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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6첩반상, 참 아름답다

[인터뷰] 사회적기업 여수 '민들레마을'의 25세 영양사 차지연씨

등록|2016.07.06 11:59 수정|2022.03.31 17:13
"음식 잘 못하죠? 식품영양을 전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음식 잘 못하던데? 잘하는 요리가 뭐에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예상대로였다.

"그런 건 나도 할 줄 아는데?"

지난 6월 27일 올해 나이 스물다섯 살의 차지연씨와 처음 만나서 주고받은 얘기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 던진 물음이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무척 다소곳했다. 말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살포시 미소만 지었다. 부끄러움도 많이 탔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조리장에 선 그녀의 모습은 달랐다. 다부졌다. 꼼꼼했다. 나이 지긋한 조리사들과도 금세 어우러졌다. 조리사들도 막내딸이나 손녀 대하듯이 챙겨줬다. 서로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모습이 한 식구들 같았다.
 

▲ 민들레마을 조리원들이 오후 배달용 반찬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27일이다. ⓒ 이돈삼

▲ 민들레마을에서 상가와 사무실에 배달하는 반찬. 지난 6월 27일 오후용이다. ⓒ 이돈삼


차씨는 '민들레마을'의 영양사다. 민들레마을(대표 정금희)은 2009년 여수YWCA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반찬을 만들어 사무실이나 상가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 날마다 700∼800인 분을 배달한다.

한 달에 네댓 차례 야외용 도시락도 싼다. 출장 뷔페도 운영한다. 출장 뷔페는 주로 봄·가을에 들어온다. 토·일요일이나 방학 땐 주민센터가 추천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급식도 한다. 학생들의 방학 때가 되면 더 바쁜 이유다.

민들레마을은 병원의 입원 환자들을 돌보는 건강 돌보미(간병) 지원사업도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끝났지만, 자립 경영을 해오고 있다. 벌써 5년 됐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차지연씨는 민들레마을에서 식단을 짜고 조리하는 일을 총괄한다. 식단은 주간 단위로 짠다. 식단에 따라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한다. 거래처 관리나 조리장의 위생 관리도 그녀의 몫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요리의 맛을 내는 일이다. 아홉 가지를 잘할지라도 한 가지, 맛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객이라면…. 그 생각을 늘 합니다. 제가 먹고, 저의 아빠·엄마가 드실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고객들의 고른 연령대에 맞춰서 식단도 다양하게, 보기 좋게 하고요. 맛과 영양, 위생, 정성까지 가득 담습니다."

그녀의 표정에서 믿음이 묻어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온갖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이라면 약이 될 것 같았다.

"음식에다 저의 마음까지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배고픔만 해결해주는 음식이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통해서 건강한 삶을 드리고 싶거든요. 그게 제 마음입니다. 고객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차씨는 그 마음으로 식자재를 구매한다고 했다. 조리장의 청결 상태도 젊은 감각으로 꼼꼼하게 챙긴다.

"프로가 되고 싶어요. 전문가요.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겁니다.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고, 고객의 건강을 챙길 것이고요. 꾸준히 연구해서 맛있고 영양 가득한 식단을 만들겠습니다."

차 씨의 말끝에 힘이 한껏 실렸다.
 

▲ 민들레마을의 조리장에서 한 조리원이 오이를 썰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오후 모습이다. ⓒ 이돈삼

▲ 민들레마을의 조리장에서 한 조리원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오후 모습이다. ⓒ 이돈삼



차지연씨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재작년 2월 졸업 직후 한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작년 7월 민들레마을로 옮겨왔다.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에서 더 많은 일을 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왔다.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일도 더 많이, 더 빨리 배울 수 있고요. 요즘 제가 쑥쑥 성장해 가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회사 분위기도 가족처럼 좋고요. 엄마·아빠와 같이 살고, 친구들이 많은 지역에서 일하는 것도 행복합니다."

그녀의 말에 작은 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큰 자부심이 배어있다. 영양사로서의 당찬 자신감도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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