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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확보됐다'... 믿고 계약하자더니

상당구 가칭D조합, 사업부지 70% 계약한 종중회장 '무효' 선언

등록|2016.06.24 11:52 수정|2016.06.24 11:52
지역주택조합 옥석 고르기

청주 곳곳에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만에 목표 조합원 모집을 끝내기도 하고 1년이 넘도록 조합설립 조건을 채우지 못 하기도 한다. 사업이 표류하면서 시공사가 바뀌기도 하고, 사업계획이 변경되기도 한다. 청주지역에서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사업승인 포함)은 총 13개에 이르고, 2개 예비조합은 청주시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까지는 드러나 있는 조합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수면 아래에는 이 만큼의 예비조합이 조합설립 조건인 공급세대 1/2만큼의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가운데 일부는 조합원 모집을 위해 과장되거나 거짓된 정보로 수요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D지역주택조합 홍보관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적지 않게 붐볐다.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은 여느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다르지 않았다. 실장이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건넨 50대 여성은 모델하우스를 안내해주며 D지역주택조합이 지을 아파트의 장점과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상담데스크로 안내했다. 상담데스크에는 전문상담사라는 남성이 방문객을 맞았다.

▲ ▲ 20일 찾아간 한 지역주택조합 홍보관. 확실하게 토지확보를 하지 않고도 95%를 확보했다며 고객들을 현혹하고 있다. 확인 결과 이들이 작성했다는 매매약정서(사진 오른쪽)은 약정 불이행으로 효력을 잃은 상태다. ⓒ 충청리뷰


조합원 모집, 수익성으로 현혹

지도를 가리키며 "이곳에 구청이 들어오는 건 아시죠? 이쪽에는 터미널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가 처음 건넨 말이다. 그는 이 아파트의 사업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소 수천만원을 이득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D지역주택조합이 제시한 3.3㎡당 조합원 분양가는 737만 원이다.

조합아파트가 들어설 자리는 동남지구·방서지구와 연접한 곳으로 지난해 분양한 방서지구 자이(3.3㎡당 879만 원)보다 3.3㎡당 142만 원이 저렴하다. 112㎡ 기준으로 5000만 원 정도 가격차가 발생한다. 해당가격은 확장비 1000만 원과 업무추진비 1000만원을 포함한 가격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제가격은 3.3㎡당 600만 원 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재의 차이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역주택조합아파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담보돼야 한다. 첫째는 토지확보이고, 둘째는 조합원 모집이다. 상담사는 조합원 모집에 대해 자신했다. 설립 전까지 정확한 숫자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300명 선착순 무이자 프로모션이 마감됐다"는 말로 힌트(?)를 줬다.

토지확보가 됐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홍보관에서 토지확보가 됐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토지확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관을 만들고 조합원 모집을 할 업체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그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지역주택조합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토지확보이다. 토지확보를 못해 사업이 무산되고,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는 또 다른 근거로 서류들을 내민다. 모니터 속 위성사진을 가리키면서 사업예정지역 토지주들에게 받은 매도약정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매매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우리는 매도약정서를 체결했다. 금액까지 명시돼 있어 추후 변수(보상비 상승)도 없다. 조합설립 조건을 넘어서 사업승인 조건인 95%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매도약정서의 진위 여부가 궁금했다. 이미 전국 여러 사례를 통해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소비자를 속이는 불법행위를 접했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매도약정서 가운데 전체 사업부지의 70%를 차지한다는 경주김씨 종중 땅을 확인하기로 했다.

상담사에게 약정서에 서명한 종중회장의 전화번호를 물었고, 그는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전화번호 확인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던 그는 이내 돌아와 "종중회장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단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바로 앞이니 마을에 가서 물어보면 토지확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토지주 연락처까지 확인해달라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취재진을 꽤나 독특한(?) 고객으로 평가했다.

46억 원 제시했던 땅 116억 원으로...

앞서 살펴보았듯 조합원 가입으로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토지확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매동의서를 완벽히 받고도 토지매입단계에서 틀어지는 일도 생긴다. 매매동의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소문 끝에 종중회장 김 모(72)씨 연락처를 알아냈다.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갔다는 그는 지인을 통해 해당 서류를 확인시켜줬다. 그는 지인을 소개해주면서 "K사와 체결한 계약은 무효가 됐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곧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약정서에는 매매대금의 10%인 계약금을 2015년 12월 31일까지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고, 오는 6월 30일까지 잔금을 지급한다는 약정이 체결돼 있었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김 회장은 "약속한 날짜에 계약금을 받지 못했고, 이후 다른 제안도 없었으니 약정은 무효가 된 것"이라며 "땅을 팔지 말지는 다시 검토할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사업부지 내 경주김씨 종중 땅은 3만 322㎡, 상담사가 확정됐다고 설명한 매매가격은 116억원에 달했다. 임야는 3.3㎡당 150만원, 대지와 전답은 200만원씩 쳐줬다. 인근 방서지구나 동남지구보다도 높은 보상가다. 더욱이 해당업체 이전에 이 지역 개발을 추진했던 시행사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다.

취재결과 2003년부터 이 지역 개발을 추진해왔다는 시행사에서서 제시한 보상가는 46억원이었다. 종중입장에서는 2배 넘게 쳐준다니 그동안 사업을 타진하던 업체를 제쳐두고 K업체와 약정을 체결했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한 것이다.

전 시행사 관계자는 "보상가를 많이 쳐주면 좋겠지만 그려면 사업성이 없다"며 K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토지보상비가 높으면 공급원가가 올라가고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거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D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추가부담금은 없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사업이 무산되면 100%환불한다는 조항도 있다.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정분양가를 하더라도 분양가를 추가로 올릴 방법은 많다. 대표적인 방법이 옵션을 이용하는 것이다. 올초 청주 최대 지역주택조합이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를 변경해 세대당 500~700만원을 더 지불하게 한 것이 한 예다.  그런 이유로 확정분양가를 내세울 때 구체적인 옵션 품목을 계약서나 기타 서류에 남기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시점에 공사비 인상요인이 생기면 언제든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 또한 현재 조합원을 모집하는 분양대행사 또는 사업대행사가 사업주체가 아니라 조합원이 사업주체다. 조합설립 후 모든 결정은 조합원이 책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대행사가 100%환불을 약속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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