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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넘은 시인의 창작, 오랜 사유의 집성"

팔순 김정희 시인 단시조 모아 <모국어> 펴내

등록|2016.06.28 09:31 수정|2016.06.28 09:31
"사람아 먼 사람아 엇갈린 길목에서
봄여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더니
이 가을 풀 초롱 들고 어느 결에 왔느냐"

김정희 시인이 쓴 단시조 "구절초2"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김 시인이 이번에 단시조만 모아 <모국어>(책만드는집)라는 제목을 붙여 책을 펴냈다.

▲ 김정희 시조시인이 단시조집 <모국어>를 펴냇다. ⓒ 책만드는집


김 시인은 197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시력 40년의 세월을 넘어서고 있는 시조시단의 원로다. 김 시인은 2013년 경남 진주 석류공원 인근에 '한국시조문학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모국어>는 시인의 오랜 사유와 감각을 집성해 놓았고, 특별하게 정제된 차분한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정결하고도 단아한 생애를 선명하게 조감하게끔 해준다.

"황토 벌 거친 들판에 꿈의 씨앗 뿌렸다
땀방울 흙에 묻고 결실을 기다렸건만
거둘 것 없는 그날의 분노인가 저 불길은"

"들불-농민 시위를 보며"라는 제목의 단시조다. 외국농산물 홍수 속에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농민들의 분노를 표현해 놓았다. 김정희 시인은 농민의 삶과 같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꽃들은 이울기에 더없이 아름답고
목숨은 사라지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살아서 숨 쉬는 지금 우리 함께 좋은 날"

"좋은 날"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하루하루 지치고 힘든 현대인의 삶이지만 그래도 숨 쉬며 사는 게 '좋은 날'인 것이다. 김 시인은 늘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김정희 시인은 단시조의 창작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심화해 왔고, 명료한 분별과 이성적 경계를 지우면서 그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기는 방법론을 통해 시적 자유와 표현을 담아내 왔다"고 말했다.

한국시조문학관에서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시조, 남강을 노래하다"는 제목의 기획전이 열렸다. 김연동 윤정란 이달균 이우걸 시인 등이 낸 시화가 전시되었다.

김정희 시인은 "시조는 겨레의 얼이며 숨결이다. 신라의 향가에 연원을 두면 천 년의 역사이며 그 형식이 정제된 고려말로 보면 700여년을 이어온 이 나라의 정형시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정형시임을 천명하면서 금명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희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 시인은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허난설헌문학상, 올해의 시조문학작품상, 월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 시인은 그동안 시조집 <소심>, <빈잔에 고인 앙금>, <풀꽃은유>, <망월동 백일홍>, <그 겨울, 얼음새꽃>, <물 위에 뜬 판화> 등 12권을 펴냈고, 수필집 <아픔으로 피는 꽃> 등 3권을 펴냈다.

▲ 김정희 시조시인이 경남 진주시 새벼리 언덕에 '시경루'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시조문학관을 개관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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