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 필요 없다" 이 말만 남기고 떠난 대통령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후 몽골로 출국... '사드 위험'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을 하는 도중에 사드 레이더를 싸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청와대 유튜브 영상 2분 33초) ⓒ 임병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보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해당사자 간에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가 위험한데 왜 안전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과연 국민이 또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국민에게 '설명'을 해달라
▲ 7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사드 전자파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논란이 되는 사드 전자파 논란에 대해 "지상 약 700m 위로 전자파가 지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그 아래 지역은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는, 오히려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며 '우려'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사드 전자파 유해 여부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단정적으로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있다, 없다를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민과 성주 주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회의에서 국민에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기보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해야 했습니다.
사드 전자파가 안전하다면 '전자공학과' 출신의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합니다.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사안이라면 언론이 받아쓰기하는 청와대 회의 보도가 아닌 생중계로 진행했어야 합니다.
중국과의 문제는 왜 말하지 않는가?
▲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 ⓒ 청와대
사드 배치의 핵심은 전자파 논란이 아닙니다. 사드가 배치됨으로 벌어지는 한중 관계의 불신과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입니다. 대중국 무역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제재가 벌어진다면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버러 섬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대립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자국민의 필리핀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중국 주요 여행사들은 관광 담당 부서인 국가여유국의 지시로 필리핀 관광 상품을 팔지 않았습니다. 중국 남방 항공은 중국과 필리핀 간 항공 운행 횟수를 하루 한 편으로 줄였습니다. 당시 필리핀 방문객의 20%가 중국인이었는데,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은 필리핀과 대립할 때 필리핀산 바나나에서 유해 미생물이 발견됐다며 검역 강화 조치를 내렸고, 컨테이너 1500대 분량의 필리핀산 바나나가 중국 세관의 통관 거부로 몽땅 썩어 버렸습니다. 당시 필리핀 농가들은 360억이 넘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벌어졌을 때 희소자원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한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중국산 냉동 마늘 등에 관세율을 올리자 반한 감정이 중국에 나오는 등 '마늘 파동'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사드 배치 결정이 한반도 상황을 근거로 내렸다지만, 사실상 사드는 동북아시아, 중국,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다. 이 위협은 군사도전일 뿐 아니라, 한반도 상황에 반응하는 여러 국가들간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다.
일례로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 이후 미국의 군사적 위력이 확대되며 지역 상황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급격히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어 대응 보복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지역 내 군비경쟁을 과열시키며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충돌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된다. 지역 안정 유지는 물론 중국, 미국,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 평화로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될 것은 뻔하다. 또한 중국인들 사이 미국의 정책에 모욕을 느끼며 적대적 기운이 치솟아 급기야 중미 무역경제관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중국 헤이룽장성 사회과학 동북아시아아카데미 연구문제센터 다지강 소장. 관련기사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만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문제, 동북아시아의 긴장 상황에 대해선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에게 더 큰 위험을 숨기고 있는 셈입니다.
또다시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은 7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끝나자 오후에 11차 ASEM 정상회의와 몽골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 임병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나기 직전이나 순방 중에는 국내에서 대형사건이 터집니다. 러시아와 베트남 방문 때는 이석기 의원 구인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을 방문하던 2013년 11월에는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안과 전국공무원노조 압수수색이 벌어졌습니다. 중앙아시아 방문 때는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벌어졌습니다.
대국민사과를 잘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기간 전후에 두 차례나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2013년 10월 APEC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고, 2014년 5월에는 세월호 대국민사과를 하고 UAE로 출국하기도 했습니다.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14일 오전 국가안정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 ASEM 정상회의와 몽골 방문을 위한 해외순방을 떠났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사드 배치를 검토했다면 해외 순방 전에 대국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떠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 한 번 하고 활짝 웃으며 한국을 떠났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사드 전자파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한국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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