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이 구타하고 경찰이 살해했어요"
충북 보은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
▲ 15일 오후 1시.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강당에 이 씨를 비롯하여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였다. ⓒ 심규상
"너무 원통하죠."
이훤(68)씨가 기억을 되새김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부친인 이종갑씨는 한국전쟁 때인 1950년 9월 말 경찰에 의해 희생됐다. 아버지는 당시 37살이었고, 이 씨는 갓난아이 때였다.
그의 가족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마을에 군인가족이 많은데 인민군 점령 시기 누구 한 집 해를 당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에 온 군 책임자도 "잘못이 없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죄가 없다고 보증을 해 살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인이 마을을 떠난 지 삼일 뒤 이번에는 경찰이 찾아왔다. 국민보도연맹원 가입 건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며 지서로 갈 것을 요구했다.
▲ 이훤 씨(68)씨. 그의 부친은 1950년 국군에 폭행 당한 후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 심규상
15일 오후 1시.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강당에 이씨를 비롯하여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였다. 1950년 당시 이씨의 부친처럼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보은군 각지에서 부모·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이다.
보은군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에 의해 교사면·길상리, 내북면 서지리, 마로면 관기리, 탄부면 하장리 등 5곳에서 약 150명의 보도연맹원이 희생됐다.
그날로부터 66년이 흘렸지만, 추모제는 올해로 7번째다. 박용현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보은 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국유족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앞장섰던 채의진씨가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아직도 전국 희생자의 99%가 진상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미신고자들"이라며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영령들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보은에서는 150여 명의 희생자 중 희생자 신원이 밝혀진 사람은 65명뿐이다. 또 이중 정부로부터 진실규명결정서를 통보받은 유족들은 26명에 불과하다.
다행히 보은군에서는 지난 3월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미신고 희생자를 찾기 위해 관내 읍면동 사무소를 통해 미신고 희생자 신청을 받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충남도가 지난 5월부터 미신고 희생자 신청을 받고 있다.
▲ 15일 오후 1시.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강당에 이 씨를 비롯하여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였다. ⓒ 심규상
이날 정상혁 보은군수는 추도사를 통해 "이 땅에 이러한 불행이 다시 없어야 한다"며 "희생자 영령들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위로했다.
고은자 보은군의회 의장도 "전시라는 이유로 국민의 생명권이 경시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장은 "아직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받지 못한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정부는 중단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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