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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안중에 없는 환경단체? "지역신문, 악의적 짜깁기"

금산 방우리 계획 관련 논란... "맥락 생략 언론 보도, 방해만 된다"

등록|2016.07.18 09:13 수정|2016.07.18 09:13

▲ 금산 방우리 '여신여울'. 금산군이 추진중인 대형 교량공사 조성 구간을 탐뱅객들이 즐겁게 건너고 있다. ⓒ 심규상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멸종위기종인 수달, 담비, 감돌고기, 퉁사리, 수리부엉이, 돌상어 등이 서식하고 있는 강이 있다. 인근에는 강과 산 속에 둘러싸인 33가구 54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이 있다.

이처럼 수변 자원이 잘 보존된 곳은 여신여울과 지렛여울이 있는 금강 변(약 4km 구간)이다. 인근 마을은 금산군과 전북 무주군 경계에 있는 방우리(행정구역 금산군)다. 그런데 이 마을이 또 다시 금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연결도로를 쟁점으로, 일부 주민들과 언론, 환경단체 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방우리는 인근 경계인 무주군청까지는 6km 남짓 거리다. 반면 담당인 금산군청까지는 무주읍을 거쳐 36km 떨어져 있다. 금산과 통하는 고속도로까지 개통됐지만, 방우리 주민들의 주된 생활권은 여전히 무주읍이다.

행정구역은 금산군, 생활권은 무주읍

행정구역은 금산군인데 생활권이 무주읍인 불일치는 두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소외 지역이 돼 상대적으로 발전이 정체됐다는 불만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금산군과 연결되는 도로개설 논란이다.

주민들은 금산으로 곧바로 통하는 적벽강이 있는 금산 부리면 수통리 방향으로 강변도로를 개설하고,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두 개를 놓아 자동차가 지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수통리∼방우리 자동차 연결도로(길이 5.2㎞) 개설비는 약 9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금산군과 일부 주민들의 요구는 금산 쪽으로 직통 자동차도로를 내달라는 요구에 쏠려 있다. 환경단체는 주민 기초 생활시설 개선과 소득확충시설, 복지 문화시설 확충에는 찬성하면서도 금강을 가로지르는 도로 개설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연 경관은 물론 환경 파괴와 멸종위기종 생물 서식 환경이 파괴된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연결도로를 내기 위해서는 여신여울과 지렛여울을 관통하는 두 개의 수침교를 각각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 금산 부리면 수통리 방향으로 강변도로를 개설하고, 금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2개)를 놓아 자동차가 지날 수 있는 도로개설 여부를 놓고 지역 사회가 십 수년째 논쟁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또 두 개의 다리 사이 구간을 잇는 약 2.2km에 강변도로(폭 5m)를 내야만 한다. 예산 낭비라는 주장도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 연결도로가 개설되더라도 금산군청까지 20km 남짓으로 45분 이상이 걸린다. 지금의 무주읍을 거쳐 55분(36km 남짓)이 소요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자동차 연결도로 개설 여부에 대한 논쟁은 십수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금산군의 졸속행정도 한몫했다. 금산군은 지난 2010년 4대강 사업비를 활용해 금강 여울에 교량을 설치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영향 평가나 환경 보전 방안 마련 등 과정은 생략했다.

논란 끝에 충남도는 교량 건설 사업을 백지화했다. 이어 '환경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지속 가능한 발전계획을 만들어 달라'며 방우리 발전계획에 대한 용역사업비(2억 원)를 배정했다.

하지만 금산군은 지역 시민 환경단체와 논의 없이 비밀리에 용역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0억 원에 이르는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여기에도 자동차 연결도로 개설이 핵심사업으로 또 다시 포함됐다. 충남도는 금산군이 충분한 사전 조사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사업계획을 반려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방우리 종합발전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지역일간지에 실린 '환경단체 막말 논란' 기사

▲ 금산 방우리 인근 금강. 금산군과 일부 주민들이 부리면 수통리 방향으로 강변도로를 개설하고, 금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2개)를 놓아 자동차가 지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통리∼방우리 자동차 연결도로(길이 5.2㎞) 개설비는 약 90 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심규상


곡절 끝에 금산군이 추천하는 5명과 환경단체가 추천한 5명 등 10명으로 '적벽강 권역 사업을 위한 방우리 종합발전계획'을 논의하는 '지역발전협의회'가 구성됐다. 이를 통해 지난 3월 회의에서 에코센터 신축, 적벽강 휴양의 집과 도파리 체험관, 농사체험장 조성, 적벽강 순례길 조성, 마을경영지원 등 모두 32억 원의 지원사업을 논의하고 집행을 의결했다.

하지만 지난 4월과 6월 회의에서는 갑자기 '자동차 연결도로 개설 여부'가 또 다시 안건으로 제기됐다. 협의회는 다수 의견으로 '안건이 갑자기 사전 협의 없이 제기됐고, 자동차 연결도로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여전히 실태 조사가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전 협의와 충분한 자료 제시 후 추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지역 내 한 지역일간지에 '금산 방우리 종합개발 환경단체 막말 논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 내용은 "자동차 연결도로 개설을 포함한 방우리종합발전계획 논의가 환경단체 측 위원들의 반대로 2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라며 "이런 가운데 관련 회의에 참석한 환경단체 측 위원들의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 회의록 공개를 통해 알려져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게 요지다.

기사에서는 지난 3월 회의에서 32억 원의 방우리 지원사업 집행 결정 등 그동안의 다른 논의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 즉 '자동차 연결도로 개설' 여부만을 주요 논의 의제로 삼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 기사에서는 "연결도로 개설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부정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썼다.

기사는 그 근거로 4월 회의에서 한 회의 참석자가 '상수원보호구역은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게 관리되었으면 하는 지역이다, 특별한 개발이 없었으므로 더 이상의 개발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예로 들며 "연결 도로 개설을 반대했다"고 썼다.

보도에서는 '(사업 방향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공간을 대상으로 계획해야 한다, 주민에게 과도한 희망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위원의 발언 내용도 '주민들은 안중에 없는 예'로 들며 문제 삼았다.

"지역신문, 맥락 생략하고 악의적으로 짜깁기 해"

이에 대해 당일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회의록을 보면 '(방우리를) 현재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의 소유가 아닌,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살아갈 공간에 대한 계획으로 가야 한다', '하천 기본계획 등이 사람 위주로 계획 디자인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발언의 취지가 함께 담겨 있다"며 "회의록에서 몇몇 문장만 앞뒤를 잘라 편집했다"고 반박했다.

▲ 지난 12일. '금산 방우리 종합개발 환경단체 막말 논란' 제목의 지역 일간지 기사 ⓒ <중도일보> 화면 갈무리


기사는 또 "주민에게 과도한 희망을 주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2배 수준, 약간의 나은 것의 유지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도 문제 삼았다.

회의 참석자는 "외지인이 이미 90%인 방우리 마을에 개발 사업이 급격히 쏠릴 경우 마을 붕괴 가능성과 사회적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나온 얘기로, 회의록에도 발언 배경이 들어 있다"며 "마을 개발 사업의 적정 목표에 대한 의견 개진이 '주민들은 안중에 없다'는 것으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최병조 위원은 "기사에서 '환경단체 입장에서 반대만 하면 그만', '계획 막으면 20년은 막을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 또한 앞뒤 맥락을 생략하고 짜깁기해 악의적인 발언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산 추천과 환경단체 추천 동수로 구성된 협의회는 다양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우리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나가자는 게 논의의 방향이자 목표"라며 "그런데도 언론 보도는 방우리에 금산 쪽 자동차 연결도로를 낼 것인가 말 것에만 관심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선량한 방우리 지역주민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방해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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