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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젊은 65세 장정, 해맑게 웃습니다

"가물어서 마늘밑이 별거 아뉴"

등록|2016.06.21 14:11 수정|2016.06.21 14:11

▲ <무한정보신문> ⓒ 이재형


바야흐로 하지(夏至)다. 잠 덜자고 일 많이 하라는 하늘의 뜻일까.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모내기를 끝내고 좀 쉬는가 했더니 밭농사가 은근히 발을 붙든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무봉리의 도로변 산밭. 어머니와 아들, 며느리가 마늘을 캐고 있다. 아들, 며느리 정 좋게 일하라고 어머니는 저만치 따로 앉아 호미질을 한다. 엊그제 감자는 캤고 이제 마늘만 뽑으면 된다.

"올해 가물어서 마늘 밑이 별거 아뉴. 비오기 전에 얼른 캐야지. 비 맞으믄 벌마늘(마늘이 갈라짐)이 돼유." 

최진성(65)씨가 허리를 펴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많이 캐면 돈도 사겠네요"라고 묻자, 나란히 앉아 호미질을 하던 최씨의 부인이 "동기간들이 사가기도 하고 나눠먹고 그런다"라고 한다.

최씨는 논 30마지기(6000평), 밭 2500평 농사를 짓는 장정(?)이다. 농촌이 초고령화되면서 70세는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88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딱 봐도 효자·효부임에 틀림없다.

마늘까지 다 캐고 나면 한바탕 비가 내릴 테고, 땅이 축축해 지면 콩도 심고 들깻모도 하고…. 쉴만하면 바빠지고 농사는 원래 그런 것이란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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