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신부·수녀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경북서 전국 첫 사드 반대 천주교 미사... 미군 부대까지 평화 행진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나무와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무기가 들어서는 것에 우리는 반대합니다."
신종오 분도 신부는 18일 오전 경북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한 이 날 미사는 천주교 최고 의결 기구인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이후 첫 번째로 열린 미사였다.
칠곡군은 사드 배치 유력 지역으로 보도된 곳이자 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성주군과 경계를 맞댄 지역이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신부와 수사, 수녀, 신자 등 500여 명은 미사를 끝내고 인근의 미군부대까지 행진도 벌였다.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전쟁 무기로 평화 이룩되는 것 아냐"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한 미사에서 왜관수도원장인 박현동 아빠스(수도원장) 신부는 "한·미 군사동맹을 넘어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과 사드 배치로 더욱더 첨예해지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한·미·일-북·중·러 대립구도가 신 냉전체제로 고착화되면서 평화와 상호번영, 신뢰와 화해라는 가치는 질식되기 직전에 처해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 신부는 "전쟁무기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의 끝자락에는 사드 배치에 대한 천주교의 공식 입장을 다시 한 번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앞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5일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한국 천주교회는 사드 배치가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경제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현재의 상황에 심각한 우려와 함께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1시간 남짓의 미사를 끝낸 신부와 수사, 수녀, 신자들은 수도원을 빠져나와 1km 가량 떨어진 미군 부대 (캠프 캐럴)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 저마다의 손에는 '사드가고 평화오라', '한반도 평화는 우리 손으로' 등의 문구가 쓰인 종이가 들려있었다.
미군 부대 앞에서도 신부들은 앞장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황종환 이삭 신부는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을 때 수백 명의 경찰이 둘러싸고 있었음에도 계란과 물병을 막지 못했다"면서 "48개의 사드 미사일로 수 백 개의 노동 미사일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황 신부는 "사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종이비행기를 미군 부대를 향해 날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주변 담벼락에 묶는 것으로 오후 1시께 집회를 마감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정평위 등은 향후 성주에서도 사드 배치 반대 미사를 계획하고 있다.
▲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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