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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부세력? 새누리당 탈당하겠다"

[현장] 17일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

등록|2016.07.18 05:39 수정|2016.07.19 15:03

▲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 2500여 명이 17일에도 촛불집회에 나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 조정훈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외부세력이라면 여러분들은 전문 시위꾼입니다. 국민이 없는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성주에 사드 오는 것을 반대한다고 일부 언론에서 '님비'라고 비판하는데 내 지역 아니라고 안도하는 그들은 또 다른 '님비' 아닙니까?"

지난 15일 황교안 총리 일행이 성주를 찾아 사드 배치를 설명하려다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되돌아간 뒤 '총리 감금' '외부세력 폭력 가담'이라고 한 일부 언론 보도에 주민들은 "우리가 외부세력이냐"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오후 열린 촛불집회에는 25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언론의 그릇된 보도를 질타했다. 새누리당 당원들은 정치권이 지역의 정서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탈당계를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16일부터 성주군을 찾았던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여러분들의 삶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의 자녀들이 건강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정부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 1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 가족이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싶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붙들고 있다. ⓒ 조정훈


▲ 일요일인 17일 오전부터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사드 반대' 티셔츠 글씨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조정훈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성주를 놓고 외부냐 내부냐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사드는 배치되는 지역이 성주일 뿐이지, 한반도 전체 평화와 긴장 고조, 대립, 생존권, 경제적 문제, 미래 아이들 문제와 다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함께 얽힌 문제인데, 이걸 단지 성주에 배치된다고 내·외부 구분하는 것은 매우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북의 유일한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성주군 수륜면에서 온 김충환(55)씨는 서명 받은 항의서한을 이완영 의원과 김항곤 성주군수가 주한미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전달하고 항의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자신의 요구가 일주일 이내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성주군청에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회의원 시켰더니 사드 선물 가져왔나"라는 문구로 현수막을 만들어 내걸겠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사드 배치를 막아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홍준표 경남지사가 '외부세력 종북좌파가 성주군에 온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며 "누가 사드 배치 반대한다고 종북좌파라고 하면 나는 종북좌파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나는 빨갱이다, 죽어도 나는 사드 배치 반대"라고 강조했다.

▲ 17일 오후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나온 한 성주군민이 사드 미사일 모형을 머리에 쓰고 나왔다. ⓒ 조정훈


가천면에서 왔다고 밝힌 배윤호씨는 "성주농민회 회장이 외부세력이란다, 외부세력이라고 뽑힌 사람들은 훗날 표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어 "내가 아는 외부인들은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당시 경호팀과 사복경찰"이라며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내부세력이고 우리와 뜻을 달리 하는 사람은 외부세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주민들이 태극기와 스스로 만든 피켓을 들었다. 태극기를 든 것은 "제헌절에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것이 애국이라는 의미"라고 주민들은 밝혔다. 일부는 사드 미사일 형태에 '사드 반대'를 쓴 가면을 쓰기도 했다.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쓴 현수막도 내걸렸다. 주민들은 '전자파는 성주를 죽이지만 사드는 대한민국을 죽인다'라고 쓰거나 '사드배치 절대 반대,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싶어요'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만들었다.

▲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 새누리당 당원들이 17일 오후 8시부터 열린 촛불집회에서 탈당계를 작성하고 있다. ⓒ 조정훈


▲ 17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집회에서 사용할 피켓 등을 만든 한 주민이 딸과 함께 강아지에게 '사드 철회'라고 쓴 옷을 입혔다. ⓒ 조정훈


일부 주민은 이날 오전부터 성주군청 앞으로 나와 그림을 그리거나 손피켓에 글씨를 썼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엄마는 티셔츠에 글씨를 쓰거나 밀짚모자에 물감을 칠하고 '사드 반대'를 쓰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모여 피켓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던 '벽화제작 동네미술팀'의 한 회원은 "비닐만 깔고 햇빛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자 얼굴도 모르는 주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며 "천막을 가져오기도 하고 물을 가져다주는 주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류영희(37)씨는 "성주 장날이라 장보러 왔다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왔다"며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동참하게 됐다. 나처럼 티셔츠를 가져오는 사람도 있고 모자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성주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주도로 이날 약 2시간동안 새누리당 당원들의 탈당계를 접수한 결과 200여 명이 탈당계를 제출했다. 투쟁위는 앞으로 탈당계를 더 제출받아 새누리당 경북도당에 접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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