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일본서 외친 "아들 입학 통지서 다음 날 해고 통보"

창원 한국산연 노동자, 산켄전기 찾아 두 차례 원정투쟁 벌여

등록|2016.06.29 16:41 수정|2016.06.29 16:41
"카이코 니 한따이시때 구다사이(해고를 반대한다)."
"올해 아들 입학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해고 예고 통지를 받은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일본 원정투쟁에 나서 호소했다. 엘이디(LED) 조명을 생산·판매하는 한국산연은 일본자본 '산켄(Sanken)전기'가 1974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설립한 외자기업으로, 최근 '정리해고'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산연 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 29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회사는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다른 공장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노동조합과 합의했던 지원금을 전면 중단했고, 갈등이 일어났다.

회사는 올해 1월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고, 2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회사는 지난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34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 2월 생산부문을 폐지(외주화)하고 영업전문회사로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회사는 지난 2월 말, 조합원 60여 명한테 3월 31일자 정리해고 예고 통지했다가 8월 31일로 연기했다. 또 회사는 생산사업부 폐지 예정일을 9월 30일로 연기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 '외자기업 횡포 중단', '공장 정상화' 등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와 맺은 단협에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열도록 되어 있다"며 "그런데 회사는 '외주 생산'에 대해 어떠한 심의와 의결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앞, 부산 일본총영사관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 "원청회사가 나서 해결하라"고 일본 원정 투쟁도 벌였다. 노동자 대표단은 지난 5월 19~23일 1차에 이어 6월 22~24일 2차 원정투쟁을 벌였다.

▲ 한국산연이 생산부문 폐지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본사인 산켄전기가 있는 일본에서 원정투쟁을 벌였다. ⓒ 이선임


▲ 한국산연이 생산부문 폐지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본사인 산켄전기가 있는 일본에서 원정투쟁을 벌였고, 소음 민원으로 일본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선임


원정투쟁에 다녀온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9일 "손에는 '어제 아이의 입학통지서를 받고 오늘은 해고통지서를 받았다'는 펼침막을 들고 원정투쟁을 벌였고, 현지에서 지나가는 시민들한테 절절하게 외쳤다"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입학과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렸다"며 "일본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학부모처럼 보이는 한 여성이 다가와서 우리를 토닥거리며 격려의 말을 하고 지나가더라. 해고 아빠의 마음이 국경을 넘어 전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정투쟁단은 산켄전기 본사와 해외영업부를 찾아갔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원정투쟁단은 산켄전기 관계자로부터 "한국산연 경영진과 논의하라"는 말만 들었다.

원정투쟁단은 "한국 경영진과는 대화가 되지 않아 왔으니 본사가 책임지고 정리해고 철회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산켄전기와 관련 있는 세계 도처를 다니며 규탄할 것이고, 항의시위를 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책임은 본사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경찰과 마찰도 벌어졌다. 원정투쟁단은 "산켄전기와 면담이 처음에 이루어지지 않아 요구하는 과정에서 면담투쟁이 계속되었고 집회 성격으로 되면서 소음 민원으로 일본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우리는 거침없이 항의했고 '다시 투쟁하러 오겠다'는 말도 남겼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산켄전기에 보낸 항의서한을 통해 "사측은 불법, 부당한 정리해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산연은 화재가 났던 공장의 수리와 정상화를 바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노사가 합의한 합의서를 위반해 해고를 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공장 운영을 정상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생산부문만 없애겠다는 사측의 결정은, 경영의 문제만이 아니라 결국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 사측의 이윤만 채우면서, 올바른 요구를 하는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창원 등지에서 다양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산연 정리해고 반대, 외자횡포 규탄, 공장 정상화, 경남지역대책위원회'는 오는 7월 11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한국산연 사태로 본 마산자유무역지역 외자기업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를 연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