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다친 노동자가 부산 병원 찾은 이유
산재사고 계속돼도 산재병원 없는 울산... 대통령 공약 왜 못 지키나
▲ 지난 6월 28일 발생한 울산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로 화상을 입어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중인 피해노동자. ⓒ 플랜트노조
올해 총선에서 노동자들의 지지로 당선된 윤종오 의원(무소속, 울산 북구)이 지난 1일, 고려아연 황산누출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인 피해 노동자 2명을 차례로 병문안했다.
앞서 이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28일 오전 9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정기보수공사 작업 중 배관에서 갑자기 쏟아진 황산을 뒤집어쓰고 심한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다. 그런데, 울산 지역구인 윤 의원이 이들 피해자들을 찾은 곳은 울산이 아닌 부산이었다.
당시 화상을 입은 피해 노동자들은 공장 소재지인 울산이 아닌 부산의 하나병원과 베스티안병원 중환자실에서 각각 치료를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총선 공약이기도 한 '산재처벌강화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법은 산업재해 발생시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안전관리의 1차적 의무가 있는 원청업체에게도 직접 책임을 묻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를 통해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965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대규모 공단이 들어선 울산에서는 40년 된 노후 설비들이 즐비해 산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재병원이 없다. 이 때문에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피해자들은 응급차에 실려 다른 도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립 울산산재모병원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노동계는 물론 사회 전 구성원이 염원하는 사업이지만, 임기 4년이 되도록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 공약 미이행에 울산 '부글부글').
산재사고 이어지는 울산, 대통령 공약 산재병원은 '기약 없음'
울산에서는 2009년 이후 매년 산업재해로 평균 60여 명이 사망하고 2895명의 재해자(재해율 0.70, 전국 평균 재해율 0.69)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산재병원이 없다. 그 때문에 그동안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산재병원 건립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울산을 찾은 박근혜 후보는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산재모병원'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울산산재모병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산재모병원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 받아 경제성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시도다. KDI는 그동안 울산산재모병원 설립에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예상되는 효율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설립이 지연된다. 지역 내에서는 '산재병원 건립 필요성이 시급한데 정부가 너무 경제성만 따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4년 정부와 지역 강길부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울산 울주군에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4개 동 건축연면적 12만8200㎡, 500병상 규모의 울산산재모병원이 건립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병원 규모를 2개 동 건축연면적 5만여 ㎡, 350병상으로 축소하는 안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예산도 당초 4269억 원에서 2300억 원대로 줄였다. 문제는 이런 안조차 언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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