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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 맞지 않는 세상을 위해

[서평]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등록|2016.07.15 18:45 수정|2016.07.15 18:45
다수결과 대의민주주의 원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문제가 생기면 의회가 이를 논의하고,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정치적 의사 형성에 불리하거나 숫자가 적은 소수자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권리가 억압되는 일이 생긴다.

대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는 소수자는 탄압받기 쉽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남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배척당하고 만다. 이런 소수자가 정부에 대하여 직접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관료제의 원칙 하에 움직이는 정부 집단이 소수자 보호에 적극적이긴 어렵다. 국회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정당과 국회의원은 정치적 당략의 영향을 받기 쉽다. 그렇다면 소수자는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런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함께 가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조력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며 상대방과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들의 변호사들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는 주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법원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친 변호사들의 변론기다. 독특한 제목은 이 책을 쓴 변호사들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나타내고 있다.

오로지 다수이거나 주류의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견해와 행동을 강요하는 제도, 관행에 대하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상처받고 깨어져 나가게 된다. 그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온다 한들 많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용기와 행동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끝내 다수를 움직일 때까지 싸울 뿐이며, 이를 붙들어주는 변호사들 역시 피할 도리 없이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 6p

이 책은 원래 <한겨레21>에 '7인의 변호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 중에서 일부를 뽑아서 만든 것이다. '7인의 변호사들'은 본래 각자의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법무법인 지향을 설립하여 한 둥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묻히기 쉬운 소수자의 목소리를 옹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향의 변호사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을 지낸 김수정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여성인권위원장을 지냈고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조영래 상을 수상한 김진 변호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를 맡은 박갑주 변호사 등이 있다.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법무법인 지향,궁리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다양하다. 비교적 사회에 널리 알려진 사건으로는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 원인이 되었던 삼성 X파일에 대한 이야기, '마림포'의 일원으로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안타깝게 그라운드에서 쓰러졌던 임수혁 선수의 가족을 법적으로 자문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의와 공익에 맞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했지만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변론한 이야기가 특히 시선을 끈다. 불량 윤활유와 보수품 유용으로 인한 철도 안전 문제를 제기했지만 징계를 받은 철도청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육부와 맞서게 된 선생님들,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빠진 노동자 등 다양한 의뢰인과 사건이 등장한다.

법조계의 전관 예우와 관하여 법조계의 신뢰에 대해 고찰한 글과, 인권을 침해하는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사회 각계와 연대한 내용도 있다. 자신의 사건을 되돌아보며 법정 안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고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다수와 주류의 폭력에 맞선 사람들과 함께한 변호사들의 공감충만 변론기'다. 진정한 민주사회라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다수가 아닌 사람의 권리 역시 폭력에 억압되지 않고 자유롭게 주장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변호사들의 활동은 사회 곳곳에 산재한 문제점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변호사라면 당연히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은 모두 승소한 사건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나 권력으로 많은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주류에 맞서서 남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진 변호사들의 이야기는 분명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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