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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사이 5명 물에 빠져... 여수시 안전조치 시급"

[인터뷰] 여수 거북선축제에서 시민 5명 구한 어민 김정선씨

등록|2016.06.09 13:49 수정|2016.06.09 13:49

▲ 사고가 난 중앙동 물양장 경사면은 파래가 많아 물이 빠지면 미끄럽다. 배가 닿은 여수의 물양장마다 안전조치가 시급하다 ⓒ 심명남


전남 여수시 중앙동 나루터에서 익사사고의 위험이 반복돼 안전조치가 시급하다. 지난달 여수거북선축제 기간에는 같은 장소에서 물에 빠지는 사고가 이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배가 닿는 나루터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계 부처의 관심이 필요하다.

낙상·익사 위험 높지만 안전조치는...

여수거북선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5월 7일 오전 2시 5분경 중앙동주민센터 앞 물양장 나루터에서 20대 남성 4명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밤길에 축제 장소를 찾던 중 배를 대기 위해 설치된 비탈 형태의 구조물에서 미끄러졌다. 

앞서 6일 낮에는 같은 곳에서 여성 한 명이 물에 빠져 구조됐다. 같은 날 오후 종화동 해양공원에서는 물에 빠진 시민이 출동요원에게 구조됐다. 당시 시민을 구한 대국경호업체 출동요원의 말이다.

"배 닿는 경사면은 해초 때문에 미끄럽고, 밤에는 길이 잘 안보입니다. 6~7일 같은 곳에서 2건이 발생했고, 6일 저녁에도 우리 경호원이 물에 빠진 시민을 구했습니다. 이후 해경이 도착해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사고가 난 곳은 전라좌수영 거북선 부잔교에서 약 5m 떨어진 물양장이다. 이곳은 어선들이 접안하는 나루터로, 약 45도의 경사면이다. 특히 물이 드나들면서 파래가 끼어 '낙상과 익사사고'의 위험이 높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여수시민과 관광객이 이곳을 드나들면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달 7일 새벽 물에 빠진 20대 남성 4명은 어부와 경호업체 직원 도움으로 구조됐다. 최초 목격자인 낙지잡이 어부 김정선(59, 고소동)씨는 거북선 부잔교에서 배를 접안해두고 잠을 청하다 이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 사고가 난 물양장에서 바라본 전라좌수영 거북선 부잔교에 지난 5월 7일 새벽 4명을 구한 김정선씨의 낚시어선 금성호가 정박중이다 ⓒ 심명남


김씨는 이후 배에서 로프를 준비해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물에 빠진 행인들을 구했다. 4명 중 2명을 줄을 잡고 있었고 나머지 2명은 바다에 떠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는 "그날 얼마나 놀랐는지 구조 후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면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벌벌 떨린다"라고 회상했다.

김씨는 이어 "당시가 여수거북선 축제 때였는데 사망사고 이어졌으면 축제에 큰 손해가 됐을 것"이라면서 "다음날 낮에도 같은 나루터에서 물에 빠진 관광객을 구했다, 물양장 경사면은 파래가 많아 미끄러우니 사람들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안전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신고를 받고 당시 여수119 소방정대와 해경도 출동했다. 119 상황실 관계자는 "구조대와 구급대 펌프차가 출동해 환자를 싣고 전남병원으로 후송했다"라고 말했다.

거북선 축제위원회 이사 A씨는 "주야간에 경호업체를 배치시켰는데 이 같은 사고가 난 것은 사실이다"면서 "주무부서인 관광과에 사람을 구한 어민과 경호업체 직원에게 시장표창을 달라고 상신했다"라고 전했다. 또 "사고위험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난 1일 바다에 빠진 시민 5명을 구한 김정선씨와 나눈 인터뷰다.

"축제기간에 인명사고 났으면 어쩔뻔 했나"

▲ 지난달 7일 오전 2시 5분경 여수거북선축제 당시 중앙동 주민센타 앞 물양장 나루터에서 물에 빠진 시민 4명과 관광객 1명을 구한 낙지잡이 선장 김정선씨의 모습 ⓒ 심명남


- 사고현장을 어떻게 발견했나?
"새벽에 배에서 자는데 악 쓰는 소리에 깨었다. 젊은 사람들이 노래 부르고 노는 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고 보니 물에서 텀벙거리고 있었다. 내가 물에서 뭐하냐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자 '사람 살려'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급히 배에서 줄을 챙겨 뛰어가니 4명이 물에 빠져 텀벙거리고 있었다. 둘은 줄을 잡고 있었고, 둘은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줄을 던져 구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후 사람들이 몰려왔다."

- 이후 여수시에서 연락은 없었나?
"사고 이후 119에서 메시지 확인 문자가 왔다. 또 오후에 전화가 왔다. 행사 축제위원회로 보이는데 여수시장표창장을 주겠다며 주소와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

- 줄은 던져주고 119에 직접 신고했나?
"하도 급해서 줄을 던져주면서 119를 불렀다. 이후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나니 119 구급대가 도착했다."

- 어떻게 사고가 난 것 같나?
"이곳 물양장 경사면은 파래가 많아 물이 빠지면 미끄럽다. 사고가 난 게 처음 1명이 파래를 밟아 미끄러져 물에 빠지니 나중에 친구 3명이 건지려고 왔다가 그들도 빠졌다고 한다. 또 다음날 오후에도 관광객 한 사람이 빠졌다. 마찬가지로 파래에 미끄러졌다.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멋모르고 바닷가로 내려가다가 변을 당한다. 특히 밤에는 굉장히 위험하다. 사람들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안전조치를 빨리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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