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나무도 싹둑..."이런 공사는 처음"
여수시, 가로수 바꿔심기사업 논란... "공원나무 함부로 벌목하는 일 없을 것"
▲ 여수시가 도원사거리와 장성삼거리에 가로수 교체사업을 추진 중이다. 30년이 넘은 메타세쿼이아를 베어버리고 5년산 먼나무를 심기위해 도로가 파인 모습. ⓒ 심명남
30년 넘은 가로수를 싹둑 잘라버린 전남 여수시의 가로수 교체사업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5월부터 여수시청 1청사가 위치한 도원사거리와 장성삼거리에 가로수 교체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30년 된 수목들이 싹둑 잘려 나갔다. 또 멀쩡한 인도가 파헤쳐진 곳에선 도로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고목 잘리고, 도로는 파이고... '이런 공사 참 나빠요'
▲ 가로수 바꿔심기사업을 위해 메타세쿼이아가 뿌리채 뽑혀 있다. ⓒ 심명남
▲ 여수시가 가로수 바꿔심기사업을 위해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뽑고 있다. ⓒ 심명남
▲ 여수시가 6월 18일까지 도원사거리와 장성삼거리에 가로수 교체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가 출범하면서 심은 30년이 넘은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싹뚝 잘린 모습 ⓒ 심명남
여수시가 추진 중인 '2016년 도원로, 소호로 가로수 바꿔심기사업'은 나무식재 비용으로 2억5600만 원(지특 50%, 시비 50%)이 편성됐다. 또 이로 인한 도로정비 공사비용으로 5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량은 시청부터 도원로까지 2.5km에 이르는 거리다. 여수시는 30년 된 메타세쿼이아를 잘라내고 5년도 안 된 작은 수종의 먼나무를 심었다. 188그루가 교체된다.
이 사업에 논란이 인 것은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부터였다. 이후 시민단체에서는 이 사업을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을 처음 알린 <똑소리닷컴> 한창진 대표는 30년도 넘은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대낮에 베어내는 여수시의 행정을 질타했다.
▲ 여수시가 가로수 바꿔심기사업을 위해 30년된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뿌리채 뽑고 있다. ⓒ 심명남
▲ 여수시 도원로에 30년이 넘은 메타세쿼이아를 베어버리고 5년산 먼나무를 심어놓은 가운데 도로가 파인모습 ⓒ 심명남
한 대표는 "30년이 넘은 메타세쿼이아를 베어버리고 5년도 안돼 보이는 먼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더 심어야 할 석유화학 산단 배후도시에서 적합한 시정이냐"라며 "그 작은 먼나무가 자라려면 30년이 더 필요하다"라고 한탄했다.
한 대표는 "잘려나간 가로수는 처음 시민이 심은 것도 아니고 전문직 공무원이 심었다"면서 "그것도 모르고 대책은 세우지 않고 30년 된 나무를 한꺼번에 벤 것이 잘 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우선 작업은 중단됐고 옮겨 심는 방향으로 선회됐다. 특히 공무원이 이를 변명하는 댓글을 단것도 문제가 됐다.
한 대표는 "시민이 다 쳐다보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이 나무를 벤 것이 소통 행정이냐"라며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어놓고 이런 글과 댓글을 쓰는 것이 시청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문이다"라고 적었다.
▲ 여수시가 추진중인 가로수 바꿔심기사업이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일자 담당부서인 산림과에서 내건 안내문의 모습 ⓒ 심명남
그의 페이스북에 댓글도 쇄도했다. 임**님은 가뜩이나 미세먼지 땜에 온 세계가~ 비상이 걸렸는데. 진짜 몬살어~"라고 비꼬았다. 이**님은 "정신없는 양반들이네요 ... 처음부터 수목을 잘 알고 심을 일이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썼다.
임**님은 "그러한 돈 있으면 다른데 써야지...., 애써 키운 아까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여수시 행정을 전형적인 예산낭비라고 지적한 것.
강**님은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인 듯하다"면서 "여수시가 매년 가로수에 가지치기 할 때마다 나무를 몽당연필 만들듯이 해서 어이가 없었다"라며 "정책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에 찹찹한 심정이 들더라구요..."라며 여수시의 가로수 정책을 비판했다.
지자체, 도심에 맞는 가로수 선정 '신중'을 기해야
▲ 여수시는 학동 이달초부터 거북선공원에 총 24억 8900만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인 학동 하수저류시설 공사에 착수한다. 홍수 예방 차원이란다. 메타세쿼이아에 두른 빨간띠는 잘려나갈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일자 여수시 공원과장은 최대한 이식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심명남
페이스북에 논란이 일면서 이 같은 정책을 질타하는 문의전화가 여수시에 쇄도했다. 여수시는 뒤늦게 길거리 10곳에 '도원로·소호로 가로수 바꿔심기 안내말씀'이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편 여수시는 지난해 5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바뀌심기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시민위원회 의견수렴과 여수시 가로수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존 가로수인 메타세쿼이아 237주중 53주를 이식하고 184주를 제거해 먼나무 182주를 심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4일 나무심기가 마무리 됐다.
여수시가 밝힌 가로수 교체이유는 메타세쿼이아가 대형화 되어감에 따라 보도블록 들뜸 현상이 발생하고, 고압선에 장애가 되며 뿌리와 나뭇잎이 하수구를 막아 강우시 침수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여수시 산림과 관계자는 나무를 옮겨 심지 않고 베어버린 이유를 "나무 한그루당 1백만 원 이상의 이식비용이 든다. 나무가 크다 보니 뿌리가 인도까지 뻗쳐 분을 뜰 수 없어 큰 나무를 베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시에서도 도심에 맞지 않는 가로수 식재는 수종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항변했다.
특히 여수시는 이달 초 학동 거북선공원에 총 24억 8900만 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인 학동 하수저류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여수시 공원과 관계자는 "공원의 메타세쿼이아 33주 등 총 184주의 나무는 이식 예정이다"라면서 "이를 계기로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가능한 나무은행에 이식하고 공원나무는 함부로 벌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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