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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에서 시동이 꺼진 차, 어쩌지?

연료게이즈 바늘이 한 눈금 가리키면 꼭 주유를 한다

등록|2016.07.14 10:54 수정|2016.07.14 10:54

▲ 급경사지에 멈춰 선 나의 애마(2000년식) ⓒ 이경모


사람에게도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예고가 있다.
단지 그것을 모르거나 차일피일하다 넘어 갈 뿐이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더 빨리 가르쳐준다.

며칠 전 오후 5시.
급경사 길을 내려오면서 일어난 일이다.

기어를 2단에 놓고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서 내려오는데,
차가 덜덜덜하더니 시동이 꺼지며 멈춰 섰다.
브레이크도 밟히지 않고 핸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 당황했지만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가까스로 차를 세웠다.

가슴을 쓰러 내리며 큰 숨을 들이마셨다.
왜 갑자기 차가 멈춰 섰을까.
오일을 교환하면서 점검받은 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말이다.

시동을 걸려고 몇 번을 시도해도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30분 전에 계기판 연료 게이즈 옆에 노란 불이 들어 왔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도 설마하면서 그 이유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쉽지 않았다.
노란 불이 들어와도 40여km는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자주 이용한 집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했다.

"차가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며 섰는데 원인이 뭐고 어떻게 해야 돼요?"
"전화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 가까운 서비스 센터로 전화하세요. 6시 전에 해야 출동할 겁니다."

서비스 센터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는 전화를 끊어 버린다.
단골 정비업체 사장인데 조금은 서운했다.
나한테는 다급하고 위급한 상황인데 그런 배려가 없어 보여서다.

멀리 1km정도 되어 보인 곳에 주유소가 보였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조금씩 풀며 차를 갓길로 이동하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안전한 곳에 차를 주차해놓고 주유소에서 1만원어치 기름을 사서 차에 넣었다.

급경사 길이어서 기름이 한 쪽으로 쏠려 연료공급이 안 되었을 거라는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다.
몇 번 시동을 걸었지만 걸리지 않았다. 출동 시간도 지나버렸다.
고집스런 내가 잠시 화가 났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동을 걸어 보기로 하고 시동을 걸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시동이 걸렸다.

"앗사"라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고 나는 운전대를 경쾌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고 소가 뒷걸음질 하다 쥐를 잡았다고 할 것이다.

"방금 전에 감사했습니다. 가득 넣어주세요."

주유소 여직원도 나만큼 환하게 웃는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내려오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쨌을까.
그것도 늦은 저녁에.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이 일이 있는 후론 게이즈 바늘이 남아있는 연료가 한 눈금 가리키면 꼭 주유를 한다.

우리가 살면서 많은 일을 가까이에 닥쳐 처리하곤 한다.
조금만 서두르면 넉넉한 시간이 뒤에 있는데 말이다.
나의 애마(2000년식)와 함께 삶의 지혜 하나를 배웠다.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8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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