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막은 우장창창 "리쌍 사과가 먼저, 싸이처럼"
[현장] 가로수길 리쌍 소유 건물 철거 무산... 서윤수씨 "직접 만나 얘기하자"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 지지 현수막이 7일 오전 법원쪽 강제 집행 시도 과정에서 찢긴 채 방치돼 있다. ⓒ 김시연
"'우장창창' 오늘도 영업합니다."
상권이 뜨면 임차인만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주목받은 가로수길 우장창창이 7일 또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그렇다고 싸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건물주인 가수 리쌍 쪽이 강제 철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상인들 저항에 우장창창 강제 철거 시도 무산
법원 집행관과 철거반은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가수 리쌍 소유 건물 주차장과 지하에 있는 식당 '우장창창'에 대한 강제 집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윤수 우장창창 대표를 비롯한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회원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고 4시간여 실랑이 끝에 오전 10시 30분께 강제 집행은 중단됐다(관련기사 : 가수 리쌍 소유 건물 '우장창창' 강제 집행)
우장창창 철거 시도는 무산됐지만 이날 '리쌍 포장마차'가 있는 건물 주변엔 철거 작업을 위한 차단벽이 설치됐다.
우장창창을 둘러싼 갈등은 서윤수씨가 2010년부터 임차해 장사를 해온 건물을 가수 리쌍이 2년 뒤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리쌍은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로 구성된 유명 힙합 그룹이다. 리쌍은 자신들이 직접 장사하겠다며 퇴거를 요구했고 서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서씨는 '쌍 포장마차'에 자리를 내주고, 같은 건물 지하와 주차장으로 가게를 옮겼다(관련기사: 가로수길 맛집들에 걸린 현수막 "장사하고 싶어요").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았고, 양쪽은 지난 2014년부터 2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법원에서 강제 퇴거 명령을 받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맘상모'를 조직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한 임차인 권익 보호를 요구해 왔다.
▲ ⓒ 맘상모
이날 오전 서씨와 회원들은 철거반이 들이닥쳐 엉망이 된 가게를 정리하며 장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날 낮 12시쯤 가수 개리씨가 거주하는 광진구 트라팰리스를 직접 찾아 상생을 촉구하기로 했다.
서씨는 지난 4년 넘게 리쌍과 갈등을 빚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리쌍쪽은 늘 대리인을 통해 서씨와 접촉했다고 한다.
"보상보다 사과가 먼저, 리쌍과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싶다"
이날 강제집행 중단 직후 기자들과 만난 서윤수씨는 리쌍쪽에 "제발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호소했다.
▲ 가수 리쌍 소유 건물에서 식당 우장창창을 운영해온 서윤수씨가 7일 강제 집행이 무산된 뒤 동료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시연
서씨는 "그동안 중간 대리인이 계속 바뀌면서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오해만 쌓였다"면서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으니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밝혔다.
서씨는 계속 이곳에서 장사하게 해주든지, 권리금을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투쟁 과정에서 맘상모를 비롯한 연대 상인들이 입은 상처에 대한 리쌍쪽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서씨는 "돈을 더 받겠다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를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한 것에 대한 인간적인 사과가 선행 조건이다, 그게 안 이뤄지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씨는 지난 4월 한남동 카페 드로잉과 오랜 갈등 끝에 합의한 건물주 싸이 사례를 들었다.
"싸이는 먼저 만나 서로 상처 입었던 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리쌍도) 나뿐 아니라 함께 연대했던 상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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