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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배치 반대운동 외부세력을 공개합니다

[주장] '외부세력'의 일방적 결정 탓에 벌어진 일

등록|2016.07.18 15:21 수정|2016.07.19 15:14

주민향해 소화기 뿌리는 경찰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계란과 물병을 던지자 버스 안으로 피했다. 이후 황 총리의 대치 시간이 길어지자 경찰이 분말소화기와 액상 소화기를 주민들에게 뿌리며 황 총리의 도주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이희훈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둘러싼 논란에 어김없이 '외부세력' 담론이 끼어 들었다. 이재복 공동투쟁위원장은 '황교안 총리가 방문한 날 외부세력이 개입한 것이 폭력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가 반강제로 사임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외부세력을 찾겠다며 나섰고, 일각에서도 '쓸데없이 (외부인이) 성주에 끼어드는 것은 사드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논리다. 예상치 못한 저항이 일어나면 정부는 항상 '배후세력'과 '외부세력'을 찾았다. 순수한 주민들이 그토록 강도 높은 저항에 '스스로' 나설 리는 없다는 인식이다.

게다가 성주는 정부와 여당, 특히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 지역 아니었던가? 그래서 성난 성주 주민들의 분노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성주 외부의' 세력들이 개입해 순수한 주민을 현혹한 것으로 그려진다.

지금 이 '외부세력'담론 만큼이나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며 논점을 흐리는 담론도 없다.

사드배치 문제가 성주지역만의 문제인가?

첫째, 성주에 사드부대를 배치하는 것이 '성주'만의 문제인가? 사드는 성주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성주지역'으로 국한된 문제였다면 애초에 성주지역 주민들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이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문제에서 '외부세력' 담론을 끌고 들어온 것은 마치 사드배치 문제가 성주만의 문제인 것처럼, 이것이 부대배치로 인한 소음과 전자파만의 문제인 것처럼 그려 놓고 있다. 즉, 외부세력 담론은 사드 문제를 성주지역만의 문제로 제한하려는 정부의 전략이 배경에 있다.

성주주민의 입장에서도, 사드배치 반대 이유가 땅값 하락 때문이건, 자녀들의 안전권과 생명권 때문이건 간에 이미 성주만의 문제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성주의 분노가 '사드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라고 힐난하고 있지만 막상 성주 주민들은 '사드 원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성주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면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외부세력이 아니라 당사자, 즉 내부세력이다.

▲ 경북 성주군 군민들이 지난 14일 오후 8시부터 촛불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 조정훈


둘째, 이 문제를 백발 물러서 사드의 배치지역 문제로 한정하더라도, 외부세력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성주 주민들이 억울해 하는 것처럼 부대 배치는 성주 지역 내부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주민투표를 거쳐야할 일이었다.

부안군의 방폐장 반대시위를 계기로 만들어진 현행 주민투표법 제2장 제7조 1항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같은 조항 2항에 명시된 주민투표 예외 사항에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도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이 명시되어 있으나 제8조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만일 이것이 단지 국가 주요시설의 설치에 관한 문제였다면, 주민투표는커녕 지방자치단체와도 아무런 의견을 교환하지 않고 일방적인 사드배치를 발표한 청와대와 국방부, 그리고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외부세력이 아닌가? 정부가 '외부세력 개입'을 운운하려면 이 사태가 애초부터 외부세력의 일방적 부대배치 결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셋째, 외부세력 담론은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가로막은 논리다. 경제발전 계획에 따라 잔혹한 노동탄압정책을 구사했던 정부가 노조를 만들어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켜려는 노동자들을 억압했던 담론 중 하나가 바로 '3자개입 금지'였다. 노동자에 대한 외부의 지원과 연대는 모두 '3자개입 금지'라는 이름으로 차단되었다. 겉으로는 이 담론이 "기업의 문제는 기업 내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요상스런 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불균형한 힘의 역학 관계를 더욱 불균형하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경찰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3자 개입하고, 사측은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해 3자 개입하지만 노동자들만 외부의 지지와 연대를 요청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논리라면 우리는 독재체제 하에서 힘겹게 저항하고 있는 다른 나라 민중을 지지하거나 연대할 수 없다. 세계 강대국의 재정적, 무력적 지원을 받아 지탱했던 수많은 독재국가에서 국제적 연대를 가로막았던 논리 역시 '외부세력의 개입', '불순세력의 지원'이었다.

민주주의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개입할 권리를 보장하는 체제

▲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 이희훈


본질은 이것이다. 어떤 사건이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인가, 그렇다면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그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외부세력의 개입인가? 민주주의는 어떤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체제다.

성주의 사드배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 그것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실천을 펼치는 것이 진정 '외부세력의 개입'인가? 사드배치로 파급되는 각종 유무형적 결과, 국제정치적 효과에 영향받는 것이 오직 성주시민들일 뿐인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드 배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외부세력의 개입'인가, '당사자의 개입'인가?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는 담론이 어떤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가?

안타까운 점은 일각에서도 이 노림수가 뻔한 '외부세력 담론'에 스스로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사드배치 문제를 성주주민들만의 문제로 제한해 버리며 사드의 효과를 전자파 문제나 폭력적인 시위문화 등으로 굴절해 버리는 정치적 담론 앞에 '외부세력은 없다', '외지인은 거리를 두어 달라'는 주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그런 대응은 신중하게 고려된 전략이 아니라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택일 뿐이다.

오히려 이 문제는 성주주민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당사자들이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부세력은 없다. 우리 모두는 당사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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