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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초토화시킬 '총선 개입' 녹취록 나왔다

최경환·윤상현 녹취록 파문, 정진석 "호가호위 사라져야"

등록|2016.07.19 10:20 수정|2020.03.21 09:48

 

▲ 2013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맡았던 시절의 최경환 의원(왼쪽)과 윤상현 의원. ⓒ 남소연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총선 개입 녹취록이 여당의 당권은 물론, 향후 당의 운명을 흔들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당내에서는 3월에 터진 '김무성 막말' 사건에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서둘러 복당을 받아준 것에 대한 책임론도 분분하다. 이번 사건으로 친박이 말 그대로 초토화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8월 9일 전대에 출마한 비박근혜 진영은 친박 진영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말 그대로 총공세에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18일 오후 4시경 TV조선의 보도. TV조선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1월말 경기도 화성에 공천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형 거긴 아니라니까",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내가 (형에 대해서)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며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발언들이었다. 보도가 나온 직후, 19일 사드 관련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 나설 예정이었던 윤 의원이 김진태 의원으로 교체됐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날 저녁 뉴스에는 공천 교통정리에 나선 최 의원의 육성이 공개됐다.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붙을라고 하고 음해하고 그러면 XXX도 가만 못있지."(XXX는 화성갑을 지역구로 둔 서청원 의원으로 밝혀졌다.)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하여간 빨리 푸세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



최 의원은 "그것이 VIP (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럼"이라는 대꾸를 4차례나 반복했다. 고심하던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의 이웃지역구인 화성병으로 지역구를 바꿔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지난 3월 윤상현 감쌌던 최경환 의원 '공천 개입' 정황도 드러나



윤상현·최경환 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3년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친박'의 핵심들이다. 특히 이번 녹취록은 지난 3월 8일 공개된 윤 의원의 '김무성 욕설' 녹취록의 연장선에 있지만, 친박이 구체적으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공천 개입설을 부인해온 최 의원이 사건의 전면에 드러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 의원은 윤 의원의 막말 녹취록이 나온 지 이틀 뒤인 3월 1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취중에 사적인 대화에서 실수로 한 것인데, 더이상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윤 의원)이 충분히 사과를 했으니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표님이 사과를 받아주시면 큰 지도자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의원이 윤 의원과 함께 공천에 개입한 상황에서 윤 의원 사건을 '취중 실언'으로 치부하고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총선 기간 저는 최고위원은 커녕,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고 말했었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 ⓒ 권우성



비박계의 당권주자 김용태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8년 전 (공천 과정에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탄하셨는데, 이번 일이 소위 진박 중의 진박들이 벌인 일인지, 대통령은 속으신건지 분명히 밝혀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부터 시중 서점에서 판매될 '총선 백서'에 대해서도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된 총선 백서는 당장 폐기해야 한다"며 "법률가이신 김희옥 비대위원장께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당의 이름으로 막장공천의 주역들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주문했다.



역시 당대표에 출마한 한선교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태로운 점이 많았다"며 "다른 분들은 공천 탈락으로 탈당을 했었지만, 윤 의원의 경우는 아니었지 않냐. 윤 의원이 슬쩍 들어오는 혜택을 본 것"이라며 비대위의 복당 결정을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 개입하고 이래라저래라 관여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총선 공천에 개입한 사람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 호가호위 공천개입, 이런 말은 여의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두 의원을 에둘러 비난했다.


 

윤상현 총선 개입 녹취록에 혼란스러운 새누리당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총선 개입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윤 의원의 녹취록과 관련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공천에 개입했던 사람들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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