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잊었나"... 미 상원, 총기규제 법안 거부
필리버스터까지 했는데... 민주·공화 발의한 4건 모두 좌절
▲ 미국 상원의 총기규제 법안 부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최악의 총기 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총기규제 법안이 또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발의한 4건의 총기규제 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가결에 필요한 60표 이상(전체 100석)을 얻지 못하고 모두 부결됐다.
최근 올랜도에서 49명이 숨지는 총기 테러가 발생하자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지난 16일 장장 15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며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이에 찬성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법안은 어렵게 상정됐다.
올랜도를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총기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며 "늦었지만, 상원이 지금이라도 올바른 결정을 하기 바란다"라고 압박했다.
먼저 머피 의원은 온라인으로 총기를 거래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신원을 검증하고, 같은 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테러 감시 명단에 오른 사람의 총기 구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상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두 법안 모두 총기 소유의 권리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면서 각각 찬성 44-반대 56과 찬성 47-반대 53으로 부결시켰다.
민주·공화 갈등에 막혀버린 총기규제
곧이어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완화된 총기규제 법안 2건을 발의했다. 찰스 그래슬리 의원이 총기 구매자의 정신의학을 연구하는 법안과 존 코닌 의원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의 총기 거래를 72시간 보류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은 너무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4건의 총기규제 법안은 양대 정당의 갈등을 넘지 못하면서 부결되고 말았다.
민주당 대선주자 클린턴 힐러리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오늘 미국 상원은 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무기를 팔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올랜도 총기 테러와 같은 공격을 막으려면 (총기규제보다) 외국의 극단주의자 집단을 물리쳐야 한다"라며 "더욱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2012년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 2015년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올해 플로리다 주 올랜도 등 대형 총격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수많은 총기규제 법안이 나왔으나 의회가 모두 부결시켰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