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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개·돼지라는 발언, 틀리지 않았다

[주장] 더이상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지 말라

등록|2016.07.20 10:25 수정|2016.07.20 17:39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가 그에 대한 파면요청으로 잠잠해지고 있다. 왜 그런 발언이 나왔을까? 정말 우리 국민은 개·돼지 대우를 받지 않고 헌법에서 보장된 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국민은 개·돼지여서는 안되지만 현실에서는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 번 살펴보자.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선거 때 구호에 불과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머릿속에 국민은 없다. 오로지 계파 수장의 지시에 복종한다. 헌법과 법률에 나와 있는 절차는 권력을 가진 자의 것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보여준 공천과정은 어떠한가?

말로는 국민을 위한 공천, 상향식 공천을 외치지만 결론은 항상 밀실공천, 계파공천, 정략공천이다. 국민들 눈치도 살피지 않는다. 뻔뻔하다. 사실 국민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자 한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은 하면서 당당하게 살고자 한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조금 빈곤하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단순히 배부른 것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정치인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니 공무원들 눈에도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검사들의 뇌물천국을 보자. 대한민국 검사들 99%는 정말 멸사봉공의 자세로 밤낮없이 일한다. 권력자에 빌붙어서 출세를 하려는 1%의 검사들이 문제다. 국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권력자의 의중을 헤아려서 처신한다. 뇌물을 받는 액수도 방법도 극악하다. 수사권을 빙자해서 거액의 경제적 이익을 뜯어낸다. 권력을 이용한 갈취행위다.

그러고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외친다. 김광준 검사의 뇌물사건,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검찰총장 청문회에 나왔다가 낙마한 천** 검사장, 대법관 청문회에 나왔던 김** 검사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검찰 고위직을 퇴직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던 홍만표, 안대희(대법관을 거쳐서)는 어떠한가?

이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민을 인간답게 대우하였다면 그러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이들에게 국민과 자신들은 처음부터 지위가 달랐고 같은 인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기업가들의 슈퍼갑질 논란도 어제 오늘이 아니다. 연일 터지는 유력 재벌가들의 갑질논란은 자신들 이외는 모두 개·돼지에 불과하다는 것과 다름없다. 돈을 주고 매질을 하는가 하면, 운전기사에게 갖은 폭력과 잡일을 시키는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재벌가들에게 자신들 이외는 모두 개·돼지에 불과한 것이다.

재벌가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갑질을 해댄다. 한편으로는 자신도 개·돼지 취급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보다 조금 못한 사람에게 개·돼지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국민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국민은 단지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어떠한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은 물론 국회와도 미리 협의하는 법이 없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외쳤던 태양왕 루이14세와 다를 바 없는 전제군주의 전형이다.

저항하는 국민들에 대하여는 폭도세력, 종북세력, 외부세력이라 부르면서 공권력을 휘두른다. 국민이 단지 통치의 대상에 불과하다면 개·돼지로 취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의 막말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한두 번은 아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법원 직원들의 내부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판사들이 대부분 대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의 법원장, 그리고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재판을 받는 국민이어도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헌법에서는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법원에서 받는 느낌은 막말과 훈계 등이니 그들은 재판과정에서 이미 인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헌법재판소 또한 자신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준 헌법정신을 살려야 함에도 국가권력이나 다수파의 눈치를 보면서 헌법을 수호하라는 국민적 명령을 짓밟아 왔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국민들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단지 재판절차의 객체로 취급한 것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더 심각하다. 기사를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지 오래다. 자신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고, 국민여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오만한 의식을 가진다. 정치권력의 편에서 국민들을 훈계한다. 권력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도를 한다. 정권의 나팔수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데 앞장 선다.

정부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고 이에 대항하는 국민들을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는데 언론이 앞장선다. 정언유착의 전형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고민이 없다. 말로는 언론이 공기라고 외치면서도 언론사 사주의 지시에 그대로 순응하는 태도다. 정치권력자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면서도 그들의 눈에 국민은 자유롭게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신들이 주입한 것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객체에 불과하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역 단체장은 제왕이고 토호세력의 거두다. 공사를 발주하면서 돈을 받고, 승진대상자들에게서 대가를 받으며, 선거 때마다 정치자금을 거둬들인다. 비리 종합선물세트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가 끝나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에게도 지역주민은 착취와 수탈의 대상일 뿐이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것은 중앙정부보다 더한다. 도대체 주민들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김영란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자신들이 포함된 것을 불편해 하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어느 법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대서특필해서 보도한다. 국민경제를 빌미로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청탁을 허용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별사면을 앞두고도 기업인 사면을 외치면서 국민경제를 거론한다. 대한민국에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도대체 국민경제가 어렵다고 범죄행위를 눈감아주자는 꼴인가?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못해볼 특별사면을 기업가나 정치인은 몇 번씩 받기도 한다.

국민을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 생각한다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으로 생각한다면 감히 국민이 무서워서 하지 못할 행동들이다. 정치권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 언론에 국민은 없다. 단지 객체로써의 개·돼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민중이 개·돼지라는 발언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국민이 개·돼지여서는 안되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야 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개·돼지에 불과해도 된다는 당위로 발언한 잘못이 있을 뿐이다. 현상은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는데 당위로써 국민이 개·돼지여서는 안되는 것을 착각한 것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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