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고 싶을 때, 새롭게 살고 싶을 때
필사와 시 읽기, '단순한 움직임'이 주는 행복을 주는 책 2권
갈수록 기억력이 신통치 않으니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곤 한다. 하루를 기록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일기라 그날그날 벌어진 일을 짧게라도 기록하자고 마음먹지만, 막상 노트를 펼치거나 노트북을 열어도 한 글자 적기가 쉽지 않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적이지만, 트위터에 맞춰 쓰다 보니 140자를 넘는 글을 쓰는 게 영 어색하다. 상황이 이러니 뭐라도 써야겠다 싶기도 하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생각만 한다고 글이 써지는 건 아니다. 다행히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전할 책이 나와 잊기 전에 기록해둔다.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글쓰기가 전하는 무게 때문에 자신의 삶과 글쓰기가 무관하다 주장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창작이라 불리는 행위만 일컫는 게 아니다.
가까이는 회의 때 딴 생각을 하며 끄적이는 낙서라든지 마쳐야 할 업무를 적어두었다 일정이 지나면 떼어버리는 메모도 글쓰기라 할 수 있다.
더 쉽게는 누군가 쓴 좋은 문장이나 글귀를 그대로 옮겨 적는, 소극적으로 말하면 글씨 쓰기나 베껴 쓰기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멋을 조금 더해 필사라 부르는 행위도 글쓰기에 넣을 수 있다.
좋은 문장 잘 베껴 쓰는 법을 전하는 <필사의 기초>는 누구나,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의 매력을 전하는 책이다. 근래 쏟아져 나오는 필사책 대부분이 한쪽 면에는 옮겨 적을 문장을 넣고, 다른 한쪽 면에는 옮겨 적을 공간을 마련해둔 방식인데, 이 책은 10년에 걸쳐 필사를 해온 책방지기 저자가 필사의 이유와 목적부터 자세와 방법까지 담았다.
필사가 그저 옮겨 적는 일에 그치지 않음을, 더불어 필사가 결국 자기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임을 전한다.
그가 말하는 필사의 첫 번째 매력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늘 접속하며 사는 오늘의 삶에서 독립된 시간과 행위를 확보하는 건 필사뿐 아니라 생각과 글쓰기의 시작이라 하겠다. 이어서 기억의 연장도 장점으로 꼽는다.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으로 쓰면 기억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필사한 글을 주제별로 나눠 축적하면 기억의 보조 자료를 넘어 글쓰기의 기초 재료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펜과 공책만 있으면 돈도 거의 들지 않고, 나 혼자 하는 일이니 경쟁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옮겨 적을 문장은 이미 넘치는 데다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니, 평생을 두고 즐길 수 있다. 고로 필사는, 바로 시작하면 그대로 될 일이다.
시 읽기가 재미있다, 시 쓰기도 재밌겠다
필사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였다면, 이번에는 가장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로 활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쓰기에 앞선 일이 읽기인데, 읽어서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대표적인 글쓰기가 바로 시 아닐까 싶다.
시라 하면 은유, 상징, 함축이 떠오르니 읽는 이는 당연히 이 과정을 거꾸로 거쳐야 시를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는 생각에 빠지곤 하는데, 이 때문에 시가 점점 멀어져 시를 쓰기는커녕 읽는 일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는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글쓰기이고, 아마도 가장 많은 이가 외우고 함께 불렀을 글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시의 어려움도 시를 읽고자 하는, 때로는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하소연일 터, 시를 마주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좋겠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에 데뷔한 젊은 시인 열두 명에게 창작의 시작과 과정부터 삶과 시의 관계까지 사소하면서도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한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에서 '나는 매번 시 읽기가 재미있다'를 찾아보면 어떨까.
시가 오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시 쓰기란 "울고 싶다고 해서 억지로 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 울고 싶다고 해서 그칠 수도 없는 울음" 같다는 답변이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시를 쓸 때 버릇을 묻자, 버릇이 생기는 게 겁난다며 "버릇이 든다는 것은 몸의 일부만 떼어 작은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시인의 감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인이 가까워지고,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시도 궁금해진다. 참, 무엇보다 모두에게 던진 공통의 질문 "독자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답이기도 하니, 눈여겨 살펴보면 시를 쓰는 시인과 그들이 쓴 시와 내가 읽는 시의 관계를 되새길 수도 있겠다.
물론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를 읽으며 습작에 도전해도 되겠고,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을 읽으며 '내가 시인이 되었다면?'을 상상해도 좋겠다. 어쨌든 뭐든 읽고 생각하는 게 글쓰기의 시작이고, 그러다 생각을 적으면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오늘은 뭐라도 읽고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새롭게 쓰는 건 결국 새롭게 사는 일일 테니,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적이지만, 트위터에 맞춰 쓰다 보니 140자를 넘는 글을 쓰는 게 영 어색하다. 상황이 이러니 뭐라도 써야겠다 싶기도 하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생각만 한다고 글이 써지는 건 아니다. 다행히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전할 책이 나와 잊기 전에 기록해둔다.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 필사의 기초_좋은 문장 잘 베껴 쓰는 법 / 조경국 지음 / 유유 ⓒ 참여사회
가까이는 회의 때 딴 생각을 하며 끄적이는 낙서라든지 마쳐야 할 업무를 적어두었다 일정이 지나면 떼어버리는 메모도 글쓰기라 할 수 있다.
더 쉽게는 누군가 쓴 좋은 문장이나 글귀를 그대로 옮겨 적는, 소극적으로 말하면 글씨 쓰기나 베껴 쓰기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멋을 조금 더해 필사라 부르는 행위도 글쓰기에 넣을 수 있다.
좋은 문장 잘 베껴 쓰는 법을 전하는 <필사의 기초>는 누구나,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의 매력을 전하는 책이다. 근래 쏟아져 나오는 필사책 대부분이 한쪽 면에는 옮겨 적을 문장을 넣고, 다른 한쪽 면에는 옮겨 적을 공간을 마련해둔 방식인데, 이 책은 10년에 걸쳐 필사를 해온 책방지기 저자가 필사의 이유와 목적부터 자세와 방법까지 담았다.
필사가 그저 옮겨 적는 일에 그치지 않음을, 더불어 필사가 결국 자기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임을 전한다.
그가 말하는 필사의 첫 번째 매력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늘 접속하며 사는 오늘의 삶에서 독립된 시간과 행위를 확보하는 건 필사뿐 아니라 생각과 글쓰기의 시작이라 하겠다. 이어서 기억의 연장도 장점으로 꼽는다.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으로 쓰면 기억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필사한 글을 주제별로 나눠 축적하면 기억의 보조 자료를 넘어 글쓰기의 기초 재료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펜과 공책만 있으면 돈도 거의 들지 않고, 나 혼자 하는 일이니 경쟁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옮겨 적을 문장은 이미 넘치는 데다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니, 평생을 두고 즐길 수 있다. 고로 필사는, 바로 시작하면 그대로 될 일이다.
시 읽기가 재미있다, 시 쓰기도 재밌겠다
▲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_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 김승일 외 11명 지음 / 서랍의 날씨 ⓒ 참여사회
시라 하면 은유, 상징, 함축이 떠오르니 읽는 이는 당연히 이 과정을 거꾸로 거쳐야 시를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는 생각에 빠지곤 하는데, 이 때문에 시가 점점 멀어져 시를 쓰기는커녕 읽는 일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는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글쓰기이고, 아마도 가장 많은 이가 외우고 함께 불렀을 글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시의 어려움도 시를 읽고자 하는, 때로는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하소연일 터, 시를 마주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좋겠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에 데뷔한 젊은 시인 열두 명에게 창작의 시작과 과정부터 삶과 시의 관계까지 사소하면서도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한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에서 '나는 매번 시 읽기가 재미있다'를 찾아보면 어떨까.
시가 오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시 쓰기란 "울고 싶다고 해서 억지로 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 울고 싶다고 해서 그칠 수도 없는 울음" 같다는 답변이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시를 쓸 때 버릇을 묻자, 버릇이 생기는 게 겁난다며 "버릇이 든다는 것은 몸의 일부만 떼어 작은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시인의 감성으로 답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인이 가까워지고,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시도 궁금해진다. 참, 무엇보다 모두에게 던진 공통의 질문 "독자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답이기도 하니, 눈여겨 살펴보면 시를 쓰는 시인과 그들이 쓴 시와 내가 읽는 시의 관계를 되새길 수도 있겠다.
물론 "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를 읽으며 습작에 도전해도 되겠고,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을 읽으며 '내가 시인이 되었다면?'을 상상해도 좋겠다. 어쨌든 뭐든 읽고 생각하는 게 글쓰기의 시작이고, 그러다 생각을 적으면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오늘은 뭐라도 읽고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새롭게 쓰는 건 결국 새롭게 사는 일일 테니,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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