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은 언제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요?
[섬에서 함께 놀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갈치조림'
▲ 거의 반평생 먹었던 것 중 제일 맛있었던 거문도 '갈치조림'입니다. ⓒ 임현철
여행 만족도는 세 가지로 판가름납니다. 첫째, 가고 싶은 곳이냐. 둘째, 누구와 함께 가느냐. 셋째, 먹을 거리입니다. 이중 먹을 거리는 여행 만족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어디든 멋스러운 풍경이다 보니, 그 지역의 특별한 먹을거리가 추억을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는 뭐든 맛있습니다.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첫째, 집 밖에서 먹으면 뭐든 다 맛있지요. 둘째, 섬이라 마음까지 열려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셋째, 재료의 신선도가 뛰어납니다. 거문도에서 꼭 먹어야 할 걸 꼽으라면 삼치회, 갈치회, 고등어회도 맛있습니다만 특히 '갈치조림'과 '자리돔 물회'를 권합니다.
거문도 갈치조림 비결은 '신선도'
▲ 갈치조림 밑반찬입니다. ⓒ 임현철
"거문도에서 갈치조림 먹다가 여수 시내에 나가서 먹으면 못 먹겠더라. 그만큼 거문도 갈치조림 맛이 뛰어나다. 같은 여수라도 거문도 은갈치의 신선도가 더 좋기 때문인 것 같다."
싸고 맛있는 곳은 공무원이 더 잘 알지요. 여수시 삼산면 최윤규 부면장의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 권할만한 식당을 물었더니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어라"고 합니다. 거문도에서 개인 위주 관광객을 받는 작은 식당과 단체 여행객을 받는 대형 식당 두 곳을 찾았습니다. 먼저, 작은 식당.
"갈치조림 1인분 주세요."
▲ '갈치조림' 1인분이라 헹합니다. 그래 선지, 눈으로 먹는 맛은 별롭니다. 허나,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임현철
메뉴판에 "1인분 1만2000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인도 받는다는 거죠. 군말 없이 갈치조림을 줍니다. 대개 1인분은 반기지 않습니다. 여수 시내에서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홍가' 주인에 따르면 "1인분을 내면 맛이 떨어진다"라고 합니다. 그녀는 "2인분도 덜 반갑다, 요리는 3인분 이상을 해야 푸짐하고 맛있다"라고 조언합니다.
거문도 '번지횟집'. 즉석에서 시킨 갈치조림 1인분이 나왔습니다. 일단 비주얼은 불합격입니다. 큰 냄비에 담긴 갈치조림 1인분이 보기 휑합니다. 음식은 여럿이 어울려 먹어야 맛있고, 양도 푸짐해야 입맛 돕니다. 헌데, 큰 냄비에 썰렁하게 담긴 1인분은 입맛 덜 당깁니다. 하여, 1인분은 피하나 봅니다.
황금 비율 양념, 50여 년 먹은 갈치조림 중 최고
▲ '갈치조림'이 밥도둑일 줄이야! ⓒ 임현철
"와~, 먹으면 먹을수록 양념이 입에 쩍쩍 달라붙네요."
갈치조림, 단맛과 매운 맛이 절묘하게 어울렸습니다. 갈치와 감자에 황금비율의 양념 맛이 잘 배었습니다. 이런 적이 거의 없습니다만, 갈치조림 국물까지 싹싹 긁어 밥을 비벼 먹습니다. 50여 년 먹은 갈치조림 중 단연 으뜸입니다. 이래서 거문도 갈치조림을 최고로 치나 봅니다.
단체 손님을 받는 어느 대형 식당. 예약한 갈치조림이 나왔습니다. 밑반찬은 아주 정갈합니다. 갈치조림 4인분이 나왔습니다. 비주얼은 합격입니다. 고춧가루 등 양념 팍팍, 갈치 크기도 적당하고, 푸짐합니다. 맛을 봤습니다. 갈치조림이 맛있긴 합니다. 한데 깊은 맛이 덜합니다.
▲ '갈치조림' 4인분입니다. 푸짐합니다만 깊은 맛이 부족했습니다. ⓒ 임현철
최윤규 부면장이 한 말의 뜻을 이제 알겠더군요. 번지횟집에서 먹은 갈치조림이 거문도에서 먹는 맛이라면 이 대형 식당은 여수 시내에서 먹는 맛이랄까. 또한 냉동 갈치와 생갈치를 재료로 써 만든 것과 같은 맛의 차이였습니다. 그렇다면 갈치조림은 언제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10월 즈음이라고 합니다. 거문도 앞바다에서 그 유명한 '거문도 은갈치'를 한창 잡을 때지요. 이때 잡힌 갈치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더욱 맛있습니다.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생 은갈치는 세 가지 요리로 냅니다. 은갈치 회. 갈치구이. 갈치조림. 벌써부터 10월이 기다려집니다.
▲ 거문도 은갈치, 현지에서 먹는 맛이 최고라는. 갈치조림도 신선도가 좋아야 한다는.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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