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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34인조 관악밴드 만든 백발의 마에스트로

김병헌(77) 원주실버윈드오케스트라 단장

등록|2016.06.30 11:49 수정|2016.06.30 11:49

▲ ⓒ 바른지역언론연대


원주청소년교향악단 창단을 주도하고 원주시향 창단에 기여하는 등 원주관악 성장환경 조성에 앞장서 온 김병헌(77) 원주실버윈드오케스트라 단장. 김 단장이 원주에서 활동한 지난 45년은 말 그대로 원주 관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뒤 고향인 경기도 가평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그가 춘천을 거쳐 원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이다.

원주중, 원주여고, 원주고, 치악중, 원주정보공고 등에 근무하면서 각 학교마다 관악부, 현악부, 취타대를 만들고 기존에 관악부가 있는 학교에서는 후학 양성에 앞장섰다.

학교 관악부뿐만 아니다. 1987년 청소년교향악단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청소년관악합주단을 창단했다. 1997년 원주시립교향악단이 만들어진 것도 이창구·이종민 당시 원주대 교수와 함께 창단 운영위원을 맡아 뛰어다닌 김 단장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자들이 주도한 원주아파쇼나타윈드오케스트라의 초대 단장을 맡아 탄탄한 기틀을 마련한 것 역시 그의 역할이다.

2002년 원주정보공고 교장을 끝으로 38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난 뒤에도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은 중단이 없었다. 2005년 원주노인종합복지관의 요청으로 원주실버밴드를 창단, 12년째 '백발의 청춘 연주자'들을 이끌고 있다.

초기 3명으로 출발한 원주실버밴드는 '음악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을 즐겁고 보람 있게 봉사하며 살자'는 목적에 동참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현재의 실버윈드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이승화 전 지부장과 채수남 현 지부장, 원기연 부지부장 등 (사)한국음악협회 원주지부의 과거와 현재를 이끌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김 단장의 제자들일 만큼 그가 지나온 발걸음은 그대로 원주 음악계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김 단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제자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열정을 가지고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어려울 때마다 한걸음에 달려오는 제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3년 전부터는 아프리카 섬나라 어린이들의 '음악전도사'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툴레아 지역을 찾아 그곳 주민들과 음악을 통한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 고 이태석 신부의 감동 실화 '울지마 톤즈'에 등장하는 브라스밴드처럼 현지 어린이들에게 연주와 노래를 지도해 주위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밴드를 구성할 계획으로 시작한 일이다.

중고 악기를 모아 보내고 매년 마다가스카르를 직접 방문해 오선지를 보는 법과 계이름부터 가르쳤다. 그가 이끄는 실버악단 단원 중 일부가 흔쾌히 동행했다. 동행하지 못한 단원들과 제자들은 저마다 후원금과 악기, 각종 비품을 기증하는 등 적극 돕고 있다.

태평양 너머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마음은 최근 이 마을에 34인조 관악밴드를 탄생시키는 기적을 연출했다. 김 단장은 "우리의 작은 정성과 바람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음악가 양성의 꿈을 꾸게 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의 나눔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선 현지 어린이 중 우수 학생 4명을 선발, 원주로 데려와 2년간 음악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한국에서 음악교육을 받고 돌아가면 그곳에서 수백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10명의 어린이를 2개월간 초청해 파트별로 지도하고 원주실버윈드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때 함께 무대에 서는 것도 구상 중이다. 김 단장이 이 같은 야심 찬 프로젝트를 망설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은 홈스테이를 자청하거나 재능기부를 약속하는 등 수 많은 동조자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그곳 어린이들이 희망과 기쁨을 배우고 음악을 통해 주위에 감동을 전파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주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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