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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과 검정고시 보는 할머니의 하모니

울산시민자유학교 동반자 프로젝트 '희망합창' 15일 열려

등록|2016.07.15 17:08 수정|2016.07.15 17:08

▲ 7월 15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반구동 세민에스요양병원 7층 강당에서 열린 어머니학습자와 아이들의 희망합창에서 울산시민자유학교 청소년들과 울산시민학교 할머니들이 <어머니>를 부르고 있다. ⓒ 박석철


7월 15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반구동 세민에스요양병원 7층 강당. 흰색 셔츠에 넥타이와 머플러를 단정하게 맨 남녀 청소년 30명과 70대 할머니 6명이 무대 위로 올랐다.

피아노 반주(백송이 교사)가 시작되고 지휘자(조나리 교사)의 손이 움직이자 청소년과 할머니들은 Bill Pakinson 이 작곡한 <Mother of Mine>을 개사한 <어머니>를 부르기 시작했다. 화음이 강당을 울리자 장내는 숙연해지고 한 청소년의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노래가 끝나자 청소년과 할머니들은 다시 쎄시봉OST <백일몽>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 있던 다른 청소년과 어머니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청소년들은 울산광역시교육청 지정 대안교육위탁기관인 울산시민자유학교(교장 김동영) 중고교생들이다. 할머니들은 같은 건물에 있는 울산시민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성인학습자들.

이날 청소년들은 <매일 매일 해야 할 도전이 있고> 등 4곡을 더 선사했다. 합창 중간에 울산시민학교 동아리 은하수색소폰의 연주와 햇살오카리나 앙상블의 오카리나 연주도 있었다.

이 학교 김동영 교장은 관객들에게 이날의 합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30년 이상을 야학과 청소년 선도 등에 몸 바쳐왔지만 15년 전 과로로 뇌졸증이 찾아와 현재 한쪽 몸이 마비된 상태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소리로 남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이날 합창이 열린 이유는 이랬다. 김 교장은 같은 건물 내에서 공부를 하는 청소년들과 할머니들이 노래로 하나가 되고 동반자 의식을 가져보는 것도 뜻깊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만 원씩 내어 기부하는 '해피빈'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연을 적어 '동반자 프로젝트'로 신청했다. 프로젝트명은 '어머니학습자와 아이들의 희망합창'이다. 이 동반자 프로젝트는 곧바로 해피빈 지원에 선정됐다.

4월부터 본격적인 합창 연습이 시작됐다. 청소년들은 방과 후 합창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갔다. 김 교장은 검정고시 준비로 머뭇거리는 할머니들에게도 합창 참여를 호소해 일주일에 1회 연습에 참여하겠다며 가까스로 참여를 성사시켰다. 이날 합창 발표는 동반자 프로젝트의 완성이었다.

김동영 교장은 일선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를 찾은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따갑지만 자신은 "아이들이 천사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내면을 소리로 표현토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는 여러 좋은 것과 좋은 일들이 많지만, 소리를 아름답게 내어 남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세상의 좋은 일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한편 울산시민자유학교 청소년 합창단은 국립합창단이 공모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에 참가를 신청해 지난 5월 16일 발표한 예선에서 합격했다.

본선은 오는 7월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전국 17개 시도에서 올라온 고교합창단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사회를 본 김윤아(전 UBC 울산방송 기상리포트)씨는 "학생들과 할머니들이 정말 열심히 연습해 이날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한 것 같다"면서 "울산시민자유학교 청소년들은 다음 주 전국 고교합창대회에서 우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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