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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몸을 굽히지 않으면 보기 힘든 사찰

여름 입구에서 만나는 여수 명소 향일암

등록|2016.06.19 18:10 수정|2016.06.19 18:10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서 휴가철만 되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자그마한 섬이 있다. 그곳에 가면 갓김치가 있고 서대회와 각종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드라이빙하다 보면 조그마한 암자에 닿게 된다. 조그마한 암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향일암은 4대 관음기도처(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여수 금오산 향일암)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향일암 입구향일암 매표소 ⓒ 최홍대


돌산도 끝자락 금오산에 있는 향일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향일암으로 불리게 된 것은 조선시대 때 인묵대사가 개창하면서부터이다. 향일암은 기도하는 암자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하지만 관광지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어디서 보든지 간에 시야에 막힘이 없어 멋진 풍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향일암으로올라가는 길돌계단 ⓒ 최홍대


매표소를 조금 지나가면 두 갈래길이 나온다. 좌측의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산행길과 우측의 조금은 편한(?) 산길로 가는 길 중 선택해야 된다. 돌계단으로 가는 길은 10여 분이 소요되고 산길로 가는 길은 20여 분 정도가 소요된다. 돌계단은 10여 분이 걸린다고 하나 평소에 운동을 안 한 사람에게는 숨이 차는 정도의 운동량이 필요한 곳이다.

거북모양의머리금오산 ⓒ 최홍대


조금 올라와보니 바다 풍경이 기막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냥 쭉 뻗어 있어서 망망대해가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10여 분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가슴 속에 있던 묵직한 것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저 앞에 있는 거북 머리 모양으로 돌출된 땅 모양 때문인지는 몰라도 향일암 곳곳에는 거북이 모양의 돌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북 석상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석문향일암으로 들어가는 입구 ⓒ 최홍대


여수 향일암이 다른 암자와 달리 독특한 것은 암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돌과 돌 사이를 지나야 하고, 때로는 낮은 석문으로 인해 몸을 굽히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몸을 굽히지 않으면 둘러보기 힘든 사찰이다.

수직 절벽에 건립된 향일암의 바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경문이 자연스럽게 새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글자인가 보면 글자가 아니고 글자가 아닌 것 같아 지나가려고 하면 글자처럼 보인다.

거북이향일암의 상징 ⓒ 최홍대


향일암의 대웅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바위 사이로 걸어 올라갈 때쯤 보인다. 향일암은 원통보전, 삼성각, 관음전, 용왕전, 종각, 해수관음상 등이 있는 곳으로 사찰이 갖추어야 할 구색은 다 갖추었다.

경내향일암의 경내 ⓒ 최홍대


기암절벽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경내는 그렇게 넓지 않다. 매년 향일암에서는 일출제가 열리는데 그걸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온 보람이 있다. 원통보전을 보기 위해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를 지나온 의미가 있다.

상관음전모습을 드러낸 상관음전 ⓒ 최홍대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상관음전은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한번 관문을 지나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인생은 끝없는 관문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잠시 든다. 뻥 뚫린 경관을 만나기 위해서 다시 좁다란 길을 지나가야 하는 것은 사람의 인생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인생길은 고단함 끝에 낙이 있는 법이다. 고단함을 외면하고 낙을 만날 수는 없는 듯하다.

좌선대원효대사가 참선했다는 곳 ⓒ 최홍대


바다를 향해 솟아나온 저 바위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대이다. 탁 트인 남도의 바다를 맞이하고 해풍을 맞아가며 수도했을 원효대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향일암(向日庵)이라는 암자의 이름의 뜻은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에서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 항전하기 위해 승려들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다.

남해바다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 ⓒ 최홍대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시원함을 넘어 상쾌하기까지 하다. 향일암에게 한편을 내어준 금오산 한자의 의미는 금빛 자라산이다.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과 앞으로 튀어나온 땅 모양을 보면 꼭 거북이를 닮아있다.

향일암까지는 조금 헉헉 대면서 올라갈 만하나 무릎 관절이 안 좋다든가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 한 사람이라면 금오산 등반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꼴뚜기데친 꼴뚜기 ⓒ 최홍대


향일암 매표소를 기점으로 주변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갓김치와 막걸리를 팔고 있는데 데친 꼴뚜기를 파는 곳도 있다. 지난달 서천 장항항에서 연 꼴뚜기 축제에서 만난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남해까지 와서 보니까 오랜 지인을 만난 것 같다.

여수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돌산에서도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향일암은 인생의 길이 무엇인지 조금은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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