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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냈다는 구호물품 어디 있는지 몰라"

구마모토 지진 피해 재일교포 "하루하루 불안감...의료 상담 지원 절실"

등록|2016.06.18 11:50 수정|2016.06.18 11:50

▲ 구마모토 시내 한 주택이 지진으로 기울어져 있다. ⓒ 심규상



1차 강진, 4월 14일 밤 9시 30분 규모 6.5

2차 강진, 4월 16일 새벽 1시 25분께 규모 7.3

천지를 뒤흔든 두 차례의 강진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5일 찾은 구마모토 시내는 지진이 남긴 생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기우뚱 기울어진 주택이 도로 양옆으로 한참 동안 이어졌다. 줄 지어선 작은 전봇대도 보였다. 어떤 곳은 전깃줄에 버스 지붕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지진으로 땅이 가라앉으면서 작게는 수십 cm, 최고 1~2m가량 내려앉은 것이다. 폭탄이 떨어진 듯 주변으로 수 십여 채의 집이 무너져 무덤 형태를 띤 곳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일본 기상청은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2개월 동안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1742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전역에서 관측된 진도 1 이상의 지진 1842회의 94.6 %에 달한다.

2개월 동안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1742회

▲ 지진으로 철거가 불가피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구마모토본부(아래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실 건물 ⓒ 심규상


▲ 지진으로 벽체가 갈라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구마모토본부(아래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실. '위험'경고가 붙어 있다. ⓒ 심규상


교포들의 근황은 어떨까? 지난 15일 찾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구마모토본부(아래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실 앞. '위험'경고가 붙은 빨간 딱지가 붙어 있다. 건물 곳곳이 쩍쩍 갈라져 있다.

벽체를 밀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일본 행정기관에서도 '철거'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맞은편 건물 3동은 폐자재를 쌓아 놓은 듯 헝클어져 있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일행을 맞은 최상철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국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이 심하게 부서져 부분 수리는 안 되고 철거를 해야 해요. 일본 정부에서는 개인 주택 외 사무실은 아무런 지원을 안 한다고 하네요."

재일민단 자체 힘으로 사무실 건물을 새로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동포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는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에는 1000여 명의 교포가 가입돼 있다. 회원 중 주택 8채가 파손됐다. 다행히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는 상태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동포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지진이 두 달 이상 장기화하면서 동포 대부분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며 "심리상담 등 의료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서도, 한국 정부에서도 사실상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하루 불안감 속에 ...의료 상담 지원 절실"

▲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구마모토본부 사무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 심규상


▲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 건물 맞은 편에 있는 주택도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됐다. ⓒ 심규상


외교부 직원이 재일민단 구마모토본부를 찾은 것은 지난 4월 강진 직후 한 차례가 전부다. 한국 외교부가 구마모토 현장에 지원본부를 설치하고 교포들을 직접 챙기고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기대는 상상에 그쳤다.

구호물자의 경우 한국 정부와 아시아나항공, 충남도(구마모토현과 자매결연)에서 각각 구마모토현청에 구호물자를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동포들은 아직 물 한 병도 전해 받지 못했다.

그나마 제주도청에서 생수, 농심과 포스코 등 민간기업에서 보내온 라면이 직접 전달돼 초기 대응에 도움이 됐단다.

최 사무국장은 "정부와 충남도가 보냈다는 구호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동포들에게 지금은 물자보다는 외상 후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적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에서 의료진을 파견해 적절한 상담치료를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마모토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한국 정부도, 한국 언론도 지진으로 인한 중, 장기 후속 대책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구마모토 시내는 '웅∼'하며 또 한 차례 땅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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