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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트럭 한 대로 80억 매출? 의심해서 미안

[서평] 배성기 저 <국가대표 트럭장사꾼>

등록|2016.07.12 13:51 수정|2016.07.12 13:51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때려 치운 그는 몇 년 후 '장사를 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강남에서 슈퍼마켓을 연다.

강남의 한 채소 가게 점원을 시작으로 장사를 배웠다. 와중에 알게 된 사람들과 동업까지 한 후였다. '갈치가 열리는 나무'를 만드는 '도곡동 물고기 총각'이란 별칭과 함께 장사에 소질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후였다.

▲ <국가대표 트럭 장사꾼> 책표지. ⓒ 지식공간

하지만 2년 만에 망한다. 1억5천이란 빚을 안고서였다. 올망졸망한 어린 아이를 둔 가장인데다 나이 40이 코앞이었다. 학벌도,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 앞날이 캄캄한 것이 당연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지난날 자신처럼 삶의 벼랑 끝에서 마지막으로 잡은 삶의 끈으로 트럭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트럭장사로 성공하는 특별한 비법'을 조언하고 있다. 이런 그를 사람들은 '배 감독'이라고 부른다.

그가 길거리로 나올 당시 유일한 재산으로 가지고 나온 중고트럭은 이미 사채업자들에게 담보로 잡힌 상태였다. 트럭을 뺏길까 봐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철저하게 살핀 후 걸어 다닐 정도로 하루하루가 위태한 상황이었다고.

그럼에도 그는 절망을 이겨내고 트럭장사를 한 지 3년 만에 80억 매출을 일군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TV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국가대표 트럭 장사꾼>(지식공간 펴냄)은 '배 감독' 배성기씨가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인연이 닿지 못했으나 트럭장사로 살 길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트럭장사의 삶은 나와 내 가족만 바라보던 내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의 기회를 찾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혼자 가면 빨리 가겠지만 그들과 함께해서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선택했다. 내 욕심을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한 분 한 분이 잘 적응할 수 있게 면담을 하고 교육을 진행했다. <국가대표 과일촌> 일원들이 트럭장사를 디딤돌로 삼아 재기에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시작했고, 그것이 다시 꿈의 밑천이 돼주었다.

(…)가장의 책임은 말 못할 만큼 무거워졌는데 40대만 넘어도 정규직은 꿈도 꾸기 힘들고, 한겨울의 추위보다 무서운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의 위험에 시달려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 땅이 자영업자들에겐 무덤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고 넋 놓고 세월 탓, 나라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스스로 길을 찾고 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쁜 일이 있다는 것은 곧 좋은 일이 온다는 신호라고 한다. 힘들면 힘들수록 포기 대신 러시아의 시인처럼 자문할 일이다. "왜 나에게는 그런 나쁜 일이 생기면 안 된단 말인가!" -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에서.


말이 80억이지, 쉽지 않은 금액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생을 통틀어 노력해도 불가능한 액수다. 빚 1억 5천을 3년 만에 갚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배성기씨가 선택한 장사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그것도 걸핏하면 단속에 걸리거나, 날이 궂어 장사를 하지 못하는 트럭장사이지 않은가.

배성기씨의 성공을 두 줄로 표현한 책 표지 위 '빚 1억 5천에 중고 트럭 한 대로 시작해 3년 만에 매출 80억 일군'을 접하는 순간 '어찌어찌 운을 잘 잡은 덕에 성공한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쓴 영웅담 같은 책?' 의심했고, 지레짐작했다. 그것도 본인의 뜻에서가 아니라 주변 누군가 먼저 제의해 성공 스토리에 살을 더해 쓴 그런 책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다행이다. 내가 지레짐작한 그런 책과는 거리가 멀다. 책 속에는 장사를 해본 사람들이나, 특히 우리 부부처럼 장사를 하다 깨질 만큼 깨져 바닥을 기어본 사람들은 공감 가능한 차원의 고통과 절실함이 바탕이 된 조언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모두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터득한 것들이란다. 세상 그 어떤 어드바이스들보다 현실적인 것은 당연하다.

트럭장사는 한번 팔고 말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손님을 다시 안 볼 사람으로 여겨 물건을 속여 팔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치도 그렇지만 속았던 손님들도 트럭에서 반품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탐해 일회성 거래를 하는데 다시 올 손님은 없다. 물건도 사람도 믿고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다음이 있다. 신뢰가 재산이라는 생각에 내가 택한 방법은 '트럭도 AS'였다.

(…) AS를 할 때는 확실하게 해주는 게 낫다.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두말없이 물건을 새로 주면 뒤끝도 없이 끝날 뿐더러 물건에 대한 신뢰도 잃지 않게 된다. 거기다 대고 "내 물건이 어때서?"라고 맞받아친들 서로 기분만 상하고 말 뿐이다. -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에서.


저자는 몇 년 전부터 '트럭장사 사관학교'를 신설, 장사를 해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길에서 체득한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세운 트럭장사 규칙과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예비 트럭장사꾼들이나, 열심히 해도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트럭장사꾼들에게 조언하고 요구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트럭장사라는 단어와 함께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모습이나 행동과는 전혀 다른 트럭장사꾼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뜻을 맞춰 장사하는 사람들의 트럭 중에는 우리들이 흔히 보아온 천막을 씌운 차도 없고, 확성기를 틀어놓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없다. 노래를 틀어놓은 차도 없고, 의자를 옆에 두고 쉬는 사람도 없다.

그 대신 AS는 최대한 확실하게, 경우에 따라 배달도 얼마든지 가능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장사하는 트럭 가까이에서 담배도 피워선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손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웠다면 양치질을 해 담배냄새를 없애야 한다고, 불량한 복장이어선 안 되며, 수시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갖추지 말라고, 그 이유들을 조목조목 들려주며 조언한다. 

아울러 장사가 잘 되는 장소 선택법이나, 물건 선택, 주변 상인들이나 수시로 나오는 단속에서 살아남는 법, 장사하기에 유리한 트럭선택이나 물건 진열법, 손님들을 이용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법,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시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팁들을 알려준다.

책을 읽기 전 잠깐 의심했던 '트럭 한대로 3년 만에 80억 매출이 어떻게 가능해?'가 미안해지도록 그의 장사 노하우는 기발하고, 진정이 느껴진다. 누구라도 단골이 되어주고 싶었을 것 같은 트럭장사꾼이다. 여하간 언젠가 내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가진 셰프 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책의 내용들이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참 많은 걸들을 가지고 있다. '잘할 걸…, 그때 할 걸…, 해볼 걸…'. 언제나 그 걸들은 후회라는 부메랑으로 나에게 되돌아온다. 그런데도 '~걸'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꾸 미루는 마음에 있다. 이런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을 갈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가라. 할까 말까 하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해라.' 하지도 않고 후회하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내 앞의 문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것과 다름없다. 내 안의 그 모든 걸들을 정리하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런 '~걸'들이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걸림돌이 있다면 딛고 올라서면 된다. 중요한 건 일단 해보는 것이다. - <국가대표 트럭장사꾼>에서.


한때 주변에 입소문 자자했던 가게인데도 빚을 안고 정리를 해야만 했던, 지난 날의 패배를 돌아보게 한 책이다. 트럭 장사를 하거나,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구세주보다 유용할 책이란 표현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트럭 장사뿐이랴.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장사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귀담아 들은 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될 유용한 잔소리가 많은 그런 책이다.

덧붙이는 글 <국가대표 트럭 장사꾼>(배성기) | 지식공간 | 2016-06-03 |정가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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