, 고추, 연, 수박, 딸기 등을 재배한다.

장상곤씨 "안 되는 작물이 없는 비옥한 땅"

이곳에서 수박과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장상곤씨는 "농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이곳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며 "하남들은 안 되는 작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비옥한 땅이다. 그런데 이런 땅에 신공항이 들어선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명박정부 때 이곳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다시 '신공항 반대 펼침막'을 내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이전에 이곳이 신공항 후보지로 되었을 때 당시 마을이장을 했고, 신공항 반대 운동을 벌였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로 반대이고, 요즘은 농번기라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가덕도 매립에 대해서도 비용이 많이 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곳은 잘 자라지 않는 작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옥토인데, 공항을 만들 후보지라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식량전쟁이 일어나면 농사지을 땅부터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체농지에 대해, 그는 "밀양시청은 밀양이 '하늘에서 내린 축복의 땅'이라 한다. 그렇다면 그런 땅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전 밀양시장 때도 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면 대체농지를 조성하겠다고 했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 이루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정권 때 농지 아깝다며 공단 조성 포기"

2004~2011년까지 하남들에서 당근, 양배추, 고추 농사를 지었다고 한 하원오(창원)씨도 "전국에서 농사짓기에 하남들만한 땅을 능가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공장 하나 없고, 겨울이면 비닐하우스 바다다. 그런 땅은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남에 공단이 들어가는 계획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웠을 때, 하남들을 대상에 두었다가 농사짓기에 너무 좋은 땅이라 아깝다며 포기하고, 지금의 창원공단을 조성했다는 말이 있다"며 "신공항 후보지와 관련해, 환경과 소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검토해야 하겠지만 농업 분야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정책실장은 "신공항 후보지는 환경문제도 있지만 농업문제도 있다"며 "하남들은 식량 공장이다. 농민들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밀양시 "다른 비옥한 땅 많아, 대체 농지 조성"

이에 반해, 밀양시는 '대체농지'를 조성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밀양시 미래전략과 관계자는 "밀양시는 전체 면적에서 15~20% 정도가 도시이고 나머지가 농지와 산지다"며 "하남들이 비옥한 땅이지만, 다른 곳도 비슷한 땅이 많다. 대체농지를 조성해 농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농민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신공항을 조성하기까지 10년 정도 기간이 걸릴 것이다. 고령층은 계속 농사를 지을 수도 없을 것 같다"며 "농민들은 보상을 받게 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대체농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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