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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해병' 이야기가 시작된 도시를 아십니까

호국보훈의 달, 군산의 현대사 흔적을 돌아보다

등록|2016.06.28 11:16 수정|2016.06.28 20:02

▲ 1950년대 초 영결식 모습(군산극장) ⓒ 조종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일은 현충일, 10일은 민주항쟁 기념일, 25일은 한국전쟁기념일이다. 정부는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군산은 한국전쟁(1950~1953)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항구도시다. 1949년 4월 15일 창설된 대한민국 해병(고길훈 부대)이 최초로 감행한 상륙작전(일명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을 승리로 이끌어 '무적해병' 신화의 시발점이 됐던 것.

고길훈 부대는 한국군이 대책 없이 후퇴만 하던 1950년 7월 16일 상륙작전을 전개해 장항을 점령한 북한군 6사단의 금강 진출을 저지하면서 정부미 1만3000가마와 주요 군사물자 반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해 7월 20일까지 금강을 방패로 삼아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며 군산을 방어했던 고길훈 부대는 해상으로 철수한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 해병은 낙동강 전선에서 '귀신 잡는 해병' 신화를 창조한다. 9월에는 미국 해병대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 군산 지역에 양동 작전으로 금강을 다시 찾으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전국에서 학도병 희생자 가장 많았던 군산중학교

▲ 군산중학교 충경원의 학도의용군 충혼탑 ⓒ 조종안


유난히도 더웠던 1950년 여름.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청년 학생들이 나섰으니 학도병(학도의용군)이었다, 군산에서는 학교별로 학도호국단 간부회의가 소집됐고, '우리도 나아가 싸우자!'는 결의가 고조된다. 그들은 대부분 20세 미만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쟁터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입대를 결정했다.

그해 7월 13일, 태극무늬 머리띠를 동여매고 군산 중앙초등학교에 모여든 군산지역 6개교 중학생(6년제)은 1000여 명. 이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총만 든 채 전선으로 투입됐다. 계급도 군번도 없는 학도병들은 제7사단에 소속돼 낙동강 전선과 포항 전투, 하동 전투 등에서 용맹을 떨치며 산화해갔다.

전라북도 학도병 희생자 530명 중 군산 지역 출신은 7개교 211명으로 40%를 차지한다. 학교별로는 군산중학 97명, 군산동중 1명, 군산상업 45명, 군산사범 29명, 군산영명 25명, 군산북중 3명, 옥구중 11명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군산중학교 정원(충경원)과 은파호수공원에는 충혼탑(忠魂塔)이, 월명공원에는 '충혼불멸'(忠魂不滅)의 비가 세워져 있다. 

학생이 보는 '호국보훈의 달' 관련 군산의 현대사

▲ 강의가 열리는 청소년자치연구소 ⓒ 조종안


기자는 지난 6일 오후 군산시 명산동에 있는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학생들(7명)과 일반인(4명)을 상대로 '호국보훈의 달' 관련 군산의 현대사 강의를 진행했다.

주제는 현충일의 의미와 호남 최초 군산에서 일어난 3·1독립만세운동(1919), 악질 일본 농장주들의 높은 소작료(75%)가 발단이 됐던 옥구농민항일항쟁(1927),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젊음을 불태웠던 군산의 학도병들, 고등학생들이 거리에서 '이승만 독재 타도'를 외쳤던 4·19혁명(1960), 민주주의 도약의 계기가 된 6.10민주항쟁(1987) 등.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모두 처분해서 독립자금으로 헌납한 춘고 이인식(1901~1963) 선생과 열아홉 나이에 옥구농민항일항쟁을 이끌었던 우양 장태성(1909~1987) 선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구암동에 있는 삼일운동 기념관과 군산중학교 충경원을 돌아봤다. 최성훈(18) 학생이 보내온 글을 소개한다.

▲ 이인식 선생 동상(군산 월명공원) ⓒ 조종안


"이인식 선생님은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 부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나셨다. 선생님은 일찍 서울로 유학을 가셨다. 1916년 보성고에 입학하여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사귀셨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선생님은 독립선언문을 살포하며 군중을 미국영사관 쪽으로 유도하셨다. 선생님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셨다.

선생님은 옥중에서 많은 독립투사를 만나 외국에서의 활동상황과 독립운동자금의 필요성을 절감하셨다. 그리고 출소 후에는 암암리에 가산을 정리하여 상해로 건너가 거금 8000원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헌납하셨다. 광복을 맞아 귀국해서 교육자가 되어 훌륭한 제자를 양성하셨고, 건국공로훈장도 받으셨다. 지금은 서울 동작구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이인식 선생님 얘기를 듣고 '나라와 우리 군산의 교육을 위해 정말 노력하신 분!'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월명공원에 세워져 있는 이인식 선생님 동상과 임피중학교에 있는 비석을 한 번쯤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많은 사람이 조국을 위해 힘쓰신 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옥구농민 항일항쟁 관련 기사가 지면을 가득 채운 1928년 2월3일 치 동아일보 ⓒ 조종안


이윤조(18) 학생은 "나는 역사에 관심도 없으면서 삼일운동기념관에 갔다가 열여덟 살에 가난한 농촌으로 들어가 야학을 세우고, 옥구농민항쟁을 이끌다가 옥고까지 치르고. 해방 후에는 <부산일보> 부사장을 지냈다는 장태성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군산에도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김지훈(18) 학생은 "이한열 열사 자료와 사진을 보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분(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본받았으면 좋겠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한열 열사에 대한 신문기사나 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김명선(18) 학생은 "6·25전쟁 때 군산의 학도병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나도 전쟁이 나면 망설이지 않고 전쟁터로 뛰어들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용기가 없어 못 할 것 같았다"라면서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보내려고 해도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빠져나올 것"이라면서 놀라워했다.

"항쟁과 저항의 역사를 확인한 의미 있는 시간" 

▲ 열심히 메모하는 참가자들(군산중학교 충경원) ⓒ 조종안


강정우 자원활동가는 "지역사·향토사라는 말이 가지는 울림이 새삼 민감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근대 역사 이후 군산의 변천을 배우며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와서 이 지역의 뿌리처럼 자리 잡아 미래로, 지금의 우리로 이어지게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라면서 "그럼 우리는 오늘의 이 시간에서 어떤 역사적 경험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김채연(대학생) 자원활동가는 "강의도 듣고 탐사를 하면서 군산의 근현대사 공부를 많이 하였다, 군산 지역의 훌륭한 인물과 역사적 사건 대부분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그런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라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꼭 참여해서 군산의 역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 최루탄 냄새가 자욱했던 1987년 6월 어느 날 군산시청 사거리 ⓒ 조종안


최미나 청소년자치연구소 연구원은 "역사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간이었다, 6·10 민주항쟁 당시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군산의 거리 사진을 보면서 신기함과 동시에 현재의 역사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깨달았다"라면서 "또한, 이인식·장태성 선생 이야기를 듣고 '나도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학생을 보며 뿌듯했다"라고 그날의 탐사 소감을 전했다.

문정현 아리울역사문화(사) 대표는 "삼일만세운동, 옥구농민항쟁, 학도병, 4·19혁명, 6·10 민주항쟁 등 군산에도 면면히 이어진 항쟁과 저항의 역사가 확연하고 본이 되게 남아있음을 확인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면서 "지역 문화콘텐츠를 연구하고 지도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면서도 귀한 자긍심의 원천을 미처 알리지 못한 무지함을 반성하는 기회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디지털군산문화대전(작성자 조종안)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와 매거진군산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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