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숨 쉴 공간 찾으려는 몸부림, 여수의 섬 순례
[섬에서 함께 놀자] 당구와 테니스의 시작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초입입니다. 뒤로 삼호교와 거문도등대가 있는 수월산이 보입니다. ⓒ 임현철
"몸이 왜 이래?"
아내의 호들갑.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여수 '거문도 백도'를 다녀 온 후 반응입니다. 팔 다리 곳곳이 발갛게 부어올랐으니 놀랄만합니다. 약 발라주는 아내가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내도 "거문도 백도 여행 중 '기와집몰랑'만 못 가봤다"며 가고 싶어 했거든요. 다음에 같이 가기로 했지요. 아내가 약 발라주는 이유요? 이거지요.
모 기
임호상
언 놈이었을까
잠들지 못하게 하는 새끼
차라리 가슴 아리게 하지
목덜미며 손등 붉혀 밤 간지럽히는,
온통 귀만 열어놓고 어둠을 듣네
숨죽이며 잡을 때까지 잠복근무
윙~ 윙~ 그 녀석이 왔다
순식간에 확 소리를 덮쳤다
불을 켠다 손바닥에 피
있다, 없다,
- 시화집 <여수의 노래(임호상 시, 이민하 그림, 시인동네)에서> -
거문도(巨文道), '문(文)'과 '문(門)' 혼용 필요
▲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때를 알려주는 거문도의 영국군 묘지입니다. 풍수에서 보면 여의주 형국이라는 안 노루섬이 인상적입니다. ⓒ 임현철
올해 또 다시 '여수의 섬' 순례 중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탐방에 나섰습니다. 거문도 방문은 근 10년 만입니다. 확 트인 태평양을 보니 숨통이 뻥 뚫리고, 설렘이 가득합니다. 집 떠나 홀로 여행하는 건 여유롭게 숨 쉴 시간과 공간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지 싶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거문도는 동도, 고도, 서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습니다. 거문도는 삼도, 삼산도, 거마도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세기 말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영국, 러시아, 미국, 일본, 청나라 등 세계열강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때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년 4월~1887년 2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항의하러 거문도에 온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걸 보고, '거문(巨文)'으로 개칭토록 권유해 거문도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쪽에선 거문도를 흔히 "큰 문이 되는 섬, '거문(巨門)'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거문도(巨文道)의 '글월 문(文)'보다 '문 문(門)'을 선호하는 겁니다.
이는 "고대부터 거문도가 동아시아 뱃길과 바닷물이 오가는 중심이고, 해양시대인 지금은 세계로 드나드는 큰 관문, 즉 큰 통로"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쯤 되면 거문도 한자 표기를, 큰 문장가란 의미의 '문(文)'과 태평양 관문이란 의미의 '문(門)'을 혼용해도 될 듯합니다. 굳이 하나의 뜻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으니까.
"어족 자원 보호 위해 권역망 감척사업 필요"
▲ 어족자원 보호 방안으로 '권역망 감척사업',' 갈치 쿼터제'와 '낚시 허가제' 등을 주장하는 염동필 삼산면장입니다. ⓒ 임현철
남해의 어업전진기지 거문도. 내해에 양식장이 즐비합니다. 과거에는 내해에서 멸치, 고등어, 갈치, 삼치 등을 많이 잡았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장이 대삼부도 소삼부도, 백도 등 인근 외해로 빠져나간 상황이라네요. 어족 자원 고갈은 어디나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점검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삼산면장 염동필씨 주장입니다.
"바다는 먹이사슬이 중요하다. 먹이사슬 아래 부분인 플랑크톤과 멸치가 많으면 자연스레 먹이사슬 윗부분을 차지하는 갈치, 삼치 등 어류도 늘어난다. 다시 말해 멸치를 못 잡게 하면 바다가 산다. 정부에서 진행한 어선 감척사업을 일반어선에서 멸치 등을 잡는 권역망 위주로 바꾸면 된다."
10월, 거문도 일원은 훤한 갈치 잡이 배로 장관입니다. 염동필 삼산면장은 "거문도 은갈치도 일본처럼 쿼터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배 한 척당 잡는 갈치 양을 20kg 이하로 제한해야 갈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거문도 은갈치 큰 거 10kg(10~12마리)에 56만 원 했다" 하니, 은갈치 1마리당 5~6만 원에 사 먹은 꼴입니다.
이밖에도 염동필 면장은 "낚시로 인한 바다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합니다. "낚시 면허제 등으로 오염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스킨스쿠버 활동으로 바다 속에 자주 들어가는 여수시 수중연합회 박재성 회장도 "낚시의 주요 포인트로 알려진 바다 속에 들어가 보면 바닥이 하얗게 변해 바다생물이 못 사는 백화현상이 심각하다"고 증언합니다.
백화 현상 주범에 대해 박재성 회장은 "낚시할 때 뿌리는 밑밥이 원인 중 하나이며, 밑밥에 든 방부제가 백화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박재성 회장도 "바다를 살리기 위한 낚시 면허제 도입 등의 규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삶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구와 테니스가 우리나라 최초 시작된 '거문도'
▲ 거문도 녹산 등대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을 걷는 자체가 힐링이지요. ⓒ 임현철
요즘 한창 당구가 유행이대요. 거문도는 우리나라 최초로 당구와 테니스가 들어온 곳입니다. 1885년 영국군이 거문도를 점령했을 때 처음으로 전파된 거죠. 저도 대학 때 당구 150 쳤습니다. 대학 동기들은 짠다고 했지요. 그러나 고교 친구들 사이에선 무른 편이었지요. 이처럼 바닷가 사람들의 당구 실력을 짜다고 하는 건, 아마 바닷가 거문도에서 시작되어 그러지 싶네요.
거문도 가운데 섬, '고도' 산책에 나섰습니다. 삼산면사무소~거문초교~해밀턴 테니스장~거문도 역사공원(영국군 묘)에 들렀습니다. 3기의 영국군 묘가 있습니다. 이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 당시, 검토했던 거문도 방문 근거였습니다. 실제로는 일정이 변경되어 오질 못했습니다. "마땅한 잠자리가 없는 등 경호상의 이유였다"고 전해집니다.
고도, 회양봉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뱀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여름엔 요 녀석들 조심하시길. 전망대, 거문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거문대교 왼쪽이 서도. 오른편이 동도입니다. 볼거리로 서도는 귤은 사당, 동도는 거문도등대, 기와집몰랑(신선바위), 녹산 등대 가는 길,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 등이 꼽힙니다. 개인적으로 녹산 등대 가는 길과 신선 바위를 추천합니다.
거문도에서 뺄 수 없는 게 또 먹을거리입니다. 먹을거리는 여행 만족도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경치 좋다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걸 보면. 거문도 은갈치 구이 및 조림에서부터 삼치회와 갈치회 및 고등어회 등의 생선회, 장어탕과 매운탕 등 다양합니다. 특히 거문도 자리돔 물회 놓치지 마시길. 참고로, 거문도 은빛바다축제가 오는 8월12일부터 14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 거문도 신선바위입니다. 여기에 서면 누구나 신선이지요. ⓒ 임현철
▲ 거문도 내해의 양식장과 거문대교입니다. ⓒ 임현철
▲ 그 유명한 거문도 은갈치입니다. 10월, 거문도 인근 바다는 은갈치를 잡으려는 배들로 장관입니다. ⓒ 임현철
▲ 거문도 고도의 회양봉 전망대에서 본 기와집몰랑입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의 형태가 기와집 모양이라 하여 '기와집몰랑'이라 합니다. ⓒ 임현철
▲ 거문도에서 꼭 드셔야 할 것 중 하나인 '자리돔 물회'입니다. 자리돔 물회에 면과 밥을 말았습니다. ⓒ 임현철
▲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전체 풍경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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