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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

[인터뷰] 국립중앙경찰학교 형사학과 이정기 교수

등록|2016.07.17 15:22 수정|2016.07.17 15:22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황희태(무도특채 학급장) 교육생과 함께 ⓒ 이정기


고려대학교 법학 석사, 같은 학교 박사과정 수료. 비행기 조종 100시간. 영어 학원 토익 강사.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 사람은 국립중앙경찰학교 형사학과 이정기(48) 교수다.

이 교수는 파일럿이 꿈이었지만 이를 이루지 못하고 30세의 늦깎이로 경찰에 입문해 지금은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형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6월 무도특채로 선발된 286기를 낙오 1명 없이 올해 2월 졸업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경찰학교 286기 교육생 중에는 경호, 총포·화약, 정보화장비, 범죄분석, 경찰특공대 등 전문가 311명이 입교했다. 이중 무도특채 남녀 50명이 포함됐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29)씨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황희태(39)씨 등 스타급 운동선수 출신도 있었다.

또한 무도특채 학생들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무술 고단자 등 운동 분야에 있어서는 최상위급의 우수한 인재들이 뽑혔다. 경찰청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다수의 무도특채를 실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운동 분야에선 최고였지만 공부 쪽에는 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자체가 고통인 이들에게 어려운 법전을 들여다보는 일은 금메달 따기만큼 어려운 숙제였다. 이때 이들의 조련사로 나선 이가 이 교수였다.

"그동안 공부는 거의 해본 적이 없었던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시켜 졸업하도록 해야 되나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경찰 시험을 쉽게 보고 덤빈 영향도 있었지만, 사실 저도 첫 번째는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시험에 합격을 한 경험이 있거든요."

대학을 졸업하고 꾸준히 공부를 해온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형법, 형사소송법 등 법률 분야다. 경찰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과락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 또한 법률이다. 이 교수는 과락 학생을 위해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야간 보충 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도특채 학생을 전원 졸업시킨다는 것은 이 교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다. 학교 측은 이들에게 멘토 교수를 지정해 주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법률과목은 단시간에 습득이 어려워 34시간이던 형법, 형소법 강의를 각각 60시간으로 늘렸다.

이 교수는 3차례에 걸친 법률과목 모의고사를 치렀고, 3개월 동안 매주 무도특채자 전원과 희망자를 대상으로 모두 100여 시간의 야간 보충 강의를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무도특채를 포함한 286기 학생들 모두 새내기 경찰로 임용됐다.

"무도특채의 경우 임용이 되면 경찰조직 내에서 주로 형사과나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배치가 되기 때문에 법률지식은 필수입니다. 그런 상황들을 알고 있는 무도특채 제자들이 열심히 따라 줬고 다른 특채 학생들과 비교해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 중앙경찰학교 286기 무도특채 학생들과(사진 우측에서 다섯번째 이정기 교수) ⓒ 이정기


이 교수는 법률 공부를 힘들어하는 무도특채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공부에 있어서는 부족하지만 운동으로 따지면 소위 SKY다"라며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분명 공부에 있어서도 언젠가 큰 성과를 이루어 낼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로 다독였다.

이 교수는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법을 쉽게 접하도록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교육생들을 위해 형법 교제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으며, 최신판례 등을 중심으로 한 2000문제가 담긴 객관식 형법 문제집을 공동으로 연구해 발간했다.

이 교수의 노력에 제자들은 "형법을 정말 쉽게 가르쳐 주신다. 이렇게 쉽게 가르치는 형법강의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노량진으로 가시라, 법률과목 내부교수라서 큰 기대는 안 했었는데 정말 강의를 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형법 최신 판례 연구와 강의 스킬 연구 등 맞춤 교육 통해 지난해 말 경찰학교 우수교수로 선정돼 학교장의 표창을 받았다. 또 무도특채 등 286기 졸업유공으로 경찰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대전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출강하면서 최우수교수로 선정돼 연구비를 받는 영광도 있었다. 이어 이 교수의 논문이 학교 연구논문에 선정돼 중앙학술연구 논문집에 2년 연속 게재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일선 경찰서에선 주로 수사과 경제팀에 근무했다. 경찰 2만명 증원에 계획에 따라 교수요원으로 발탁돼 2013년 11월부터 중앙경찰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가족은 대부분 교육자다.

"부모님은 지금 80세가 넘으셨는데 교육열이 대단하셨어요. 어머니는 숙명여대 국문과, 아버지는 동국대를 졸업하셨습니다. 누나 세분 중 두 분과 매형 세분이 국립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교육기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꿈이 늘 있었습니다. 결국 꿈이 이루어졌고, 제자들과 눈을 맞추며 가르치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 합니다."

▲ 국립경찰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 이정기


이 교수는 지금도 졸업생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법률지식과 안부를 등을 주고받는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경찰, 경찰의 존재 이유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말이다.

"제자들에게 법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먼저 왜 경찰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봉사하는 친절한 경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공정한 경찰이 될 것을 당부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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