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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아끼자고 경비원 해고? 반대합니다"

경비인원 감축 추진하는 충남 예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 반대 목소리 모아져

등록|2016.07.19 11:56 수정|2016.07.19 11:56

▲ 경비노동자 분신사건이 있었던 서울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동료 경비원 전원에게 사실상 해고통보를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1월 26일 오전 노원역 앞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막아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서울 등 대도시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산에도 이런 일이..."

충남 예산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 통합으로 인한 경비원 해고가 예상되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 주민의 말이다.

지난해 처음 경비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 대도시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관리비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을 해고하거나 감원절차를 밟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경비원을 가족과 같이 생각해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아파트도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 감원을 결정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며 경비원들의 직장을 지켜내는 눈물겨운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예산읍의 A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경비인력 감원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의 말처럼 "A 아파트에서 경비인력 감원이 시작되면 다른 아파트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A 아파트 주민 중에 경비인력 감원을 막고자 하는 마음들도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지난 11일 A아파트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한 장의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은 '아파트 관리비를 분석해 보니 경비비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많다, 최저임금은 자꾸 오르는데 계속 가면 관리비 부담이 크다, 대표회의에서 경비실 통합에 대해 입주민 의견을 묻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경비실 통합으로 인한 장점으로 약 399만 원(경비원 2인 인건비)을 절감할 수 있음을 밝히며,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찬반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A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네이버 카페(예산 아줌마 모여라)에 올린 글에서 "어려운 세대의 관리비 부담을 덜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경비실 통합은 경비원 2명의 해고를 의미합니다. 이는 어쩌면 한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가 아닐까요"라며 신중한 찬반투표를 호소했다. 이에 경비원 감원을 반대하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우리에게는 돈 만 원 아끼는 일이지만 그분들은 일자리를 잃는 문제잖아요."
"누군가의 일자리를 잃게 해서까지 관리비 부담을 낮추고 싶지 않아요. 조금씩 부담해서 같이 먹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 안 보이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요. 청소, 화단관리, 제설 작업 등등 아파트가 깨끗한 것은 그분들 덕분이에요. 경비실 통합 반대합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경비아저씨들의 생계만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단지 청소와 관리, 택배수령, 방범순찰까지... 생활 불편과 주민 안전 문제가 커지는 것은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오는 24일 경비실 통합 의견을 묻는 아파트 주민들의 찬반투표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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