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한 종가음식을 맛보여 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일두 정여창 선생의 18대손인 정현영씨
▲ ⓒ 바른지역언론연대
일두 정여창 선생의 18대손인 정현영씨. 그녀에게 나고 자랐으며 현재 생활하고 있는 경남 함양 개평마을은 너무나도 특별하다. 초등학교까지 개평마을에서 생활하다 공부를 위해 멀리 서울로 떠났던 그녀. 10년 전 친정집 인근에 터를 잡고 어린 시절 어머니 어깨너머로 보았던 종가 음식들을 되살려 개평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고향의 맛, 정성이 가득한 종가 음식을 대접한다.
"음식은 무엇보다 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래전부터 종가의 종부들을 통해 전해진 종가 음식에다 정성을 가득 담아 찾아오는 이들에게 내놓습니다."
일두 종가의 종녀(宗女)인 그녀는 일두고택에서 한옥 스테이를 시작할 당시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고 제각각 입맛을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성만 들어가면 손님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한동안은 아침 식사만을 준비했었다. 그러다 한옥 스테이보다는 그녀의 음식을 먹기 위해 찾는 이들이 늘고 음식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저녁 식사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저는 음식 만드는 것에는 별 소질이 없었습니다."
종부였던 어머니가 음식을 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정현영씨.
"예전 어머니께서 '버려도 배워서 버려야 하고, 남에게 일을 시켜도 배워서 시켜야 한다'라며 항상 직접 배워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종부였던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우고 맛보았던 종가 음식들이 지금에 와서 그녀의 손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서 음식을 만드는 것과 함께 나눔의 정신도 배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종손들이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선친 때 제사가 10여 차례, 여기에 명절마다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어머니께서는 손님이 50명 이상 와도 당황하지 않으시고 찾아온 손님들을 빈 입으로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모두 남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며 항상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셨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베푸는 삶을 배웠던 그녀.
"실속이 없더라도 남에게 해먹이고 주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그녀는 풍족하진 않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종갓집의 정신을 물려받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그녀는 농사일 등 힘든 일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다. 텃밭이지만 그곳에는 음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심어진다.
"시골이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손님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직접 농사지은 것들로 요리합니다."
그녀에게는 손님을 위한 아침 식사를 위해 이른 새벽 밭에 나가 오이와 가지, 호박, 고추 등 직접 기른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들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음식의 첫째가 좋은 재료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다 정성이 들어가면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 됩니다."
그렇게 준비된 식재료들로 그녀는 고택에서 300m 이상 떨어진 그녀의 집에서 음식을 만든다. 중요민속자료 제186호로 지정된 일두고택 내에서는 화재 등의 위험성이 있어 음식을 조리할 수가 없다. 그녀의 집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을 실어 날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일두고택이 있는 개평마을도 예전 모습을 많이 잃었다.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옛 모습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운 그녀. 특히 그녀는 마을 중간을 가로지르는 2차선 지방도, 그리고 마을의 자랑이었던 깨끗한 하천 역시 많은 변화가 있어 마음이 아프다. "문화재가 있는 곳에 대형 공사차량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우회도로를 만들던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
명가(名家)의 삶으로 들어가 한옥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명품 일두 고택 한옥 스테이. 그 곳에 머물면 고즈넉한 한옥의 맛에 빠지고, 정성이 가득 담긴 종가음식에 다시 한 번 빠져들 수 있다. 정현영씨는 "일두고택에 오셔서 편안하게 주무시고, 음식을 드시고, 만족하고 가시면 그것이 보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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