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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집필' 국정교과서, 결국 '상상집필' 초래

이준식 "편찬기준 11월 공개"... <역사부도> 집필자들 "눈 감고 코끼리 만지라는 격"

등록|2016.07.06 21:18 수정|2016.07.06 21:18

▲ 교육부가 만든 국정교과서 홍보물. ⓒ 교육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국정교과서 내용을 판가름할 편찬기준과 집필진을 오는 11월에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와 한 묶음으로 수업에 활용되는 중고교 <역사부도> 교과서 집필자들은 "<역사> 교과서 편찬기준도 없이 <역사부도>를 집필하라는 것은 '눈 감고 코끼리 만지라는 격'이라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편찬기준 11월에야 공개? "학생 교육 악영향" 초래

6일 이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은 11월에 집필진과 함께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편찬기준을 7월에 공개한다는 언급을 뒤집고, 공개 시점을 다시 4개월 뒤로 미룬 것이다.

이같이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복면집필'을 고수하는 것은, 내년 3월부터 새 국정교과서로 역사학습을 해야 할 중고교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전체 교과서 가운데 유독 중고교 역사교과서만 떼어내 국정교과서로 만들면서, 적용 시점 또한 1년을 무리하게 앞당긴 탓이다. 국정교과서와 달리 검정교과서는 2018년 3월부터 배포된다.

우선 내년 3월 국정으로 나올 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존재하지만, 이 교과 학습에 활용할 <역사부도>는 새로 배포되지 않는다. <역사부도>는 검정교과서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교육부의 2015교육과정에 따라 2018년 3월부터 배포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2018년부터 적용될 <역사부도> 집필진들이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기준을 몰라 이른바 '상상'집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부도> 검정 심사 신청 마감기간은 오는 12월이다. 이에 따라 <역사부도> 검정 심사 신청을 준비 중인 4개 출판사는 이미 <역사부도> 초고 원고를 집필진으로부터 모두 받아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역사부도> 집필진들은 <역사> 교과서의 편찬기준을 분석해 해당 교과서 원고를 집필하는 것이 상식이며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면서 집필진은 물론 편찬기준 또한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기 때문이다.

A출판사 <역사부도> 집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교육부 장관이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11월에야 내놓겠다고 말한 것은 학생 교육을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면서 "역사부도는 <역사> 교과서와 한몸인데, 편찬기준도 모른 채 <역사부도>를 쓰라는 것은 '눈 감고 코끼리를 만져보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B출판사 <역사부도> 집필자도 "역사 교과서의 편찬기준이 극비사항도 아닌데 왜 비밀에 부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되다 보니 <역사부도> 집필자들은 모체가 되는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상상해서 써야 하는 '상상집필'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역사> 국정교과서만 1년 앞당기면서, 일대 혼란 초래"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2015교육과정상 새 교육과정 적용 시기는 2018년인데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만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으로 1년 앞당기면서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역사부도>는 기존에 있는 <역사부도>를 활용하면 될 것"이라면서 "새로 집필하는 <역사부도> 또한 검정 절차가 끝난 뒤 내년에 교과서 편찬기준에 맞춰 수정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사부도> 검정 신청 시기를 늦추는 방안 등을 내부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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