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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손두부를 보니... 이런, 내 인생 같구나

유월 장마의 시작 그리고 막걸리 한잔

등록|2016.06.22 11:21 수정|2016.06.22 12:04

▲ ⓒ 황주찬


▲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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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주찬


유월 장마가 시작됐다. 하염없이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다. 지난 21일 오후, 전남 여수 백야도로 차를 몰았다. 비릿한 갯내음이 맡고 싶었다. 일이 꼬인 날이면 어김없이 바다가 그리워진다.

실은 궂은 날씨 핑계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싶었다. 백야도에 가면 막걸리 한잔에 손두부를 먹어야 한다. 굽은 길 30여 분 달려 백야도에 닿았다. 손두부 집에 들어서니 할머니 한분이 굽은 손가락으로 쟁반을 나른다.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두부가 보인다. 촘촘하지 못하고 어딘가 물러 보이는 손두부가 날 닮았다. 아니 내 인생을 닮았다. 옆자리 할아버지는 막걸리 드시다나 어딜 갔는지...

창밖 접시꽃 한송이가 애처롭다. 굳이 저곳에 필 이유가 뭐란 말인가? 뒤틀린 심사때문에 예쁘게 핀 꽃도 처량해 보이는 걸까? 양철 대문 밑에서 늘어지게 잠자는 고양이 모습도 눈에 거슬린다.

세상은 그지없이 평화로운데 내 가슴속만 파도가 일렁인다. 이럴땐 마춤한 친구가 필요하다. 오늘은 앞자리 선배가 친구가 됐고 낭도 막걸리 한잔이 원수가 됐다.

장마가 시작됐다. 불현듯 우울하거나 화가 치솟을때 그리고 누군가 사무치게 그리울때 바다에 가 보시라. 파도가 당신의 거친 목소리를 숨겨 줄것이고 바람이 당신의 눈물을 허공에 날려 보내리라.

바다에 가거든 잊지 말자. 허름한 막걸리 집 꼭 찾아 탁한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발걸음을 돌리자. 그 일이 탁한 세상에서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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