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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원 오른 최저임금...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정치인들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등록|2016.07.17 13:53 수정|2016.07.17 13:53
박봉의 경비원으로 허겁지겁 살다 보니 매사 절약이 몸에 배다시피 했다. 따라서 야근을 할 때면 늘 그렇게 컵라면에 집에서 가져온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해동시킨다. 쉰 김치가 유일한 반찬이다.

그렇게 자린고비 행각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형편은 도무지 개선될 조짐조차 안 보인다. 되레 회사에선 이거 해라 저거 맞춰라 등의 업무지시만 가득 내려오는 바람에 직원들의 불만은 가히 폭발 일보 직전이다.

야근 중에 짝꿍과 교대한 뒤 잠시 쉬는 경우엔 짜증이 더 밀려온다. 지하인 까닭에 에어컨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살겠는데, '에너지 절약!'이라며 건물의 콘트롤타워인 방재실에선 아예 전원을 끈다. 이 문제로 어제는 고객과 티격태격 말싸움까지 빚어졌다.

"어제 근무자인 경비원에게 오늘 교육이 있어서 에어컨 가동을 부탁했더니 상부에 보고하여 조치한다고 했습니다. 한데 고작 선풍기로 이 찜통더위를 참으라고 하니 말이 됩니까?"

이유는 타당했으나 나에게 그 내용을 전달해 준 동료 경비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다.

주말인 데다가 따라서 책임자는 출근을 안 한 데 더하여 주말과 공휴일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심각'했기 때문이다. 즉 냉방 가동을 하면 자그마치 20층(지상15층 + 지하5층) 건물의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허투루 냉방의 손실로 말미암아 고작 두어 시간만 가동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전기용금과 가스요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으나 도무지 납득을 하려 하지 않아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장맛철의 습기인 양 여전히 눅진한 그 불쾌한 앙금을 털어내고자 저녁 대신 술을 마구 퍼마셨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녀, 다만 내 직업에 환멸을 느껴서 그만…."

알딸딸한 기분으로 9시 뉴스를 보자니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보다 7.3% 인상된 6470원으로 결정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올해 시급인 6030원보다 겨우 440원 오른 것이다. 440원.

순간 화가 치밀어 끊을까도 고려했던 담배에 다시금 손이 갔다.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원이 되고자 출마한 인사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파격공약과 더불어 시급 1만 원 관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이제 와서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시치미를 뚝 떼고 오불관언하고 있다.

"장난 지금 나랑 하냐?"로 인기몰이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1대1'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주인공 배우 이병헌을 패러디한 이병원으로 등장하는 이세진의 영화 속 명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라는 구절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 '내부자들'의 주인공 배우 이병헌을 패러디한 '이병원'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콘서트 이세진씨. ⓒ KBS 갈무리


덧붙이는 글 중도일보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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