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님, 두발 자유화는 왜 안 이뤄진 거죠?"
[현장]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 서울대를 방문하다
▲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여신주현
"아까 교수님께서 우리나라는 '신체의 자유'가 다 이뤄졌다고 하셨는데, 왜 학교에서는 교복이라든지 두발의 자유가 아직 안 이뤄진 거죠?"
6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법대100주년기념관 최종길홀.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단상 위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정규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올해 설립된 1년 과정의 '특별한' 학교다. 학생은 모두 16-18세의 청소년들.
이날은 지난달 22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방문해 강의를 들은 데 이어 또 하나의 특별한 강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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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복과 두발 자유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조국 교수에게 '시비'를 건 것은, 방금 전 끝난 강의에서 그가 "우리나라는 '자유권'은 쟁취했으나 노동과 복지 등 '사회권'이 문제"이며 "자유권 가운데 신체의 자유가 민주화의 기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자유가 다 이뤄졌다는 게 아니라 권위주의 시절에 비해서 비교적 나아졌다는 의미"라고 양해를 구한 뒤,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아직 미발달된 존재로 보고 자기결정권을 주지 않고 있다"며 "그걸 바꾸려면 청소년들이 요구를 해야 하고, 그럴 때만 바뀔 수 있다"고 공을 학생들에게 넘겼다.
불심검문 하는 경찰에 대들었다가 머리 쥐어박힌 사연
그러나 학생들의 '파상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헌법이 제대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헌법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원은 독립돼 있다고 보시나요?"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 조 교수는 학생 시절 불심검문 하는 경찰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운운하며 대들었다가 '매를 번다'며 머리를 쥐어박힌 일화를 소개하며 "헌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헌법은 대한민국의 운영원리이며 진보든 보수든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며 "헌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선 주권자들이 '헌법대로 하자'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칙론적'인 답변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조 교수의 개인사를 파고들었다.
조 교수는 '만 16세에 어떻게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내가 공부를 좀 잘했던 모양"이라며 쑥스러워했고, '이제까지 여자친구가 몇 명이었냐'고 묻자 "대학때 연애하고 바로 결혼해서 여자친구가 없었다, 재미없는 인생이었다"고 답했다.
▲ 조국 서울대 교수가 6일 오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정의와 인권'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여신주현
"노동과 복지가 공정하게 배분된 사회가 돼야"
한 학생은 일부 서울의 명문대를 제외하고는 다 '지잡대'로 부르는 현실을 지적하고, 19살 때 치르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게 과연 옳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정연주 KBS 사장이 신입사원 공채에서 출신대학 기재란을 없앴더니 합격자들의 출신대학이 훨씬 다양화 됐다더라"며 지방대 차별문제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개탄했다.
또 적절한 최저임금액에 대해선 "올리는 게 맞지만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4개년 혹은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연차적으로 인상해 20대 국회 안에 1만원까지 올렸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과의 일문일답 전에 진행된 1시간 동안의 강의에서 '갑질 풍토', '비정규직 문제', '지방대차별', '고착화된 사회계급' 등을 열거한 뒤 "기계적인 중립이 아닌 노동과 복지가 공정하게 배분된 제대로 된 중립이 이뤄진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꿈틀리 인생학교와 같은 시도에 대해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청소년들이 한번 쉬어가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찬성"이라며 "교육과정이 바뀐다는 전제하에서 6개월쯤 전국의 학교에서 확대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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