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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청산은 선언만... 새누리당 워크숍 실상

토론 없는 형식적 마무리, 정작 상임위원장 경쟁만 불꽃 튀었다

등록|2016.06.10 21:43 수정|2016.06.10 21:43

▲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이 열렸다. ⓒ 이희훈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10일 발표한 '계파 청산 선언문' 중 일부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이를 낭독했다.

"혁신과 화합만이 살 길이라는 결연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로 시작하는 낭독문은 "분열과 작은 정치를 넘어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해 나갈 것", "국민만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일하겠다",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결과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국민의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낸다"로 마무리됐다.

이번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에 따른 '공천파동'과 같은 사태를 다시 초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진정성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계파 청산을 말하면서도 그 배경이 된 공천파동 책임을 따지지 않았다. 또 총선 직후 여러 번 제기됐던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 탈당파의 복당 문제도 논의하지 않았다. 즉,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게 뻔한 '뇌관'은 그대로 둔 채 계파 청산을 천명한 셈이다.

새누리당의 계파 청산 선언이 사실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론 한 번 없이 계파 청산 선언? 진짜 관심은 '자리 싸움'

새누리당은 이날 계파 청산 등과 관련된 토론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1시간 30분 동안 의원끼리 조를 나눠 진행한 분임토의 주제 역시 ▲교육·복지 ▲주거·환경 ▲안전 ▲일자리·경제 ▲미래먹거리 ▲청년·소통 ▲외교·안보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탈당파 복당이나 계파 청산 등 당과 정치혁신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자연히 그에 따른 후속조치보다 당위성에만 기댄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짜이면서 8개로 줄어든 여당 몫 상임위원장을 두고 후보자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3선 의원 22명과 상임위원장 경험이 없는 4선 의원 2명 등 총 24명이 상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위원장 임기가 통상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20대 국회에서 단 한 번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하는 의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오는 13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 워크숍이 마지막 '교통정리' 기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 현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상임위원장 문제를 논의하는 등 물밑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였다. 분임토의 이후 예정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상영 행사 땐 아예 정진석 원내대표와 중진의원들이 따로 나와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정리는 안됐다.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등 최대한 많은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고 공감대를 모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순서에 대해선 결론을 못 내렸다. 정 원내대표는 "전반기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하고, 후반기 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하자는 결론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3선 이상이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자율적으로 (하기로 했다)"라면서도 "오늘 안에 결론은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새누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7월 말에서 8월 초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총선 공천파동 문제와 계파 갈등, 탈당파 복당 문제는 재차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문제를 두고선 계파 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친박계는 "(새 지도부에 의해) 복당문제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전대 후 복당 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혁신을 얘기하기 위해선 복당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천파동 책임 문제를 두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이 당시 '참패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에 대한 제명·당원권 정지 등 강도 높은 징계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혁신 메모'를 작성해 당 안팎 인사들에게 돌린 점도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진행형' 계파갈등 유야무야 덮은 결과는?

생각에 잠긴 김무성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 참석해 고개를 뒤로 넘기고 있다. ⓒ 이희훈


이 같은 상황은 '계파 청산 선언'으로 유야무야 덮었던 문제들이 역풍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을 키웠다. 당장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들의 인식을 봐도 계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날 계파 청산 등을 주되게 논의하지 못한 까닭을 '비박의 눈치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지금 왜 조용한지 아나, (상임위원장 후보인) 3선 이상들이 비주류(비박)가 많은데 지금 사심 때문에 입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서 경선 가능성이 커지자 의원 다수인 친박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토론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박계 5선인 정병국 의원은 "(난상토론을)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선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원인을 진단해 놓고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바꿀 거냐, 원인 중 하나가 공천파동이라면 그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 이렇게 가야 하는데 답답하다"라면서 "(유승민·윤상현 등) 복당 문제도 이렇게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한번 진단도 안 해보고 난데없이 툭툭 튀어나오니까"라고 현 상황을 답답해했다. 

"오늘 자리에서 이 같은 지적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는 "오늘 프로그램에 그런 게 없지 않나"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도 이른바 '혁신메모' 관련해 워크숍에서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작성만 해서 전달한 건데 그게 (외부로) 나간 것"이라며 "무슨 발표를 하겠나, 그런 자리도 없고 내가 (주도해) 하는 것도 이제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임토의 이후 "당내 현안을 다루진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얘기가 나올 리 없다, 상임위 얘기만 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대위가 앞으로 성과물을 내놓을 텐데 복당 얘기를 빼놓고 그런 성과를 내놓을지 의문"이라며 "총선 때 기막히게 죽은(낙천·낙선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 우리가 이 사람들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고 내용을 밝히는 게 당원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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