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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음악 받아들여 변용한 인도인 본받아야"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3] 전인평 교수...장구는 인도에서 왔다

등록|2016.07.15 12:09 수정|2016.07.15 12:09
[앞선 기사] 백제는 해양을 활용 못해 결국 멸망...타산지석 삼아야

▲ 인도인들이 인도 전통악기와 기타를 이용해 인도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따블라', 땀부라', '기타' ⓒ 전인평


지난 주 충남 당진에서 열린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7.7~7.10)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의 학자가 모여, '환황해권 해양교류와 미래'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2일차(8일) 일정은 참가자 전원이 분과회의 및 융합토론을 한다. 필자가 속한 5분과에서 <해양실크로드와 악기의 전파>를 발표한 중앙대학교 전인평 명예교수의 발표가 흥미가 있어 대담을 나눴다.

중앙대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쳤던 전인평 교수(73세)는 인도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여행했다. 그가 현직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고대음악이 한국음악 속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

▲ 전인평 교수는 "인도인들은 기타를 이용해 인도 전통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 전인평


음악 뿐만 아니라 악기도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됐다. 장구는 고구려시대에 인도에서, 아쟁은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가야금은 중국아쟁을 모방해 만들었다. 일부 국악인은 "국악이 세계 최고다. 국악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교육제도 탓이다"라고 고집한다며  "국악계가 국수주의적인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악의 대중화를 바라며 한국음악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국악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외래적인 요소를 제외시키면 한국 고유음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음악의 뿌리 찾기 중 하나가 실크로드 고대음악 공부이다. 그는 외국문헌을 섭렵하던 중 중국 송나라 진양이 쓴 <악서>에서 장구가 인도에서 기원하였음을 확인했다.

이 후 기원전 2~3세기 인도음악문헌 <Natya Sastra>를 통해 장구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다마루가 인도 기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장구 종류의 악기는 한국과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미얀마, 중국, 일본에도 존재한다.

▲ 우리의 전통 악기인 장구와 비슷한 모습의 일본 쯔즈미 ⓒ 전인평


실크로드 음악을 연구하다가 "문화는 종교라는 배를 타고 이동한다"고 생각한 그는 불교, 도교, 유교뿐만 아니라 샤머니즘까지 연구했다. 해양실크로드를 통해 인도 음악이 불교 전파와 더불어 확산됐다고 확신한 그가 깜짝 놀랐던 경험담을 전해줬다.

"인도 여행 중 인도 민속음악에서 한국의  장구 비슷한 악기를 흔히 사용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도의 후둑(hudook), 다이루(dairoo) 그리고 케랄라(kerala)의 에다카(Edakka)등은 모양이 한국 장구를 닮았을 뿐 아니라 연주하는 리듬 중에는 자진모리장단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외래음악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변용하는 인도인들을 본받아야!

"학생들과 함께 엠티(MT)를 가면 머리로는 국악을 좋아한다면서도 가슴으로는 국악을 안 해요. 국악과 학생들이 노래하며 유행가만 부릅니다."

국악과 학생 뿐만 아니라 국악이 홀대받는 현실을 개탄한 그는 "한국에서는 서양음악이 주가 되고 국악은 종이 되어 홀대 받는다"고 말하며 인도음악 얘기를 시작했다.

"인도인들은 외래음악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변용시키지만 자신들의 엑기스는 간직하고 있어요. 인도음악의 어떤 힘이 인도인을 휘어잡고 있나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인도를 수없이 방문했죠."

▲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2일째 있었던 5분과 회의가 끝나고 분회원들이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인도음악을 연구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과 교류하고 박물관을 찾았다. 이슬람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외국의 박물관과 학교도서관을 방문해 자료를 교환하기도 한 그는 정년기념으로 <동북아시아 음악사>를 편찬했다.

"인도에서는 유럽 기타를 이용해 인도 전통양식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말한 그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국악을 연주하고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엔 국악선율을 국악기로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등을 이용해 대중에게 접근하려는 퓨전음악이 나와 까페에서도 가볍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나왔어요"

"교회에서도 그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초창기 기독교 포교시절 서양 선교사들은 국악을 활용한 찬양가를 만들었는데 정작 한국 목회자들은 샤머니즘 냄새가 난다고 배척했다"며 뱃노래 가락을 이용한 찬양가의 예를 들려줬다.

"~어야디야 주님을 찬양하세~"

전인평 교수에게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 중앙대학교 국악과 명예교수이자 아시아음악학회 대표인 전인평 교수가 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전통악기인 장구가 인도에서 전해졌다며 인도 전통악기인 '다마루' 를 손에 들고 설명했다. 다마루는 장구의 할아버지격이다. ⓒ 오문수


"지나친 국수주의도 문제지만 한국인의 영혼을 간직할 방법 중의 하나가 국악입니다.  한글이 있기 때문에 한민족 공동체가 존재하듯이 한민족의 영혼을 보존해야 우리의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아시아음악학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지난 5월 26일 아시아지역에 유일한 음악전문영문학술지인 <Asian Musicology>를 발간했다.

대담을 끝내고 돌아오는 내내 "만주족 문화가 있었지만 한족의 말과 음악을 사용하다보니 만주족의 정체성이 사라져 버렸다"는 전인평 교수의 말이 귀를 맴돌았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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