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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묘미는 바로 뉴욕!

등록|2016.07.25 15:45 수정|2016.07.25 15:45

<마이펫의 이중생활>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소유한 가구는 64%에 이른다고 한다. 애완동물의 숫자는 3억1200만 마리에 달하고, 한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소유한 가정도 39%라고 하니 가히 애완동물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천국의 맞은편엔 지옥이 존재하는 법. 미국은 병들었거나, 휴가철에 함께 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애완동물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슈퍼배드>(2010)<슈퍼배드 2>(2013)<미니언즈>(2015)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내놓은 애완동물 소동극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애완동물의 천국이 지닌 빛과 그늘을 영민하게 포착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슈퍼배드>시리즈와 <로렉스>(2012)를 연출했던 크리스 리노드 감독이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주인 케이티(엘리 켐퍼 목소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지내던 애완견 맥스(루이스 C.K. 목소리) 앞에 입양견 듀크(에릭 스톤스트릿 목소리)가 나타나면서 일상이 깨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둘의 다툼은 급기야 길을 잃고 뉴욕 한복판을 헤매는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동물을 인격화해서 주인이 없을 때 사람처럼 행동하게끔 그린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이 나왔던 <토이 스토리>(1995)의 설정을 연상케 한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CEO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발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린 시절 고양이, 개, 새를 키웠는데 집을 비운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애완동물의 '이중생활'은 그가 품었던 의문에 대해 상상력으로 쓴 답안이다.

집으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맥스와 듀크에겐 개와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그렸던 <머나먼 여정>(1993)의 여행길이 겹쳐진다. 노정에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성장담은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충실히 인용되었다. <토이 스토리>와 <머나먼 여정>이 함께 떠난 모험이 <마이펫의 이중생활>인 셈이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실제 애완동물을 보는 듯한 생생함이 살아있다. 제작진은 동물을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생활하는 형상으로 다루지만, 특유한 습성을 잘 살려야만 관객들이 동물의 행동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또한,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독특한 특징도 세심하게 묘사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는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 뉴욕이다. 영화는 케이티가 사는 아파트를 비롯하여 맨해튼의 도로, '성난 펫들'의 아지트인 지하 공간, 뉴욕과 브루클린을 가로지르는 이스트 리버, 센트럴파크 등 뉴욕 곳곳을 오간다. 애완동물의 시선, 즉 사람보다 낮은 시선에서 풍경을 바라본다는 점도 흥미를 더해준다.

영화가 뉴욕을 배경으로 선택한 사실은 유의미한 구석이 있다. UN 본부가 있고 세계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하는 이곳은 흔히들 세계의 수도라 지칭한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뉴욕은 자유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자유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뉴욕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로 앙숙이던 맥스와 듀크, 주인의 사랑을 받는 애완동물과 버림받은 유기동물은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위해 모인 동물들의 모임 리더인 스노우볼(케빈 하트 목소리)이 맥스와 힘을 합하는 장면은 차별과 갈등을 극복하며 유토피아를 꿈꾸던 <주토피아>의 주제와 맞닿는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자칫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어른에 맞춰졌다고 오해할지도 모르겠으나, 어린이가 보아도 무리 없는 눈높이에 위치하니 걱정 따윈 접어두시길. 본편을 상영하기 전에 나오는 단편 <미니언즈: 잔디 깎기 미션>은 신선한 웃음을 준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 <미니언즈: 잔디 깎기 미션>의 요소를 재활용하는 장난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일루미네이션표 몸개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슬랩스틱으로 무장한 야단법석 소동극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90분의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더불어 미국 사회의 갈등 문제를 영리하게 소화하며 비틀어낸 우화이기에 목소리는 생각할 여지도 제공한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하자는 메시지는 적개심과 두려움을 자극하여 거부감을 끌어내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호소력이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과 사회를 반영한 교훈을 만들어내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보면서 이것이 문화의 힘이고, 할리우드의 저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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