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국발 경제 쓰나미, 한국을 삼켰다

[긴급 점검 대중국 위기①] 위기의 대중국 수출, 돌파구는 없는가?

등록|2016.06.13 15:26 수정|2016.06.13 15:26
1992년 수교 이후 매년 10%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대중국 수출이 급속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대중국 수출의 급감은 지난해부터 불황형 흑자로 나타났는데, 올 2분기부터는 그 불황형 흑자마저 그 기세가 꺽이고 있다.

이제 25년째 제조업의 중국수출로 발전하던 한국 경제의 흐름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이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한중 관계에 집중하던 기자는 최근에 감지되는 주요한 징후들을 바탕으로 대중국 교류의 시사점을 세차례에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한국무역협회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4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1566억4200만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12.8%가 감소한 수치다. 다행히 수입도 줄어 무역수지는 308억5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 감소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라 수출의 26% 가량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년 4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381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4%가 감소했다. 이 기간 대중국 무역수지는 108억 3900만달러 흑자였다. 흔히 말하는 불황형 흑자다. 물론 불황형 흑자라도 지속되면 좋지만 문제는 대중국 수출액의 절대량이 감소하면서 한국 무역량의 절대폭도 급감한다는데 있다.

한중수교가 있었던 1992년 26억5400만달러 였던 대중국 수출액이 2013년에는 1458억6900만달러로 55배가 늘었다. 그 가운데 한국의 IMF관리상황 돌입(1997년)이나 국제금융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은 중국 수출에 기대어 나름대로 건실한 국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대중국 수출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시대는 2010년을 기점으로 끝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최근 들어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0.1%였던 대중국 수출증감률은 2013년 8.6%로 잠깐 회복했지만 이후 2014년 –0.4%, 2015년 –5.6%를 기록했다. 이런 속도는 더욱 가팔라져 올 4월 –16.4%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 추이2010년 잠시 반등이 있었지만 이후 성장세를 멈추다가 지난 3년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조창완


여전히 대중국 수줄이 한국 총 수출(5267억5700만달러) 가운데 1371억2400만 달러로 26.03%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대중국 수출의 감소는 무역 의존도가 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 절망적 수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 회복은 가능할까

지난해 말 우리 정부는 한중FTA를 체결하면 대중국 수출 보따리가 열릴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앞에 보여준 것처럼 4월까지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대중국 수출 감소폭은 휠씬 늘어났다. FTA가 대중국 수출에 나쁜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그럼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회복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없다'. 우선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에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중국에 팔아먹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을 했다면 그 수출 대상은 중국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국 내 한국기업이다. 삼성전자나 LG화학, 현대기아차, 포스코,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이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런 중국내 한국기업들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약화가 아니라 추락의 수준이다. 삼성 관련 회사의 중국 수출의 첨병역할을 했던 반도체나 이동전화 시장의 위축은 이제 회복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 5월 30일 미국 IT매체 폰아레나가 발표한 중국 1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은 3.2%를 차지해 8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는 26%인 샤오미였고, 화웨이, 러에코, 애플, 메이주 등이 그 뒤를 잇는다. 2013년에 1위였던 삼성은 2014년 3위, 2015년 6위를 기록했으며, 특별한 반전 계기가 없는 한 뒤로 밀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인 상황이다.

삼성은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위협받고 있다. 기존 쑤저우 공장에 이어 시안 공장을 준공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칭화 유니 등이 주도하는 중국 반도체 투자는 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의 매입과 공장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어 삼성의 텃밑까지 추격해 위협감을 더하고 있다.

톈진에서 근무하는 삼성 주재원인 한 간부는 자신의 미래에 절망적인 입장이다.

"미국 기업은 연봉 10만불에서 15만불이면 전문인력을 쓰는데, 삼성은 연봉과 교육비를 합쳐서 일년에 한화 5억원 받는 직원이 톈진 삼성에만 40명이다. 어떻게 미래가 있겠는가. 3년 안에 어려워진다고 본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노동자는 월급 400불인데, 톈진은 800불이 넘었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미래는 없다. 3년을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

다른 기업도 별반 차이가 없다. 2014년 연생산 100만대 규모의 공장에서 112만대를 생산하는 등 신기록을 수립했던 현대자동차도 창저우와 충칭 공장을 증설했는데 최근 위협감이 강해지고 있다. 우선 2015년 생산대수가 106만대로 줄었다. 거기에 미세먼지 문제로 인한 전기차 지원 정책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차는 위축되는 상황이다.

중국 내 한국 철강회사중국 시장의 부진과 중국 내 한국기업의 위축으로 위기가 가속되고 있는 한 한국 철강회사의 생산공정 모습 ⓒ 조창완


2005년을 전후로 시장점유율 20%대를 기록하며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던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추락은 다른 대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들 기업은 이때 정점을 찍은 후 지금은 시장점유율 7%전후로 10권에 머물러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2014년부터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상기업이 나오지 않아 속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대중국 수출의 주역 중 하나였던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이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분야의 경우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수출액도 줄었는데, 중국 자체 생산력 증대 등이 겹치면서 향후에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도 다시 수출 호조의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무역환경 개선, 걷는 한국위에 나는 중국

그럼 대중국 수출은 결국 끝나가는 것일까. 일단 기존의 수출 품목 가운데 향후에도 가능성을 가진 것은 많지 않다. 한류가 영향을 주는 화장품이나 아직 대중국 경쟁력을 가진 바이오 제품들은 조금 더 버틸 가능성이 있지만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은 미래가 없는 게 확실하다.

반면에 최근 뚜렷하게 감지되는 것은 중국에서 한국산 먹거리를 비롯해 한국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계탕이나 담양한과, 조미김 등 기존에 수출 가능성이 낮았던 제품들이 연이어 중국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부에서 한국산에 대한 믿음이 있고, 단가에서도 한국산과 중국산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산동성을 거점으로 한국 무역을 통한 미래 개척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고,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깝고, 이미 상당한 수교 역사를 가진 중국 산동성의 웨이하이나 칭다오, 옌타이 등의 도시에는 한국 상품을 활용한 비즈니스 개척에 공을 들이는 곳이 많다. 칭다오시 산하 현급시인 지모시(即墨市)는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전략을 가진 대표적인 도시다. 이미 162핵타아르에 3000억 원을 투자한 중방청((中纺城)이 금년 중 완공을 예정하고 있으며, 비슷한 프로젝트로 푸싱(复星)그룹도 톈마오청(天贸城)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미 착공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한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등과 직접적인 교역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동대문과 같은 기능을 하는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물론이고 타오바오나 징동 같은 중국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한곳에 구현할 준비를 맞추고 있다. 한국 제품 유통에 특점을 가진 즈모소상품신청 팡후이(房輝) 부총재는 "한국의 자신있는 기업들은 좋은 물건만 있으면 된다. 구매부터 통관, 허가 등 모든 절차는 우리가 진행할 수 있다. 좋은 물건을 가져와 이곳에서 중국 전역으로 공급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산동성 즈모에 한국 등을 특화해 만드는 중방청산동성 칭다오(즈모), 옌타이, 웨이하이나 지앙쑤성 옌청 등은 한국을 특화하는 온오프 도매시장을 만들어 한국 상권을 장악하려 한다 ⓒ 조창완


칭다오만이 아니다. 옌타이시에 위치한 화안그룹 리구오완 회장은 한중 합작에 가장 관심이 많은 기업 중 하나다. 한중 수교초기부터 한국 기업에 제조업 부지를 제공했던 화안그룹은 현재 2조 원 가량을 투자해 한중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곳은 즈모 중방청이 진행하는 온오프 도매시장 기능은 물론이고 한중 합작 성형 병원, 바이오산업 기지, 문화 창의산업 기지 등을 한꺼번에 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중 합작으로 가장 앞선 도시인 웨이하이시 역시 인천시 등과 합작으로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한 투자 등 실행 방안을 추진중이다.

반면에 가장 조용한 것은 한국이다. 서해안에 위치한 대다수 지역들이 한중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진행 속도는 이제 걸음마 수준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2013년 12월 한중경제장관회의에서 새만금에 한중경제협력단지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중국 측은 산동성 옌타이시, 지앙쑤성 옌청 등 다수의 지역에서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쉽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새만금은 이 프로젝트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우선 산업단지조차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항만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이런 지역과 파트너쉽을 할 수도 없고, 할 능력도 없었다. 새만금은 물론이고 황해 등 대부분의 경제청은 투자할 대상이 아니라 개발사업을 벌일 투자자를 찾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경제자유구역에 해당하는 경제특구나 하이테크기술구는 한국보다 5~6개 단계를 앞선 투자유치를 하고 있다.

2008년 경제청부터 국토부 개발청으로 변했지만 멈추어선 새만금국가가 개발을 주도한다고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새만금 관광단지. 투자하고 싶어도 당장은 불가능하고, 1조원이 드는 개발사업을 마쳐야 가능하다. ⓒ 조창완


2011년 국무원이 비준한 보하이신취(渤海新區)의 경우 불과 5년만에 대부분의 인프라 구축을 마쳤다. 거기에 투자자들을 위한 건물 건설은 물론이고, 주변 기업에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조달시스템까지 연계해 한국 등지에서 선진기술을 가진 부품업체의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한중 FTA'에 대한 지나친 신뢰 등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중국 무역환경의 변화를 읽고, 중국을 공략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이들도 있다.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를 통해 알려진 중국 전문가 송명훈씨도 한 예다.

송씨는 한두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모두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중국을 특화한 상단을 만들어 중국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송씨가 부딪힌 가장 큰 벽은 '한중 FTA' 타결 이후 더욱 복잡해진 중국 무역장벽이다. 무역장벽은 낮아진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위생, 보안, 검역 등을 근거로 해서 한국 제품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올해 3월 중국 산시성으로 수출됐던 한국산 조미김 2만달러 치가 전량 반송 조치됐다.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세균 수인데, 조미김이 제조 과정에서 이미 가열 처리되고 건조 상태로 유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균수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또 다른 비관세 장벽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향후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은 물론이고 제조업 분야에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다. '한중 FTA'가 환경을 개선하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한국기업의 중국 수출을 막는 새로운 장치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수출의 절대량을 차지하던 대중국 수출의 감소세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 그러면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기자는 앞으로 2~3년 안에 한중 무역에 새로운 전기들이 올 것으로 판단한다. 가장 큰 변화가 '한중 산업 골든크로스'다.

새롭게 쓰일 수 있는 이 단어는 한중간 인건비의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고, 무역 환경이 개선되어 한국과 중국간에 경제 백가쟁명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판도로 한중간 경제의 판은 짜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전반과 그 미래는 다음회에 점검해 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