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아무리 더워도 일거리만 있다면 행복하죠"

불볕더위에 나무그늘에서 만난 공공근로 할머니들

등록|2016.06.10 14:02 수정|2016.06.10 14:02

▲ ⓒ 김학용


▲ ⓒ 김학용


▲ ⓒ 김학용


오늘(6월 10일), 불볕더위에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까지 높아진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태양은 이글거립니다. 문득 창밖으로 회사 주변을 보니 생활 쓰레기 청소로 공공근로를 하시는 할머니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계십니다.

할머니들은 따가운 불볕더위를 피하려고 긴소매 티셔츠에 모자와 수건까지 두르신 데다 공공근로를 나타내는 조끼까지 입고 계시니, 이마에는 연신 땀이 흐릅니다. 이분들을 보니 "덥다"는 말조차 그저 사치라고 느껴집니다. 밖으로 나가 할머니들 곁에 살며시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많이 더우시죠?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유,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맙지요. 저는 물보다는 커피라도 한잔 얻어먹었으면 좋겠네요."

물 한 잔에 커피 두 잔을 타서 가져다 드리며, 지나가시는 길에 언제든지 사무실에 들러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아직 초여름인데 이 정도는 아직 견딜만해요. 아무리 더워도 일거리만 있다면 우리한테는 그저 행복한 일이죠."

그랬습니다. 할머니들의 선택은 공공근로였습니다. 고령에다 몸도 성하지 않은 할머니들도 마냥 쉴 수만은 없다고 합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공근로가 온종일 쓰레기를 줍는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에겐 '신이 내린 직장'과도 같았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못한 할머니들의 애환을 듣다 보니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오늘은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넘어서고 햇볕도 강하다고 합니다. 지금도 허리가 굽은 그 할머니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터입니다. 이럴 때는 소나기라도 한 줄기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혹시 지나는 길에 폐지와 쓰레기를 줍고 땀을 흘리시는 할머니들을 보신다면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은 따뜻한 말과 손길을 먼저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할머니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감사의 말 한마디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열쇠라고 믿습니다.

할머니들의 밝은 웃음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오늘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