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경민 "이정현 의원, 당대표 경선 그만둬야"

[팟짱 인터뷰 전문]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록|2016.07.04 11:17 수정|2016.07.04 16:02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아래는 4일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한 인터뷰 내용이다.

[전체보기]신경민 "이정현 당대표 경선 그만둬야...여러 가지로 모독" ⓒ 오마이TV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내일 열어야 할 국무회의를 하루 앞당겨서 오늘 엽니다. 잠시 뒤 시작할 예정인데요. '아무래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간 녹음 파일 파문이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냐'. 왜냐하면, 이 파문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어서죠.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공영방송 KBS에 대한 청와대의 보도 개입 문제를 이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 MBC 기자 출신이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을 전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지난주 후반인데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간의 녹음 파일이 공개됐습니다. 들어 보셨습니까?
"직접 들어 봤고, 녹취록도 봤습니다."

-전직 공영방송 MBC 기자 출신이신데요. (녹음 파일을) 들어 보셨을 때 첫 느낌이 어떠셨나요?
"86년, 87년에 문제가 됐던 <말>지 사건이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별로 없는 것 같고요. 우리 언론 상황이 그 이전의 독재 상황과 별로 바뀐 게 없지 않은가. 우리가 발전했다고 말하는데 무엇이 발전한 건지 상당히 의심스럽고, 다시 한 번 현실을 확인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보도 지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개탄을 하셨습니다. 우선, 녹음 파일이 2개입니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 며칠 뒤인 4월 21일, 다른 하나는 4월 30일인데요. '어쨌든 세월호 참사 책임이 청해진 해운 선장, 선원에게 있지. 왜 자꾸 해경이 구조 못 한 탓을 하느냐'고 욕설을 섞어서 이정현 전 수석이 (김 보도국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는데요. 이 자체로 보도 개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이런 게 보도 개입이죠. 보도 통제고요. 보도 지침이고요. 이걸 지금 아니라고 강변하는데, 이런 것이 개입이죠. 대개 <말>지 사건도 그렇습니다만, 간섭의 내용이요. 대개는 '빼라'입니다.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고, 빼는 것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면 '줄여라'고요. 줄이는 것도 뉴스의 경우에 '앞에 넣지 말고, 뒤로 돌려라'는 것도 있고요. '리포트로 처리하지 말고, 단신으로 하라'는 것이 개입입니다. 아주 나쁜 것은 용어를 바꾸는 겁니다. 여기에서도 용어 이야기가 나올 텐데, '용어를 이렇게 바꿔라'고... <말>지 사건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죠.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보도를 해달라', '보도를 늘려달라', '앞에 넣어 달라'고 하는데 이런 것이 간섭이고, 통제고, 지침인 것이죠."

-지금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정현 의원이 당시 홍보수석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것이다'라는 주장을 해서 파문을 더 키우고 있는데요. '청와대가 일반 국민 눈높이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판단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고요. 이정현 수석의 4월 21일, 30일 통화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고요. 2013년 김시곤 보도국장이 취임한 이후부터의 비망록이라고 돼 있잖아요. 이것이 이미 공개가 돼 있고, 재판에 제출된 상태에서 그때 2번만 한 것이 아니잖아요. 당시에는 홍보수석이었지만, 이미 정무수석이었을 때 한 것도 있고요. 2개의 녹음 파일은 긴 보도 통제 속에서 일부분이 나간 거니까요. 이원종 비서실장은 취임하면서 '행정의 달인'이니... 이분이 역대 정권에서 고위직을 많이 한 분이고요. 여러 중요한 일을 많이 한 분인데요. 엊그제 얘기는 변명이라기보단 정신 나간 소리고요. 자질이 매우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보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인데요. 다시 한 번 녹음 파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면 이번 사건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이원종 실장의 말대로 '이정현 홍보수석의 개인 판단이었느냐, 아니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인데요. 이 대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봤네'라는 대목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물어볼 수가 없잖아요. 대통령에게 '봤소? 안 봤소?'라고 물어볼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대개 청와대 관계자들의 수법입니다. 도저히 확인될 수 없는 평가를 들어서 '대통령이 관심 가지고 있으니 잘들 알아서 해주시오'인데요. 권력의 측근, 문고리에 가까울수록 이 수법을 많이 써먹죠. 5공화국 때도 이랬으니까요. '우리 영감이 MBC만 보는 거 알지 않소? 어제 (뉴스를) 보고 뭐라고 하십니다' 이러면 물어볼 수가 없죠. 완전히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 거고요.

틀림없이 이런 대목이 있을 겁니다. 대통령이 보면서 표정이 변했거나 한 마디 했다던 지가 있으니 그럴 것이고, 완전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진짜로 (대통령이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죠. 그러나, 분명히 이런 대목은 있고요. 청와대 문고리에 가까운 사람들이 항시 쓰는 수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고요. 이걸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권력자의 심기를 가지고 측근이 써먹는 수법이 동원돼서 매우 전통적인 보도 통제의 방법입니다."

-예컨대, 대통령이 지시했다면? 확인할 수는 없지만...
"확인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실제로 박권상 전 KBS 사장이 계셨을 때 그 당시에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박권상 사장은 기록으로 남겨 놨어요. 박권상 비망록 비슷한 건데요. 그때 옷 로비 사건이 났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보자'고 해서 (청와대에) 들어가서 정면으로 대통령과 KBS 사장이 붙은 거죠. 박 사장이 여기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대단히 섭섭하다'는 말을 했고요.

그런데도, 박 사장은 굴복하지 않고 '보도를 그대로 하라'고. 보도 책임자들에게 대통령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전달하지 않은 것이 박권상 비망록에 남아 있습니다. 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저도 그 책을 오랜만에 읽어 봤는데요. 선한 권력은 없지만, 최소한의 염치를 갖춘 권력이 우리한테 필요하다는 거죠. 상식과 예의범절과 염치를 갖춘 권력이 있어야 하는데 만약에 '대통령이 봤네'라고 하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나 상식을 갖추지 못 한 거고요. 수석들이 그런 데 대한 의식이 없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권상 사장과 길환영 사장. KBS 직원들은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은데요. 앞서 지적해주신 대로 두 개의 녹음 파일 이외에 김시곤 보도국장의 일일 업무 기록, 비망록이죠? 공개됐습니다. 공개한 내용을 쭉 보면 2013년 초반부터 계속 청와대의 보도 개입 이런 것이 길환영 사장을 통해서 진행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넣어라', '빼라', '올려라', '줄여라' 상당한 지시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내용을 볼 때 'KBS는 자정 능력을 잃은 상황 아니냐'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자체로는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요?
"글쎄요. 외부의 언론 자유 문제가 있고요. 내부의 언론 자유 문제가 있는데요. 비망록을 볼 때 길환영 사장 체제 아래에서 내부 언론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요. 길환영 사장을 통해서 외부의 압력이 들어 왔다는 방증이죠. 청와대 실장이나 수석들이 많을 거 아니겠어요? 이정현 수석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일하면서 일관되게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KBS 내부 채널은 사장도 있을 거고요. 본부장도 있을 거고요. 일선 기자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채널이 여러 가지겠죠?

길환영 사장은 비망록을 보면 충실하게 청와대 하명을 받아서 보도 본부 라인에 전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 회의에서도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이죠. 사장이 아니라 청와대 직원처럼 수행한 겁니다. 자격이 없는 사장이죠. 정권이 최소한의 염치를 가졌다면 이런 사장을 보내는 것도 안 됩니다. 지금 정권의 방송 장악 양태가 여러 가지면서 결국은 인사로 개입, 장악의 단초를 마련하고, 인사로 흔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데요. 이렇게 보면 내·외부의 언론 자유가 중요하고, 이게 갖춰져야 최소한의 언론 자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현재 언론의 상태, 체질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생각됩니다."

-비망록 그리고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보면 마치 이정현 수석, 길환영 사장, 김시곤 국장이 한 회사 다니는 선후배 사이로 보여요. 이를테면 이정현 수석이 '내가 출입처가 여기잖아. 나는 오늘 여기서 잘게'라던가. 기자들 용어로 '야마를 이렇게 잡으면 어떡하냐, 중심이 이게 아니지 않으냐', '해경을 조질 때가 아니라 선주, 선장, 선원을 조져야지. 기사 방향을 왜 이렇게 쓰느냐'고 한 회사 선후배처럼 얘기하는데요. '이런 일체감을 가질 수 있는 건가'하는 의혹도 듭니다. 어떻게 보세요?
"이정현 수석은 정당 생활을 시작할 때 정당 공보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고요. 기자들의 체질, 신문, 방송의 차이, 편집 과정을 굉장히 잘 알죠. 오랫동안 기자들과 뒹굴다시피 살았기 때문에 거의 취재와 편집의 전 과정을 잘 이해하면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 보면 아주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뭘 빼달라', '제목을 바꿔달라'던지... 이 녹음 파일뿐 아니라 전체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은 거의 기자 생활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선배처럼 행동하고 그러는 건데요.

본인의 위치가 청와대 수석이라는 걸 거의 망각하는 거고요. 정당 공보실에 있을 때처럼 청와대 수석직을 수행한 것 아닌가. 죄의식이 전혀 없고요. 기초와 상식과 염치가 전혀 없는 수준까지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명하는 것도 통상적인 업무라고 그러잖아요. 보도 지침 때도 똑같은 변명을 했습니다. 머릿속 구조나 상황 인식이 보도지침 <말>지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사건을 겪었는데도 시대를 반성하지 않고 넘어온 겁니다. 86년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겪고, 우리가 깨어났다고 말은 하지만... 그 이후에 많은 대선을 거쳤지만, 제대로 시대를 정리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 한 채로 여기까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86년 보도지침 사건 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면 무엇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길환영 사장 이야기 좀 더 여쭤볼게요. 2013년 8월 20일 자 KBS 9시 뉴스에 보도된 내용이 있습니다. '국정원 댓글 작업, 11개 파트가 더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는데요. 이튿날 길환영 사장이 간부 회의를 소집해서 '똑바로 하라. 어떻게 이런 게 나갈 수가 있냐'고 고함을 쳤다는 겁니다. '청와대의 방송 장악이 세월호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어쩌면 김시곤 비망록 이전부터도 계속됐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가질 만한데요.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보도 통제에 대해서는 이대로 묵과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금방 말씀하신 8월 20일 자 보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당시 제가 국정원 댓글 사건에 깊이 관여돼 있어서 이 보도를 보고, 이게 댓글 사건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는가를 알게 해줬는데요. 또 한 가지 의아스러운 거는요. KBS 특종이었는데 뒷부분으로 갑니다. 기자적 감각으로 봤을 때 이렇게 엄청난 보도를 뒷부분에 배치한 것도 이해가 안 갔는데요. 뒤늦게 경위를 듣고, '이 사람들이 최소한 멍청하지는 않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보도 중요성을 알고 뒤로 보냈다는 거죠. 순서와 상관없이 이 보도는 매우 빛나고요. 이 보도 덕분에 국정원 댓글 사건이 한 단계 진실에 다가갈 정도로 중요했습니다.

아무리 순서를 바꾸고, 물타기를 해도 이 보도의 중요성은 그대로 있다는 거죠. 그 이면에는 금방 지적하신 대로 '도대체 KBS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KBS 보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다운그레이드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사장으로부터 시작됐고, 사장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외부 압력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아닌가', '사장 자격이 있는 것인가'하는 몇 가지 의문이 들고요. 보도를 통제하고, 관여하는 세력이 내외부에 전방위적으로 있고, 결국에는 권력의 핵심으로부터 오는 (압력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주는 엄청난 증거를 확보하게 된 거죠. 그런 점에서 봤을 때는 세월호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보도 통제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장기간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점검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첫 번째로 '과연 김시곤 국장이 있을 때만 그랬겠냐', '그렇다면 지금 현재는 어떤가'도 짚어봐야 할 것 같고요. 'KBS만 그런 건가, MBC나 SBS는 안녕한가' 이 문제도 따져봐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당연하죠. 장기간이고, 전방위적이고,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일 거고요. 저는 MB 정권 초기에 앵커를 하다가 잘렸습니다만,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고요. MB 정권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서 앵커를 찍으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광고 탄압을 시작했고요. 방문진 이사회는 이미 장악돼 있었습니다. 이사회 장악이 되는 건 6대3의 구조로 돼 있어서 여섯 명의 이사를 여당이 보내면 되거든요. 이사는 보냈는데 MBC라는 방송사가 장악이 안 되니까 앵커를 찍어내기 위해서 광고 탄압을 했고, 광고 탄압을 해서 앵커를 찍어 내고.

그전에 (MBC) 보도국장을 찍어내서 나간 사람이 김성수 의원이고 박광온 의원입니다. 당시 정치부장이 최명길 의원이고요. 국장을 찍어낸 뒤에 앵커를 찍어내고, 마지막에는 사장까지 찍어내고요. 그렇게 인사에 개입한 거죠. 그러고 나서 김재철 사장을 보내서 MBC 체질 개선에 나서서 시용 기자를 대량으로 쓰고, 노조를 무력화시켰죠. 다양하고 끈질긴 공격을 몇 년에 걸쳐서 했습니다. KBS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고, KBS는 오히려 체질 개선을 더 할 필요가 없이 쉽게 했던 건 아닌가 싶죠. MBC와 KBS 장악은 양태는 조금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합니다. MB 때 시작된 방송 체질 개선이 박근혜 대통령에 와서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노조에서 주장했던 방송 장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이어져서 된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봐야 하나요?
"방송만 그렇다고 볼 수 없고요. 언론이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신문은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방송도 마찬가지고요. 인터넷 언론은 영세하고요.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서 언론 장악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하고 있고요.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죠."

-이 정도 수준이라면 대한민국은 OECD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어려운 민주주의 수준 같은데요.
"저는 명목상의 민주주의라 말하고요. 민주주의 지표가 대단히 많이 있죠. 그중 하나가 언론이고, 법원이고, 검찰이고, 국세청이라 보는데요. 우리가 주제로 말하는 언론 상황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스마트 시대로 진입하면서 사실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언론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언론의 질은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취임 후에 첫 번째 대국민 담화를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방송 장악을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 자리에서 국민에게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시곤 국장의 비망록을 보면 박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KBS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데요. 이 점에 대해서 대통령의 책임은 없는 걸까요?
"자세하게 무슨 전화를 하고 이런 거야 대통령이 모를 수 있지만, 대통령이 방향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거든요. 양태는 모르겠지만, 목표와 방향은 분명히 박 대통령이 알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 당시에 박 대통령의 담화를 믿지 않았죠. 이걸 믿는 사람은 국민 중 소수라 보고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의 적은 박 대통령이라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박 대통령의 공약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도 깨지고 있지만...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는 공약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시곤 비망록만 봐도 바로 알고요. 이정현 전 청와대 수석은 개입하거든요. 세월호는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이니까요.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바로 정권에 대한 욕이라 생각하는 이 관념은 처음부터 나왔던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런 공약은 지킬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과연 몰랐겠냐.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사사로운 내용은 몰랐어도 방향은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입장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보는 청와대의 시각 같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개인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홍보수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본연의 임무'라는 말을 했고요. 새누리당도 '정정 보도 요청한 건데 무슨 문제냐'는 태도인데요. 다 떠나서 정정 보도 요청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정정 보도는 오보라는 전제 아래에서 말하는 건데요. 청와대나 정권과 생각이 다른 것은 전부 오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판단과 생각과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을 전부 오보라 여기는데 오보는 개념상으로 봤을 때 사실이 틀린 겁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요. 선한 권력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악한 권력이 물론 있지만 대부분 권력은 민주라는 이름으로 나가려면 최소한의 염치와 상식, 예의범절을 갖춰야 하는데요. 최소한의 상식을 갖지 못하는 겁니다. '이것이 통상 업무다', '정정 보도 요청'이라고 하는 건 상식이 없는 사람입니다. 상식이 없는 사람은 권력을 가지면 안 됩니다.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거죠."

-'상식이 없는 사람은 권력을 가져서 안 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사건 초기에 KBS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봤는데요. 초반에는 다루지 않다가 중립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정현 녹취록, 여당은 지켜봐야, 야당은 청문회'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MBC 백종문 사태 때도 MBC는 크게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너그럽게 보도하는 점에 대해서 전직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자신들의 문제를 알죠. 아는데,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 지도 이익의 관점에서 생각해서 그렇게 보도하는 거고요. 지금 방송들이 다 체질 개선이 돼서 관영방송 체질로 돌아간 것 같은데요. 언론이라는 것에 대한 관점을 상실한 건데요. 현실이 이렇습니다. 우리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불행한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MB 정권 이후에 언론의 체질, 방송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슬픈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이정현 의원, 길환영 KBS 전 사장에 대해서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둔 상황입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검찰이 그랬으면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됐습니까? 민주주의 지표 하나로 검찰을 이야기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검찰이고, 법원이거든요. 이 사건이 제대로 수사받을 수 있다면, 집행유예가 붙는다고 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거나, 최소한 벌금형으로라도 기소되고, 선고된다면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겠죠. 그러나, 그건 뭐...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요. 저는 현실적 이상주의자라서 검찰이 그렇게 대오각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요. '본인이 과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파문의 주인공인데도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 진행 중인데, 대표 출마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순천 시민 지역 모임에서는 '의원직을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정현 의원이 정치인의 도리로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적어도 지역구 의원이라면 순천 시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 맞을 거고요. 만약에 이정현 의원이 '호남 정신을 계승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호남 정신은 민주와 평화일 겁니다. 이건 반민주에 표상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 본인 성찰이 필요해 보이고요. 여당에서 '잘했다. 통상업무다'라고 한다면 여당의 수준이나 체질을 보여주는 것일 텐데요. 만약에 지역구 의원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민주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시늉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본인의 진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 겁니다. 의원직 사퇴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대표 경선 정도는 그만두는 것이 맞을 거고요. 대표 경선 출마를 고수한다면 여러 가지 수준에서 모독에 해당할 겁니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앞서 'MB 정부 때부터 시작된 언론 장악은 사실상 성공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해주셨는데요. 중요한 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싸울 것이냐', '야당의 힘으로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최소한 청문회는 실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요구가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의원님께서는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특위 차원의 청문회가 있을 건데요.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는 상임위에서 의결하고, 특위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죠.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요. '여소야대가 돼 있어서 가능하다'고 보는데, 실제로 부딪혀 봐야 알겠지만 여당이 거부할 것이 분명하거든요. 위원장이 여당인 상황에서 어느 수준의 청문회가 가능할지 가늠해보고 오늘 오후에 논의합니다. 물론, 이것으로 방송이나 언론의 자유가 확보되지는 않습니다만, 방송의 지배 구조 개선 문제가 대단히 시급하다는 게 분명해지는 거죠. 최소한 필요한 조건으로 지배 구조 조건은 바꿔야 한다는 거죠. 권력의 상식과 금도를 회복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에서 대선에 관련된 문제여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일은 아니라 봅니다. 지배 구조 개선 문제는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요. 이 사안에 대한 청문 문제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여당이 어떻게 나올지 흥미롭고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습니다.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여당과 접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들 '언론 환경이 어렵다'고. 특히, 야당 의원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제대로 된 입법 활동을 하지만, 종편이나 보수 언론으로 가면 왜곡돼서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루지 않는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는 걸 봤습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차원에서 국정원 댓글 같은 것이 기획되고 있다면, 야당이 어떻게 이런 언론 환경을 돌파하면서 대선을 치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으실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일본식 자민당 체제의 50년 장기 집권을 원하는 것 아닙니까? 이 점에 대한 준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댓글 사건 같은 것이 또 되풀이돼서는 안 되고요. 댓글 사건의 주체에 대해서 각 상임위원을 통해 면밀히 모니터를 하고 있고요. 국정원 정보위원회 열려서 다시 이 문제를 환기시켰고요. 정보위원회에서는 사이버 사령부도 같이 들여다보고 있어서 사이버 사령부에도 다시 경고했습니다. 어버이연합 문제도 연장 선상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서 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도 촉구했고요. '저희가 촉구한다고 움직일까' 하는 회의는 항상 가고 있습니다. 언론의 문제가 중요한데요.

언론의 문제는 언론인들이 자각하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외부의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언론 자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합리성,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확보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 정당 활동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정현 녹취록 파문이 터진 건데요. 세월호 사건과 연계돼서, 특위 조사가 6월 30일에 끝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나와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금요일 국회 미방위에서 팟캐스트 규제와 관련된 새누리당의 주장이 나와서요. 언론중재위에서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요. 종편과 비교할 때 언론 전체 지형에서 작은 파이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것도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30년 전 보도지침 사건하고 닮은꼴 사건이 터진 격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MBC 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데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 국민에 하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30년 전 <말>지 사건이 터졌을 때 독재하에서 말은 못했지만, (언론인들이) '터질 게 터졌다',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인들이 내부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언론인들이 '또 나왔구나. 어쩔 수 없구나'라고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있습니다. 언론도 내부적으로 싸워야 하고요. 치열한 비판을 하고, 토론해야 하고요. 경제적으로 물론 어렵죠. 86년, 87년 상황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그게 체념이나 포기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경선은 출마하시는 거죠?
"결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곧 결론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기자회견을 하시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당 대표 출마하시게 되면 <팟짱>에 출연하셔서 더불어민주당의 개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함께했습니다.

<끝>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