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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투' 임박한 울산, 30년 전과 다른 것은?

노동인권에서 생존으로... 현대차·현대중공업노조 13일 파업 찬반투표

등록|2016.07.11 10:57 수정|2016.07.11 10:57

▲ 1987년 여름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트럭과 지게차를 앞세워 동구에서 남목고개를 넘어 중구 울산운동장까지 행진일 벌이고 있다 . ⓒ 울산노동역사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아래 현대차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가 오는 13일 전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정부의 노동개혁 강행에 힘을 얻은 회사 측의 강공 드라이브와 구조조정과 임금피크제 반대 등을 내세운 노조 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양대 노조 모두 파업 가결이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울산에서는 1987년부터 3년간 진행된 노동자 대투쟁, 1993년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의 대규모 파업 이후 몇 십 년 만에 다시 뜨거운 '하투(하계 투쟁)'가 전개될 전망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인권 확보가 주목적이었다면, 2016년 하투는 생존권 보장이 주요인이다. 사측은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졌으니 어려울 때 희생에 동참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는 생존권 보장과 일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30년 전 그때와 같은 듯 다르게 보이는 올해 하투는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987년엔 노동인권, 2016년엔 생존권

▲ 지난 7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노동계, 시민사회 등이 '원하청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와 지역경제 살리기 긴급행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 지역구 김종훈 의원(무소속)이 발언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는 파업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 박석철


지난 1987년 6월 항쟁으로 위기를 느낀 당시 집권당 대표 노태우는 '노조설립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한 6월 29일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어 7월 현대중공업 노동자(당시 현대엔진)와 현대자동차 노동자 등이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인권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3개월간 노동자대투쟁을 벌였다.

당사자들에 따르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 노동자들은 출근길 정문 앞에서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유로 잡혀 바리캉으로 밀리는가 하면, 현장 작업 중 실수가 있으면 관리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것이 예사였다. 저임금과 더불어 이같이 열악한 노동인권은 결국 노동자대투쟁을 불렀다.

3년간의 노동자 대투쟁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정규직이 될 정도의 노동인권 향상과 함께 연 1%였던 임금인상률을 10%대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정부여당 등 보수층은 이들을 대기업 귀족노조라 부른다. 연봉이 중소기업 등에 비해 높은데도 더 달라고 투쟁을 일삼는다는 것. 따라서 올해 하투를 앞두고 보수언론 등 보수층의 비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노조의 경우 노동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업 위기가 거론된 후 지난 1년간 원·하청 1만여 명이 희망퇴직 또는 업체 폐업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데다, 회사 측이 생산 간접부서에 대한 분사를 추진하면서 당사자들이 정규직을 하청화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다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 측이 고통분담 차원의 임금동결을 요구하자 이에 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노사간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금속노조 요구안인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반면, 회사 측은 협상이 결렬될 때까지 14차례 열린 협상에서 임금동결과 임금피크제 확대, 임금체계 개선의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파국 피하기 위한 과제는?

현대자동차 측은 지난 1월 26일 발표한 '2015년 연간 경영실적'에서, 판매 496만 3023대, 매출액 91조 9587억 원(자동차 72조 6797억 원, 금융 및 기타 19조 2790억 원), 영업이익 6조 3579억 원, 경상이익 8조 4594억 원, 당기순이익 6조 5092억 원의 실적을 나타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다 임금협상에선 줄곧 "내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 동참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반해 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조합원 보고대회에서 "올해 상반기 현대차 판매실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0.9% 줄었지만 내수시장에서는 4.5% 이상 판매가 늘었다, 어렵다는 경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한 것에 감사인사를 해야 한다"며 일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구조조정에 직면한 현대중공업노조를 돕기 위한 총파업 동참 의사를 확실히 밝힌 상태다.

이같은 현대차 노사의 입장차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보수층을 중심으로는 "높은 연봉을 가져가는 현대차노조가 경제가 어려운 때에는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하며, 사정이 다른 현대중공업노조와 파업을 함께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쪽에서는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에서 노조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회사 측이 상황이 좋지 않은 조섭업종에 편승해 가려 한다"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황은 더 급박하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구조조정 중단 요구에도 분사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회사 측에 맞서 노조가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정부가 지난 6월 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지만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빅3사를 제외하면서 내건 조건이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등 노조가 반발하는 것이라 노사간 감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 하투가 지역경제의 파국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 측이 정부가 노동계의 반대에도 강행하는 노동개혁에 묻혀가려는 입장보다는 보다 진솔하게 다가가 사회구성원 모두가 납득할만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대 노조도, 그동안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 등 상대적 약자에 소홀히 해온 점을 개선하면서 그동안 일부에서 지적받아온 노조 이기주의의 모습을 탈피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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